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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두 번째 화살 – 연관신경망

조현병, 뇌의 연관신경망 장애서 비롯

욕설에 꼬리 물며 떠오르는 분노, 연관신경망의 활성화 작용
유사한 것들 연결시켜 둔 기억 신경회로가 전전두엽에 전달
첫 화살 맞을 때 알아차리면 끄달림서 벗어나 마음안정 찾아

하나의 마음이 떠오르면 연관신경망을 타고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진다. 
하나의 마음이 떠오르면 연관신경망을 타고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진다. 

‘상윳따 니까야-화살경(Salla sutta, S36:6)’에서 붓다는 다음과 같이 설한다. 

“비구들이여, 배우지 못한 범부는 육체적인 괴로움을 겪게 되면 근심하고 상심하며 슬퍼하고 가슴을 치고 울부짖고 광란한다. …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화살에 꿰찔리고 연이어 두 번째 화살에 또다시 꿰찔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 사람은 두 화살 때문에 오는 괴로움을 다 겪을 것이다.”

화살은 아픔(괴로움)을 주는 경우를 말한다. 첫 번째 화살은 삶의 인연에 따라 맞을 수밖에 없다. 세상사 모두 원하는 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삶 속에서 첫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우리는 일반적으로 나쁜 감정을 연달아 회상하여 두 번째 세 번째 이어지는 화살을 스스로 맞곤 한다. 부처님은 이어지는 두 번째 세 번째 화살들을 맞지 않는 지혜로운 삶을 살 것을 당부하신다. 왜 우리는 이어지는 화살들을 맞을까?

지난 연재에서 삶의 기억들이 신경회로로 체화되어 뇌에 쌓인다고 하였다. 체화된 신경망은 유식학자의 언어로는 훈습(薰習)된 종자(種子)이다. 훈습된 종자는 무시로 폭류 같이 흐른다고 하였다. 현대 뇌과학적 언어로 표현하면 체화된 신경회로들은 조용히 있지 않고 항상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조용히 웅얼거리기 때문에 의식에 들어오지 않을 뿐이다. 그러다가 특정 신경회로의 활성이 커지면 그 기억이 의식에 들어온다. 어떤 생각이 문득 떠올라 일어나는 것은 이런 경우이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대부분은 특정하지 못한 단서(자극)에 의해서 일어난다. 그 자극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분명한 단서가 계기가 된다. 첫 번째 화살이 이런 경우이다. 이를테면 누군가가 나에 대한 험담을 하였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 순간 화가 난다. 첫 번째 화살을 맞은 것이다. 이러한 첫 번째 화살들은 우리의 삶에서 인연에 따라 생겨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우리의 생각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인간이 나를 욕한다고?’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이다. 보통은 두 번째 화살에서도 끝내지 못하고 세 번째, 네 번째 화살을 연이어 맞기도 한다. 부처님은 이는 어리석은 마음이며 두 번째 화살 및 이어지는 화살을 맞지 말라고 이르신다.

왜 이어지는 화살을 맞을까? 마음은 왜 꼬리를 물고 이어질까? 과학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왜 체화된 신경망은 연이어 활성화될까? 생각이 떠오를 때, 서로 관련 없는 내용이 무작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연관된 정보들이 이어지며 떠오른다.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서로 연관된 정보들은 서로 연결되어 저장된다. 연관신경망(associative neural network)이다(왼쪽 참고그림). 

그러기에 하나의 마음이 떠오르면 연관신경망을 타고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진다. 이것이 심상속(心相續, citta-dhāra, 마음의 흐름)의 신경 근거이다. 어떤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뿐인가? 그 사람의 목소리, 행동, 나와 관련되었던 일화들이 구슬에 꿰이듯 떠오른다. 두 번째 화살을 맞는 뇌신경 근거는 연관신경망이다.

왜 연관된 정보는 서로 연결되어 체화(저장)되는가? 기억 신경회로(체화된 마음)는 유사한 것끼리 서로 연결되어 저장된다. 예로써, 사과끼리는 가장 가깝게 연결되고, 조금 떨어진 곳에 배에 대한 신경회로가 연결될 것이다. 보다 상이한 바나나에 대한 기억 신경회로는 더 멀리 떨어져 생성된다. 이는 마치 도서관에 책을 보관할 때 서로 관련된 분야의 책들은 인접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과 유사하다. 새로운 정보는 기존의 연관된 정보 옆에 두는 것이 서로 관련지어 생각하기 용이하다. 책장에 새로 구입한 책을 꽂아 둘 때 우리는 이미 보관된 책들과 가장 관련이 깊은 자리를 선택한다. 그래야 찾기 쉽기 때문이다. 뇌도 마찬가지다. 

유사한 모양새들이 서로 연결되어 저장될 뿐 아니라, 관련된 내용 또한 서로 연결된다.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허브를 통하여 연결될 수 있다. 오른쪽 참고 그림을 보자. 인호는 남성이며, 중국음식 가운데는 짜장면을 좋아하고, 차는 소나타를 소유하고 있다. ‘인호’와 관련된 정보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인호’를 생각하면 그와 연관된 정보가 연이어 떠오른다. 신경망의 활성은 연결된 신경망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연관신경망이라고 하여 교집합 같이 동그라미 두 개가 서로 연결된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뇌신경망은 11차원의 공간에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복잡한 공간에서 서로 얽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모양과 색깔이 서로 비슷한 두 종류의 사과에 대한 기억이 체화되는 과정을 상상해 보자. 매우 유사한 두 사과는 망막에 매우 유사한 상(像, image)을 맺을 것이다. 그 상들은 대뇌의 1차 시각피질에 유사한 유형으로 전달되고, 각각의 사과에 대한 정보(모양, 색깔 등)를 처리하면서 종국에는 전전두엽으로 전달된다. 11차원의 공간에 펼쳐진 뇌신경회로망을 통하여 흘러가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의 활성을 상상해 보라. 물결치듯 파도 응원이 11차원의 공간에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것과 같다. 많은 뇌신경세포들이 두 종류의 사과에 대한 정보처리의 파도타기 흐름에 공통으로 참여했을 것이다. 이 신경세포들은 두 종류의 사과에 대한 기억 신경회로(체화된 마음)들에 공통으로 참여한다. 이런 공유된 신경세포들에 의해서 두 신경회로망은 서로 연결된다.

서로 가까운 종류의 사과일수록 공유되는 신경세포들이 많고, 유사성이 먼 사과일수록 공유하는 신경세포들이 적다. 바나나는 더 적을 것이고 자동차는 더욱 적을 것이다. 이렇게 유사한 정보들은 서로 더 밀접하게 연관된 신경망을 형성한다. 서로 관련이 없는 정보들은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들도 서로 다르고 따라서 기억으로 생성되는 신경망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전혀 관계가 없는 정보가 서로 가까이 연결될 필요가 있을까? 만약 그렇게 뇌신경망이 형성되어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하나의 주제로 흐르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마음을 나타내 보이는 경우가 조현병[정신분열증]이다.

어떻게 하면 이어지는 화살을 맞지 않을까? 한 가지 분명한 방법은 알아차림이다. 내가 첫 번째 화살을 맞았음을 알아차림하면 그 화살이 쏘아 올린 연관신경망의 활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끄달리는 마음에서 벗어나 평온한 마음을 되찾는다. 그런데 첫 번째 화살을 맞아도 아프지 않을 수는 없을까? 화살을 맞음과 아픔은 필연적 연결일까? 마음 공간에는 ‘보이는 자(대상, 화살)’와 ‘보는 자’가 있다고 유식학은 설명한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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