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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예상되는 기후 파국 막을 유일한 대안은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3.09.01 09:19
  • 호수 1695
  • 댓글 2
‘비건채식으로 지구를 살립시다’ 등 구호를 외치며 ‘2023 세계 비건채식 기후 행진’을 하는 국내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비건채식인들. 이러한 캠페인은 선진국 곳곳에서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비건채식으로 지구를 살립시다’ 등 구호를 외치며 ‘2023 세계 비건채식 기후 행진’을 하는 국내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비건채식인들. 이러한 캠페인은 선진국 곳곳에서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에도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세계의 각국이 2050년까지 넷제로(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도록 해 순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를 선언했지만 실제로 이행 여부는 미지수다. 넷제로을 위한 매년 7% 온실가스 감축은 없고 온실가스가 오히려 더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제합의가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할까. 그 사이 기후위기는 더 악화해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른 것 같다. 기후위기가 이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시점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더 힘을 받는다.

첫째, 전 세계 인구 중 가장 부유한 1%의 탄소 배출량은 가장 가난한 50%의 두 배에 달한다. 반면 기후피해로 인한 고통은 대부분 가난한 50%의 몫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선진국 중산층과 같은 생활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욕구다. 선진국들이 풍족하게 잘 살 수 있는 건 가난한 나라에서 탄소 배출 등 많은 것들을 빼앗고 전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진국이 대안적 발전 모델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세계 인구의 70%인 비선진국을 위해서 선진국은 탄소 배출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소비량도 반감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 내부 정치인들이 과연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을까. 선거에서 지는 게 뻔한 데 말이다.

둘째, 온난화를 2℃ 이내로 억제하는 과정에서 GDP에 미치는 영향은 많이 봐야 2%가량이고 1.5℃로 억제하는 경우엔 2.9%정도다. 즉 2.9%의 비용을 부담하면 충분히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적 이점이 세계적 비용을 넘어서는데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세계적 편익을 국가나 개인의 편익과 연결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국제 정치 체제가 주권 국가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기후변화와 핵 등 지구적 아젠다를 다룬 경험도 없는데다가 ‘나’라는 자아와 개인주의 또한 공공의 이익과는 배치되는 협소하고 과격한 특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기후위기뿐 만이 아니다. 세계의 과학자들이 ‘지구위험 한계선’ 개념을 8개 지표로 정량화해 지구의 ‘건강 상태’를 측정했더니 기후, 생물 다양성, 토지이용, 지표수, 지하수, 질소 오염, 인 오염, 대기 오염 등 8개 지표 가운데 대기 오염만 제외한 7개가 이미 '위험 구역'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문제는 ‘지구 시스템’ 안의 이들 지표가 하나라도 임계점을 벗어나면, 도미노가 무너지듯 연쇄 효과로 결국엔 인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구 시스템은 상호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다른 지표들도 경계 내에서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비건채식이 무엇보다 파국으로 치닫는 기후위기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지구 복원력 회복을 위한 유일한 전략적 해결책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8개 지표 모두를 상당하게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뿐 아니라 메탄 감축이 짧은 기간 안에 지구가열화를 늦출 수 있어 이산화탄소 감축의 시간을 상당 부분 벌어주기 때문이다. 메탄은 목축 60%·화석연료 40% 발생하고 사육 ‘소·양의 트림’이 주 배출원이다.

또한 현재 개발단계에 있는 불확실한 탄소 포집 및 제거 기술에 의존하는 것보다 비건채식을 통해 사료 재배로 인한 과도한 삼림파괴와 해양자원 남용을 줄여 숲과 토양,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면 온실가스를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게 흡수할 수 있다. 세계 농지의 80%가 축산용이고 축산업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의 91% 그리고 해양 오염과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요 원인이다.

분명 알아야 할 사실은 비건채식이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적응’ 면에서도 핵심적이고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 직전에나마 인류가 비건채식으로 전환에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기후 파국이 된 후에는 고기 생산에 세계 식량의 40%와 엄청난 물을 낭비하는 등 세계 자원에 대한 어마어마한 부담을 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때는 누구나 육식을 받아들이지 못할 행위로 인식할 뿐 아니라 고기를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비건 세상’이라는 지구적 식습관 전환은 불가피하다.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과 가뭄, 태풍 등으로 지구 환경이 위기에 직면한 현재, 인간만을 법적 주체로 규정한 현재의 법체계를 넘어 동식물의 권리를 규정한 '지구법'을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 핵심 원리는 지구상의 비인간 존재에게도 ‘존재할 권리, 거주(서식)할 권리, 진화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 주요국가 대표들이 브레턴우즈에 모여 세계의 경제 및 전후 복구에 관한 몇 가지 원칙을 합의하고 70년대 초까지 그 원칙이 사실상 세계를 번영으로 이끌었던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만약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파멸 전후(이는 전쟁보다 더 참혹한 상황일 지도 모른다) 인류가 회복하거나 정상화하려면 유엔이나 G10 같은 주요 협의체에서 지구법 원칙을 합의하고 그 원칙에 각 나라 헌법의 상위법에 상당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부디 파국으로 가기 전에 인류가 깨어나 문제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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