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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의 지혜’ 알고 실천하면 노년이 쭈~욱 평안하다

  • 불서
  • 입력 2023.08.21 14:20
  • 수정 2023.08.21 14:21
  • 호수 1693
  • 댓글 0

나도 이 나이는 처음이라
에즈라 베이다 등 / 추미란 옮김 / 담앤북스 / 256쪽 / 1만6800원

노년이 더 괴로운 건 생로병사의 자연스러움 거부하기 때문
통증·친절 명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미 있는 노년기 제시

노년의 명상은 나이 듦을 자연스레 포용하고 인생의 마지막 여정까지 호기심을 갖고 감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아이클릭아트]
노년의 명상은 나이 듦을 자연스레 포용하고 인생의 마지막 여정까지 호기심을 갖고 감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아이클릭아트]

‘체념(諦念)’은 흥미로운 단어다. ‘희망을 버리고 아주 단념함’이란 뜻으로만 흔히 알고 있으나 국어사전에는 ‘도리를 깨닫는 마음’도 체념이다. 특히 한자사전에는 ‘諦念(체념)’을 ‘1. 도리(道理)를 깨닫는 마음 2. 아주 단념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희망을 버린다’는 의미가 아예 없다. 이는 체념의 원래 의미가 집착하는 마음을 끊고 현실을 긍정하므로써 도를 깨닫는 것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사람들에게는 욕망을 끊은 모습이 ‘희망을 버리는 것’으로 여겨졌고, 욕구 실현이 미덕이 된 근현대기를 거치며 의미의 전이가 이뤄졌음을 추정케 한다.

이 책은 단념하고 내려놓는 ‘체념’이 삶의 지혜이며 성숙한 나이 듦의 핵심임을 일러준다. 저자는 1970년 명상을 시작해 50여년이 넘도록 매일 해오고 있다. 1995년부터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저명한 재가 수행자이기도 하다.

수많은 경험을 쌓고 내면에 대한 이해도 깊었던 저자는 몇 해 전 신장암으로 투병하게 됐다. 몸이 급격히 쇠약해지면서 저자는 또다시 초심자가 된 자신을 보았다. 나이 듦에 관해서라면 누구나 생소하기에 여전히 배울 것이 많은 시기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저자는 나이 듦의 과정이 크나큰 고통의 연속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건강이 나빠지고 몸은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되고, 흰머리와 주름살 등 외모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한때 잘 나갔더라도 퇴직하면 알아주는 이가 없어 소외감은 깊어진다. 주변에서 알던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날 때마다 쓸쓸함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진다. 이렇듯 노년은 육체적 고통을 비롯해 불안, 무기력, 상실 등 부정적인 감정과도 끊임없이 부딪힌다. 그러다보니 ‘인간의 삶은 기저귀에서 시작해 기저귀로 끝난다.’ ‘늙어가는 것은 겁쟁이라면 할 짓이 못된다.’ ‘노년은 전쟁터가 아니라 대학살장이다.’ 등등 말들도 나온다.

그러나 저자는 노년이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원인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 사실을 삶의 불가피한 측면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건강유지, 활발한 사회활동, 적극적인 생활 방식 등 “노인도 할 수 있다”는 생활 자세도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상실감 등 고통을 강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한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체념의 지혜다. 노년의 인생은 새로운 갱신의 단계로 외부의 삶만큼 중요한 내면의 삶을 경험하게 되며, 이를 통해 나이 들어도 여전히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음을 역설한다. 자신이 늙고 아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되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이 아님을 알아야 분노나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고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잘 선별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삶을 더 명확하게 보고, 좀 더 친절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덜 집착하고, 늘 우리 앞에 있는 삶의 무수한 기쁨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할 수 있음을 일러준다.

그러나 머리로 이해하더라도 막상 아픈 몸, 부족한 체력, 목적 상실, 가물가물한 기억력 앞에서는 절망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저자는 몸을 도량으로 삼아 매일 명상할 것을 권한다. 저자는 누구라도 따라해 볼 수 있는 기본 명상을 비롯해 익숙한 이들을 위한 중급명상을 소개한다. 또 신장암 수술을 앞두고 시작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는 ‘깊은 이완 명상’, 상실감을 완화시켜주는 ‘세 번의 숨 연습’, 분노 등 감정적 고충이 심할 때 도움이 되는 ‘연민명상’, 통증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는 ‘통증 다루기’와 ‘통증 명상’, 나는 분리된 작은 에고가 아니라 삼라만상과 연결돼 있음을 아는 ‘연결 경험 만들기 명상’, 관대함을 잃지 않도록 하는 ‘기초 친절명상’ 등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특히 저자가 72번째 생일 직후 매일 4번씩 읽기를 지켜오고 있다는 ‘죽음 생각’도 인상적이다.

‘나는 내가 죽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 인생은 언젠가 분명 끝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육체적 고통이 있을 수 있다. 정신적 고통도, 어쩌면 정신적 능력이 쇠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죽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든, 이 사실만 남는다. 나의 모든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도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이것, 바로 지금도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한탄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연의 질서가 그렇다는 것이다. 육체는 조금씩 무너지다가 결국 죽는다. 이것을 부인하거나 불평하거나 싸우려 할 때 괴롭다. 이것을 받아들이고 항복하고 포용할 때 자유롭다.’

책은 일관되게 나이가 들어서의 진정한 행복은 어딘가에 도달하려 애쓰거나 특정 방식으로 느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그 자체로 포용하고 인생의 여정에 호기심을 갖고 감사할 수 있음에서 온다고 말한다. 생의 막바지를 향해가는 노년의 수행자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인생관을 잔잔히 들려주며 모두들 ‘체념의 지혜’ ‘달관의 지혜’를 익히고 체득할 것을 당부한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93호 / 2023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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