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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실무와 이론의 겸업

변호사와 교수를 병행하는 일

법원 건너편에 첫 사무실 마련
명지재단 법인 고문변호사도
고대 법대 학장의 교수직 제안
객원 교수로 교육자의 길 시작

‘이상규의 나의 삶, 나의 불교’ 연재를 집필한 이상규 변호사가 8월16일 별세했다. 고인은 타계 전 10여편의 원고 집필을 마무리해 법보신문으로 보냈다. 이에 본지에서는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고인이 남긴 원고 모두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약 반년을 푹 쉰 나는 이제 일을 시작해 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먼저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막상 준비를 하려니 일이 여간 많지 않았다. 사무실을 마련하랴, 그 사무실의 내부구조를 새로 꾸미랴, 필요한 집기를 들여놓으랴, 돈도 돈이지만, 일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대법원에서 서울지방법원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법원과 검찰기관이 모두 경복궁 담 길을 경계로 하여 있었다. 때문에 변호사사무실은 대부분 서소문동에 있었다. 나 역시 법원에서 걸어서 10~20분 정도의 위치에서 사무실을 구했다.

다행히 법원 블록에서 길 건너인 명지빌딩 9층에 빈 방이 하나 있다고 하면서 빌딩의 소유자인 명지재단 측에서 전화연락이 왔었다. 

연락을 받고 명지빌딩으로 가보니 방의 크기나 건물의 위치 등이 모두 나에게 알맞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명지재단 이사장이시던 유○○께서 여러 좋은 조건으로 그곳으로 와서 학교법인의 고문변호사를 맡아줄 것을 제의했고, 그곳으로 가기로 정했다. 

나머지 일은 인테리어 업자에게 맡겨서 진행했다. 책상과 타이프라이터 등 집기는 사무장으로 내정한 사람이 맡아서 준비하고 모두 처리했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나 프린터가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한글 타자기와 한자 타자기가 별도로 있어야 함은 물론, 영문 타자기도 필요했지만, 영문 타자기는 내가 미국 유학 생활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사무실 준비가 거의 완료됨으로써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개업신고서를 제출하였으나, 한 편으로는 과연 변호사의 일감이 충분히 생길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사법대학원과 사법연수원에서의 강의는 물론, 내 ‘신행정법론, 상, 하’ 책이 많은 대학에서 오랫동안 교재로 쓰이고 있었다. 나 스스로도 미국에서 귀국한 해부터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계속하여 담당하였던 관계로 법조계와 행정계에서 꽤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대로 마음 놓고 출발하였던 셈이다. 

특히 당시만 해도 변호사 수가 얼마 되지 않아 오히려 변호사의 수요에 미치지 못한 상태였기에 그런대로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변호사를 개업하되 민사와 행정사건 만을 취급하고 형사사건은 다루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일이다. 사건을 맡기보다 거절하기가 더 어려웠으니 말이다.

변호사 개업을 한 지 한 달쯤 된 어느 날 고려대 법대 학장(후일에 고려대 총장직무대행을 역임한 김진웅 씨)으로부터 만났으면 하는 전화가 왔다. 김 학장은 바로 다음 날 점심에 만났으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법정 및 서면작성 등 정해진 일들로 시간이 나지 않아 그 주의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만나보니 용건은 다음 학기부터 고려대 법대의 행정법 교수로 와 달라는 것이다. 나로서는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휴직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은 물론, 일단 개업을 하였으니 변호사의 일을 충실히 해보고 싶었다. 

김 학장과 교수직과 관련해 서로 협의한 결과, 그해 2학기는 강사로 행정법 강의를 하고, 82학년도 1학기부터 교수와 변호사직을 겸하는 조건의 객원교수(강의 시간수와 연구실배당 등은 전임 교수와 같이 하는 것)로 강단에 서기로 하였다. 

결국, 개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변호사와 교수직을 겸하였을 뿐만 아니라, 매 학기 시작 전에는 새로운 법령 및 판례를 반영하기 위한 내 ‘신행정법론, 상, 하권’의 원고정리까지 하지 않을 수 없어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상규 변호사, 전 고려대 교수 

[1694호 / 2023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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