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봄, 책 한 권을 들고 30여년 만에 돌아와 단박에 화제의 중심에 선 향봉 스님.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시인, 출판사 대표,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등으로 1970년대와 80년대를 종횡무진했으나 어느 날 돌연 사람들의 시선 밖으로 떠났던 향봉 스님은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이라는 책을 들고 사람들의 시선 속으로 다시 훌쩍 들어왔다. 그리고 단숨에 ‘베스트셀러 저자’에 복귀한 스님이 이 여름 다 가기도 전에 사실상의 후속작 ‘산골 노승의 푸른 목소리’를 선보였다. 한 번의 공백기도 없이 집필해온 작가인 듯 생생한 ‘요즘 목소리’로 전하는 향봉 스님의 에세이는 ‘30여년의 공백’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리 만치 녹슬지 않은 필력을 입증했다.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에서 젊은 날의 자화상과 15년에 걸친 외국 생활 등을 회고하고 사자암에서의 일상 등을 전하며 세간의 궁금증에 답해 주었다면 ‘산골 노승의 푸른 목소리’에서는 지난 세월 꾹꾹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전한다. 그것은 행복과 자유,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을 엮어가는 지혜와 깨우침의 죽비소리다. 날카롭지 않고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사유에 뿌리를 두고 전하는 한 줄 한 줄은 70대 중반의 노승이 전하는 진심으로 빼곡하다.
‘있으면 있는 대로 행복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자유로운 것이다. 행복은 만족에서 비롯되고 불행은 견줌의 버릇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소유욕은 키울수록 병이 되고 욕심은 버릴수록 편안한 것이다. 넘침도 없이 지나침도 없이 소소한 일상이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장터의 시끌벅적함과 얄팍한 상술에도 고개 끄덕여 주고 싸구려 봉지 커피 한 잔에 감사함을 느끼며 바람 불면 바람따라 움직이고 이슬이 내린 만큼 목을 축인다. 그렇게 적당한 크기의 행복이 온몸으로 파고 드는 일상 속에서 스님은 불교가 깨달음의 종교임을 새삼 정의한다.
‘깨달음은 참사람의 완선을 의미한다. 자유와 평화, 행복인이 되는 것이다. 하여, 깨달은 사람은 생각의 윤회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의혹됨이 없고 걸림이 없으며 속이지도 속지도 않는 사람다운 사람이다.’
수없이 씁쓸하고 그만큼 또 달달하기에 흔들리면서도 또 살아가는 인생. 진정한 행복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지, 그러니 어떻게 살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 어떻게 사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이며 온전한 깨달음인지, 무엇보다 참된 스승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전하는 목소리가 묵직하고 생생한 푸른 빛으로 전해진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94호 / 2023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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