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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마조의 교육관- 상  ‘조사서래의’에 대한 마조의 답변

기자명 정운 스님

제자들 근기 따라 대답도 제각각

‘달마가 온 까닭’ 묻는 질문에
직답 대신 자신 마음보라 충고
때론 뺨 때리거나 발길질까지
상황에 따라 지도방법 달리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그 사람의 적성·성격·교육배경 등 근기에 맞추어 지도하였고[對機說法], 계율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제정[隨犯隨制]하였다. 부처님의 교육방법처럼 마조도 제자들의 심인(心印)을 일깨워 주기 위해 쓴 방법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기설법과 비슷하다. 제자들의 질문이 같을지라도 마조는 상대방의 근기·상황·시기에 맞추어 대답이 제각각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이냐?[祖師西來意]는 질문이다. 여기서 조사는 달마를 가리키는데, ‘달마가 서쪽으로부터 중국에 온 이유는 무엇이냐?’는 뜻이다. 단순한 어구적인 해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선의 본질은 무엇이냐?’, 수행코자 하는 ‘그 마음의 본질이란 무엇이냐?’를 내포하고 있다. 조사서래의를 질문한 제자들에게 마조가 교육했던 다양한 방법[선문답]들을 보기로 하자. 

① 어느 승려가 와서 마조에게 물었다. “달마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지금 자네는 어떤 의도인가?”

마조는 달마가 오든, 부모가 오든, 스승이 오든, 설령 부처가 오더라도 그것이 너의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달마가 온 뜻을 묻고자 했을 때, ‘너의 그 묻는 의도인 마음이 무엇인가?’를 자각하는데 우선을 두라는 의미이다. 제자에게 구구절절이 법을 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묻고 있는 자신을 살피라는 마조의 간명 직절한 답변이다.

② 분주무업이라는 제자가 ‘조사가 서쪽에서 온 밀전심인(密傳心印)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마조는 “그대는 정말 소란스럽군. 우선 갔다가 다시 찾아오게.”라며 냉정한 어투로 답변하였다. ③ 또 대매법상이 “어떤 것이 조사의 뜻입니까?”라고 하자, 마조는 “자네의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답변했다. 

④ 어떤 제자는 조사서래의에 대해 이렇게도 질문했다. “어떻게 수행해야 도에 계합할 수 있습니까?” 마조가 말했다. “나는 아직 도(道)에 계합하지 못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마조가 별안간 그 승려의 뺨을 후려치면서 말했다. 

“내가 그대를 후려치지 않는다면 제방(諸方)에서 나를 비웃을 걸세!”

이렇게 마조가 제자에게 뺨을 치는 경우인데, 다음 ⑤도 마조가 똑같은 행위를 한다. 이런 마조의 대기적인 행동이 훗날 공안으로 탄생하는 근원이 되었다.

⑤ 륵담법회가 마조에게 조사서래의를 질문했을 때의 일이다. 륵담이 마조에게 물었다. “달마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마조가 작은 소리로 속삭이며 말했다. “이리 가까이 오게.” 법회가 앞으로 가까이 가자, 마조가 한 대 후려치면서 말했다. “여섯 귀가 모두 같지 아니하네. 내일 다시 찾아오게”

여섯 귀로는 상의할 일이 아니라는 뜻은 다른 사람을 의지하지 말고 달마와 둘이서만 밀담을 나누어라, 혹은 달마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달마가 이 답변을 해 줄 수 있겠는가?! 직접 스스로 자신에게서 구하라는 의미로 사료된다.    
 
⑥ 홍주수로가 조사서래의에 대해 질문했을 때이다. 수로가 처음으로 마조를 찾아와 물었다. 
“달마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마조는 대답 대신 수로에게 절을 하라고 한다. 수로가 막 절을 하려는 순간, 마조는 수로를 발길질로 걷어찼다.

마조가 수로를 걷어찬 것은 절을 하고 있는 그 본질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채찍인 것이다. 이러한 마조의 깊은 뜻을 알고 있는 수로였고, 근기가 뛰어난 제자였던 것으로 두 선사가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좋은 본보기로 보인다. 이같이 조사서래의에 대한 제자의 질문에 마조가 답변한 경우를 정리해보자. 언변으로 답변한 경우는 ①②③ 세 가지인데, 이 또한 조금씩 다른 분위기다. 다음 ④⑤⑥은 직접 행동으로 답변했는데, ④⑤는 뺨을 때리거나 손으로 쳤고, ⑥은 발길질을 하였다. 똑같은 질문에도 일괄적이며 교조적인 답변 없이 그때그때마다 제자들의 근기와 그 당시의 상황에 맞추어 지도 편달한 교육자였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694호 / 2023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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