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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독립의식 고취시킨 사학계 큰 산

  • 불서
  • 입력 2023.09.05 14:25
  • 호수 1695
  • 댓글 0

역사와 선을 접목한 사학자 황의돈
황인규 지음 / 동국대학교출판문화원 / 272쪽 / 1만2000원

구국 운동 위해 북간도로 이주
학교 건립하며 애국 사상 고취
일제폭압에 역사 가르치다 파면
역사·선 접목, 철학적 견지 확립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나섰던 그러나 일반 국민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 황의돈의 이야기다. 책의 저자는 ‘역사와 선을 접목한 사학자 황의돈’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삶을 규정했다. 황의돈은 전통적인 유학자 가문에서 태어나 뛰어난 한학실력을 갖췄다. 그러나 그는 개화된 세상을 보며 근대식 학교인 군산공립보통학교에 입학해 수학했으며 서울과 일본의 동경을 오가며 근대 학문을 섭렵했다. 

그는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자 구국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북간도로 건너가 명동학교를 건립해 역사교육을 통해 애국사상을 고취시켰으며, 도산 안창호가 설립한 대성학교 등에서도 역사를 가르치기도 했다. 서슬 퍼런 일제의 폭압에도 YMCA에서 당당하게 우리 역사를 가르치다 잡혀갔으며, 재직하던 휘문의숙의 교사직에서 파면당하기도 했다. 일제의 침략전쟁이 전 세계로 향하는 등 제국주의 광기가 극에 달하며 역사교육이 금지되자 기자로 직업을 바꿔 새로운 애국와 애족의 길을 모색했다. 그러면서도 황의돈은 여러 사찰의 스님들을 찾아 배우며 불교에 귀의했고, 특별히 오대산 월정사 한암 스님과 부산 범어사 동산 스님에게 참선을 배우고 일평생 수행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해방 이후에는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들 양성에 진력했다. 황의돈은 1911년 대성학교에서 교편을 잡던 시절 시험문제로 ‘국권회복’에 대한 문제를 내고 ‘폭탄과 암살이 최선책’이라는 답에 만점을 줘 학교가 폐쇄된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황의돈의 삶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그는 국권상실의 시대였던 일제강점기, 청년들에게 역사를 교육을 통해 민족의식과 독립사상을 일깨운 역사 교육자였으며, 또한 대부분의 생애를 역사서와 저술에 힘쓰며 일제에 저항한 지식인이자 역사와 선의 접목을 시도한 문화사학자였다. 
책의 저자는 동국대 사학과 황인규 교수다. 핏줄을 함께 이어받은 황의돈의 족친(族親)이다. 황의돈의 삶은 제자들에 의해 여러 차례 기술되기는 했다. 그러나 저자는 파편처럼 흩어진 황의돈의 삶을 샅샅이 살펴 가계와 출생, 생애와 사상, 독립운동가와 민족사학의 선구자로서의 삶, 여기에 평생에 걸쳐 1만8000여 시간을 참선에 들었던 수행자로서의 삶까지 온전히 드러냈다. 저자는 특히 황의돈이 학문으로서의 역사와 종교로서의 불교를 조화시켜 하나의 대우주를 형성하는 역사 철학적인 이론을 정립한 점을 특별히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역사는 생활개선의 기록이기에, 기억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실천의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세월이 수상할수록, 오로지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한길을 걸었던 위대한 삶에 더욱 다가서려는 마음이 인지상정으로 일게 된다. 그렇다면 아마도 이 책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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