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묘년 하안거 해제법어] 팔공총림 동화사 방장 의현 스님 법문

  • 교계
  • 입력 2023.08.31 15:56
  • 수정 2023.09.01 13:27
  • 호수 1695
  • 댓글 0

복덕구족·지혜 충만해도 실천 없으면 헛것
​​​​​​​선지식들 앞장서 사바세계 불국토 만들길

팔공총림 동화사 방장 의현 스님.
팔공총림 동화사 방장 의현 스님.

원래 금강산 마하연선원과 남쪽의 팔공산 금당선원이 선불장으로 서로 쌍벽을 이루었는데 이제는 금강산 마하연선원의 모든 법과 정기가 금당선원으로 옮겨왔습니다. 오늘은 백중을 맞아 하안거를 해제하고 선망부모와 무주고주 고혼 천도를 위해 봉행한 49재를 회향하는 날입니다.

옛날 추풍령 고개에 자그마한 암자가 있었는데 그 암자에는 덕이 높은 노스님과 상좌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얼굴에 복덕을 구족하고 지혜가 있어 노스님은 이 상좌에게 자신의 법을 물려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상좌는 지혜도 신심도 없어 산에서 나무나 해오고 도량 청소나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복덕을 구족한 상좌가 삼배를 올리더니 속가의 어머니 병이 위중하니 내려가 병간호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노스님이 생각하기를 얼굴도 반듯하고 지혜도 출중하니 속가에 가면 그 부모가 붙잡아 장가를 보내 다시는 절로 돌아오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노스님이 반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 상좌는 뜻을 굽히지 않고 어머니 병간호를 하겠다며 속가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는 두세 달이 지나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원만하단 상호가 일그러지고 얼굴에는 살기까지 등등한 겁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니 상좌가 말하기를 어머니께서 속환해 장가를 가라 하셨지만 노스님의 법을 잇기 위해 그 말씀을 뿌리치고 돌아오는 길에 추풍령 고개를 넘는데 어떤 가마가 뒤따라 오더라는 겁니다.

그 가마꾼이 말하기를 “가마 안에 절세 미녀가 타고 있는데 가문이 모함을 받아 멸문지화를 당하고 이 처자만 살아남았으니 스님께서 이 처자를 출가시켜야 되지 않겠냐고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상좌가 “여자와 재물을 멀리하라고 스승이 가르치셨는데 내가 어찌 이 처자를 데려가겠는가. 너희들이 알아서 모시고 가라”고 돌아섰답니다.

그러자 처자가 가마에서 내려 말하기를 “스님을 생각하며 이곳에서 인생을 마감하고 육신을 버린 후에라도 스님을 사모하는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상좌가 이 처자를 뿌리치고 돌아왔다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노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네가 사람을 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살생을 하고 왔기에 복덕 구족하던 얼굴이 일그러지고 얼굴에 살기가 도는구나”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박복하고 지혜 없던 제자가 어머니 병간호를 하겠다고 하기에 노스님은 별 기대도 없이 그리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만에 돌아온 제자를 보니 이전과 달리 복덕과 지혜를 두루 갖춘 것입니다.

그 상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 물으니 역시나 어머니가 결혼하라 권했지만 법을 잇겠다며 뿌리치고 돌아오는 길에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는 개미와 동물들을 보고는 밤새 건져 강둑으로 피신시켜 주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노스님께 평소 가르치시기를 방편이 없는 지혜는 속박이다. 방편이 있는 지혜는 구경해탈이라 하셨다”며 “가르치신 데로 방편이 있는 지혜로 살기를 원했다”는 겁니다.

부처님께서도 팔만대장경을 방편으로 설하신 겁니다.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하안거를 지내신 선지식 스님들께서는 참으로 복덕을 구족하고 지혜를 두루 갖추신 분들입니다. 우리가 살며 만나는 모든 생명 있는 물체는 우리의 처자권속, 형제 아니었던 이가 없습니다. 이 같은 법을 성취하면 세계평화를 성취하는 것이고 그것이 불국정토를 이루는 것입니다.

시방삼세 유주무주 모든 고혼께서는 이 법을 잘 경청하셔서 극락의 구품연대에 상품상생 하시고, 모든 선지식들께서는 부처님 정법을 이어 교화 전법하는 일선에서 이 사바세계를 불국토로 만들어 이고득락하시기 바랍니다.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