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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마조의 교육관- 중 ‘즉심시불’ 질문에 마조의 답변 

기자명 정운 스님

“미혹하면 중생, 깨달으면 부처”

즉심시불, 마조의 대표적 사상
직접 즉심시불 말하지는 않되
다양한 언변으로 제자들 교육
제자 상황 따라 설한 선교방편

즉심시불(卽心是佛)은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와 함께 마조의 대표적인 선 사상이다. 즉심시불이 마조의 사상으로 구축되면서 조사선의 실질적인 기반이 되었고, 선종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인 선 사상인 즉심시불로 제자들을 지도한 여러 방편을 살펴보기로 하자.

① 분주무업이 “선문(禪門)에서 말하는 즉심시불이라고 설하는 뜻을 잘 알지 못하겠다”고 하자, 마조는 이런 답변을 하였다. 
“네가 알지 못한다고 하는 마음[卽汝所不了心], 곧 별다른 것이 없느니라[卽是更無別物]. 알지 못하는 때가 곧 미혹이요, 아는 때가 곧 깨달음이니라. 미혹하면 곧 중생이요, 깨달으면 부처이다.” 
여기서 즉여소불요심(卽汝所不了心)은 즉심시불의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알지 못해서 미혹에 빠져 있는 마음, 그 자체가 이미 깨달음을 이룰 근원처이며, 그 근본 자리를 벗어나서 깨달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손바닥과 주먹이 하나이듯이 결국 마음자리에 부처와 중생이 함께 존재하며 번뇌와 보리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② 대주혜해가 처음으로 마조를 친견하고 “불법을 구하기 위해서 왔다”라고 말하자, 마조는 이렇게 답변했다.  
“어찌하여 너의 보물 창고를 집에 놔두고, 쓸데없이 돌아다니기만 하는가?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불법 따위는 찾아서 무얼 하겠느냐?” 
여기서 ‘너의 보물 창고’란 바로 참된 본성을 말하는 것이요, ‘지금 묻고 있는 자네’는 곧 즉심이다. 그러니 묻고 있는 자네[卽心]가 보물창고[是佛]인 것이다.
③ 다음은 마조와 대매법상과의 기연이다. 법상이 마조에게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라고 묻자, 마조는 “곧 너의 마음이다”라고 답변했다. 결국 중생이라는 존재는 원래 법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부처가 되어 있는 존재요, 그 부처와 중생이 하나인 경지로서 도가 이루어진 경지이다. 
④ ‘전등록’에 마조의 즉심시불과 비심비불 사상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승려가 물었다. 

“화상께서는 어찌하여 ‘마음이 곧 부처[卽心是佛]’라고 설하십니까?”/ “어린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다.”/ “울음을 그치면 어떻게 합니까?”/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非心非佛].”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이 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에게는 어떤 것도 아니다[不是物]라고 하겠다.”/ “바로 그런 사람이 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에게 대도를 손에 쥐어 주도록 하겠다.”

이 비유를 황엽지제전(黃葉止啼錢)이라고 한다. 아이의 울음을 멈추기 위해 낙엽을 반짝거리게 해 황금이라고 속여 달랜다는 뜻이다[→卽心是佛]. 울음을 그친 아이에게는 황금 낙엽이 필요 없다[→非心非佛]. 즉 처음에는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즉심시불이라고 하고, 아이가 울음을 그치면 마조는 또 그 사람을 위해 비심비불이라고 설한다. 

이와 같이 마조는 즉심시불로써 많은 제자들을 제접해 교화했으나, 마조가 즉심시불이라고 설한 본의도는 수많은 제자들의 개오(開悟)의 기연(機緣)에 보여진 일상어일 뿐이며 수시(隨時)의 방편설이다. 그때그때 그 제자의 상황에 맞게 지도한 선교방편(善巧方便)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마조는 제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즉심시불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나 즉심시불로 귀결된다. 즉 ‘각자 자신의 마음이 부처라고 믿는 이 마음이 부처[各信自心是佛 此心卽佛]’ ‘다만 지금 말하는 것이 너의 마음 [但今語言卽是汝心]’ ‘지금 알지 못한다고 하는 마음 그것이 부처 자리[未了底心卽是]’ ‘그렇게 묻고 있는 자네가 보물 창고’ ‘법당 안의 부처’ ‘시심시불’ ‘비심비불’ ‘불시물’ 등 다양한 언변으로 제자를 교육하고 있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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