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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전통장례법 ‘다비’ 무형문화재 지정 가치 크다”

  • 교학
  • 입력 2023.08.25 12:27
  • 수정 2023.08.25 12:34
  • 호수 1694
  • 댓글 0

다비작법보존회, 8월24일 ‘다비’ 주제 첫 학술대회
보광 스님 “1500년 역사‧독창성···무형문화재 충분”
‘다비 작법 상조회’ 설치해 연구·보존‧전승 제안
종단 지원도 약속···다비식 교육과정 마련될 듯

1500여년간 이어진 한국불교의 전통 장례법인 다비(茶毘)의 학술적·문화유산적 가치를 구명하고 이를 통해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함을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현재 교육기관 부재, 전승자 감소 등으로 다비의식의 원형보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등록을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전·계승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조계종 문화부(문화부장 혜공 스님)와 다비작법보존회(회장 현법 스님)가 8월2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무형문화유산으로서 다비의 가치와 전승’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다비는 ‘불에 태운다’는 인도어 ‘자피타(jhapita)’에서 유래된 말로 시신를 화장하는 장례법이다. 부처님 재세시부터 이어져 내려온 불교 고유의 장례법으로 ‘유행경’과 ‘대반열반경’ 등 초기불교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비의식은 모든 불교국가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삼국시대 한국 전통문화로 흡수·전승된 다비는 단순히 육신을 태우는 의미를 넘어 동참 대중들에게도 생사(生死)의 무상함을 일깨우는 한국 승가의 수행정신이 담겨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통장례법인 다비의식이 교육기관 부재, 전승자 감소 등으로 소멸할 위기다. 학자들은 다비의식을 보존·계승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연구·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호계원장·동국대 명예교수 보광 스님.
호계원장·동국대 명예교수 보광 스님.

조계종 호계원장이자 동국대 명예교수인 보광 스님은 기조발제에서 “신라 문무왕 이후 1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다비의식이 원형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며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통장례의식이자 불교장례의식인 다비가 보존되기 위해 종단차원에서 무형문화재로 발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은 국민 10명 중 9명이 장례의식으로 선호하는 화장(火葬)이 어떻게 전승됐는지를 고찰했다. 그는 “불교를 통해 화장이 삼국시대에 전래된 이래 수용과 배척의 역사를 지나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며 “신라 후대에 확산한 화장은 고려시대에 본격적으로 정착했지만 조선시대 유교의 영향으로 매장이 지배계층의 일반적인 장례법이 되자 화장은 승려들의 특수한 장법으로 분류됐다”고 말했다. “특히 10세기 경 중국에서 편찬된 ‘오삼집(五杉集)’ ‘선원청규(禪苑淸規)’의 승려장례의식 내용을 한반도의 상황에 계승‧발전시켰다”고 유래를 밝힌 구 소장은 “17세기 문헌 ‘석문상의초’ ‘석문가례초’ ‘오종법음집’ ‘승가예의문’, 19세기 이후 ‘작법귀감’ ‘다비작법’ ‘석문의범’ 등에 근거해 현재까지 다비의식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2 해인사 지관 스님 다비.[총무원]
2012 해인사 지관 스님 다비.[총무원]

하지만 다비가 전승기반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수십 년 전까지 문중마다 독자적인 방식으로 전통 다비를 봉행했으나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고, 의식을 주관하는 노스님이 있어도 함께 할 전승 주체가 없어 자체적인 다비 진행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통 다비의식에서 망실된 부분을 복원하고 봉착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황근식 동국대 교수는 ‘전통 다비 기준 수립’과 ‘다비 보존 및 활성화를 위한 상조회 운영’을 제안했다. 황 교수는 “다비가 몇 년마다 한번씩 불규칙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다비의식을 기록하고 문중마다 행해지는 독창성을 연구해 전통 다비의 기준을 수립해야 하고, ‘다비 작법 상조회’와 같은 상설 기구를 운영해 실효성 있는 전승·보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비작법보존회 현법 스님.
다비작법보존회 현법 스님.

앞서 다비작법보존회장 현법 스님은 개회사에서 다비의식이 학술적으로 재평가 받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을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스님은 “다비는 그간 일부 큰스님 입적 때 봉행됐지만 외부인의 출입과 조사에 어려움이 많아 학술적 연구와 보존 노력이 부족했다”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초기불교 때부터 전승된 우리나라 다비의식의 학술적·문화유산적 가치를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포교부장 선업 스님.
포교부장 선업 스님.
유재철 다비작법보존회 사무총장.
유재철 다비작법보존회 사무총장.

종단 차원의 다비식 보존 노력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포교부장 선업 스님이 대독한 치사에서 “다비 전수자도 사라지고 있어 전승이 끊길 위기상황인 만큼 종단의 책임자로서 소중한 문화유산이 단절되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유재철 다비작법보존회 사무총장은 경과보고에서 “이번 학술대회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조계종출판사와 함께 서적을 출간할 예정이고 다양한 학술활동 및 전승자 교육과정을 개설하겠다”고 말했다.

박건태 기자 pureway@beopbo.com

[1694호 / 2023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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