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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불자 교정인은 어디에 있나요

  • 기자칼럼
  • 입력 2023.09.05 15:42
  • 수정 2023.09.06 17:39
  • 호수 1695
  • 댓글 0

“회원수 감소가 제일 큰 고민이죠. 불교모임이 없는 지부도 있고, 무엇보다 신규 회원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창립 30년을 앞둔 어윤식 전국교정인불자연합회장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7월12일 안양 선우정사에서 열린 서울·경기·강원지부 연합정기법회에 참석한 회원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인사 이동 시기이기도 했고, 근무 특성상 시간 내기가 어려웠더라도 3개 지부가 합동으로 진행하는 법회였다. 어 회장이 안고 있는 고민과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자리였다.

불자 교정인들은 불심회를 조직해 자체적으로 신행활동을 이어왔다. 전국 교정기관에서 근무하는 불자 교정인들 간 결속력을 높이고 정기 활동을 통한 신심 고취를 위해 1994년 전국교정인불자연합회를 창립했다. 이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변화가 감지됐다. 근무체제 변화에 따른 회원 이탈이 가속화 된 것. 5000여명에 이르던 회원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전국에 있는 54개 교정기관 가운데 불심회가 없는 지회가 18곳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지회에서 납부하는 회비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여력이 되지 않는 지회도 상당수여서 연합회의 재정도 악화되고 있다. 달력제작은 중단됐고, 수련회도 임원진들이 인연 있는 스님에게 후원금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심회에도 지도법사가 없어 수용자 포교를 위해 찾아온 스님에게 부탁하거나 수소문해 스님을 모셔 일회성으로 법회를 여는 처지다. 불심회 운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회원들이 이탈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불교계가 그동안 수용자에만 집중하고 교정인 포교는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의 불자 교도관은 “종교 활동 담당은 해당 종교 직원만 하는 게 아닌데 법회에 스님들과 불자들이 오면 담당 교도관은 뒷전”이라 전하기도 했다.

불자 교정인의 감소는 수용자 포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교정기관은 수용자들의 심적 안정 및 재범방지 등을 위해 종교활동을 적극 실시하고 있는데 교도관이 이 업무를 담당한다. 어 회장의 경우 여주교도소 재직 당시 불교 입문반을 개설하고 스님과 불자들의 후원으로 교도소 내 석가모니불상과 관세음보살상을 모셨다. 또 ‘붓다 아카데미’를 개설해 수용자들의 교정교화는 물론 참다운 불자로 살 수 있도록 도왔다. 신심 있는 교도관 한 명만으로도 수용자들에게 엄청난 변화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코로나19로 외부인 출입이 차단됐을 때도 불서를 나눠주고 사경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여건을 조성하며 수용자들의 신행활동을 도왔다. 그러나 이처럼 원력을 가진 불자 교정인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여주교도소의 ‘붓다 아카데미’는 10여년만에 중단됐다.
 

수용자 포교 못지않게 교정인 포교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 불자 교정인의 적극적인 활동은 수용자들을 변화시킬 정도의 파급력이 있다. 불자 교정인 급감은 어 회장만의 고민이 될 수 없다. 교계가 원력을 갖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당면 문제다.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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