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전면온돌·누마루 양식이 돋보이는 ‘강화 전(傳) 묘지사지(妙智寺址)’ 발굴성과가 일반에 공개된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 책임운영기관 국립문화재연구원(원장 김연수) 산하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소장 김지연)가 8월29~30일 인천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 산36-27 일원에서 고려 강도시기(江都時期·몽골 침략에 맞서 강화도로 천도한 1232~1270년 시기) 사찰유적으로 알려진 ‘강화 전(傳) 묘지사지’에 대한 발굴조사 성과를 공개한다.
‘고려사’에 따르면 묘지사는 1264년(고려 원종 5년) 왕이 마니산 참성단에서 초제(醮祭·무속 신앙이나 도교에서 별을 향하여 지내는 제사)를 지내기 전에 거처했던 사찰로 마니산 동쪽 초피봉 남사면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傳) 묘지사지’는 산 사면에 축대를 쌓아 조성한 2개의 평탄지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해 상단 평탄지를, 올해는 하단 평탄지 등 사역 전반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전(傳) 묘지사지’는 서쪽의 계곡부에서 하단의 평탄지로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하단 평탄지의 마당을 중심으로 북쪽과 동쪽에 건물지가 직각을 이루도록 배치됐다. 건물지는 대규모의 중심 건물과 생활시설을 갖춘 부속 건물로 모두 3동이 확인됐다. 상단 평탄지에 위치한 북쪽의 중심 건물은 경사 지형을 이용한 다락집 형태의 건물지로 상층에는 대규모의 난방시설을 갖춘 방과 누마루(다락처럼 높게 만든 마루)가 설치됐다.
건물의 난방시설은 방 양쪽에 설치된 아궁이를 통해 유입된 화기가 방 전체를 ‘ㄷ’ 형태로 회전하며 건물 북쪽으로 각각 빠져나가는 구조로, 13세기 전면온돌(방 전체에 깔린 온돌)의 온전한 형태를 갖춘 귀중한 자료로 주목된다. 온돌방에 잇대어 누마루가 설치됐고 누마루 하부는 별도의 건물 공간으로 활용된 것도 확인됐다. 이와 같은 구조는 지금까지 같은 시기 유적에서 확인된 사례가 없어 고려시대 건물 구조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단 평탄지 동쪽 나란히 자리한 2동의 부속 건물지에는 내부에 아궁이와 부뚜막, 온돌시설 등이 설치돼 있다. 이 건물지들은 한 지붕 아래에 부엌과 온돌이 있는 여러 개의 공간으로 구분돼 있어 생활공간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차맷돌(차를 가는 데 사용하는 멧돌), 벼루, 찻잔을 비롯한 다양한 기종의 도자류, 다량의 평기와 등이 출토됐다. 이 유물들로 미루어 ‘전(傳) 묘지사지’는 고급청자와 차 문화를 향유한 상위계층에 의해 강도시기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이전까지 운영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자세한 내용은 발굴조사 성과 공개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발굴조사 성과는 9월27일 국립문화재연구원 유튜브 채널(http://youtube.com/@nrichstory)을 통해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문의)031-8035-1608
한편, 문화재청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는 해당 유적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며 발굴현장을 지속적으로 국민에 공개하는 등 적극행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건태 기자 pureway@beopbo.com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