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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법은 주변 사람들과 행복 나누는 일입니다”

  • 법보시
  • 입력 2023.09.08 15:28
  • 수정 2023.09.09 06:37
  • 호수 1696
  • 댓글 3

대일황 장윤정 불자

2018년 말 화병으로 괴로워하던 중 횡성 성덕사와 인연
고통 사라지고 내 탓 자각…법화경 사경 중 사리 출현도

횡성 성덕사에서의 장윤정 보살.
횡성 성덕사에서의 장윤정 보살.

백중을 일주일 앞둔 8월23일, 경기도 용인에 사는 장윤정(대일황·50) 불자는 그날도 ‘법화경’을 사경하고 있었다. 사경을 할 때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불보살님이 곁에서 지켜주는 것 같았다.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고, 집안일에 횡성 성덕사 총무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이지만 어떻게든 1년 안에 ‘법화경’ 사경을 회향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일정한 시간을 내기 어려웠기에 직장과 집에서 짬짬이 대학 노트에 정성껏 경전을 썼다.

그렇게 1년여 만에 ‘법화경’ 사경을 회향할 수 있었고 남은 대학 노트 뒷부분에 옴마니반메훔을 써내려갔다.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지더니 글이 참 달고 맛있다는 느낌과 함께 환희심으로 차올랐다. 그때였다. 사경 노트에서 작은 구슬이 툭하고 떨어졌다. 순간 ‘대자유 속에 자유를 누려라’라는 글자가 마음에 선명히 떠올랐다. 이게 무슨 일일까. 장 불자는 지난해 절에서 보았던 사리가 떠올랐다. 노보살님들로부터 사경을 하면 신비한 일이 많이 생긴다는 얘기도 기억났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도 깜짝 놀랐다. 곧바로 성덕사 회주 운봉도안 스님에게 전화를 드렸고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스님은 ‘법신사리’일 것이라고 했다. 환희심이 솟아올랐다. 사리는 맑고 영롱했다.

장 불자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어머니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 그런데도 불교가 싫지 않았고 잠꼬대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소리를 내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교는 멀리 있었다.

그가 불교와 인연이 닿은 것은 2018년 말이었다. 철썩 같이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보고 회사도 문 닫을 상황에 내몰렸다. 배신감과 분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화병이었다. 마음은 피폐해져갔다. 병원을 찾고 약을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누군가 횡성 성덕사 회주 도안 스님을 소개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다. 몸이 아닌 마음의 피신이었다.

노스님은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세속을 초탈한 듯한 스님의 웃음이 그의 마음에 내려앉았다. 어떻게 해야 저런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걸까 싶었다. 그 뒤로 절을 자주 찾게 됐고 스님도 자주 뵀다. 스님의 온화한 표정은 한결같았고 정진할 때면 며칠 씩 곡기를 끊고는 했다. 스님이 건네는 말은 큰 위로가 됐고 불교가 수승한 종교임을 깨닫게 했다. 장 불자는 절에 갈 때면 법당에 앉아 부처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부처님께 뭐를 해달라고 바란다거나 분노를 다스리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우두커니 지켜보았다.

그러나보니 조금씩 내려놔졌다.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들도 가벼워져 갔다. 애초 원망할 일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상황임을 깨달았다. 용인에서 횡성까지 매주 1~2차례씩 절을 찾았다. 청소도 하고 공양도 마련하고 총무 역할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회사는 정상화됐다. 노스님은 변함없이 맑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계셨다. 자신도 스님과 같은 미소를 한 번 지을 수 있다면 5분 뒤에 삶을 마치더라도 여한이 없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장윤정 불자가 집에서 사경하는 모습.
장윤정 불자가 집에서 사경하는 모습.
장윤정 불자가 '법화경'을 사경하면서 출현한 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고 있다.
장윤정 불자가 '법화경'을 사경하면서 출현한 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고 있다.

‘법화경’ 사경을 시작한 것은 부처님이 좋아 불보살님을 직접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사리의 출현 못지않게 큰 가피는 일상이 평안해지고 화를 낼 일이 없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장 불자가 최근 법보신문을 교도소, 군·병원법당, 관공서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전법은 주변 사람과 행복을 나누는 일”이라는 그는 많은 사람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인연이 닿아 깨달음 공부를 하고 이를 통해 자신과 주변 사람도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장 불자는 이렇게 말했다.

“마음공부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감정과 혈기에 휘둘리고 지혜보다 지식이 앞서기 십상입니다. 사성제와 팔정도 등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고 부처님 법을 널리 알려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부처님께 귀의해 석가족 일원으로 살아갈 때 반듯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수도권 지사=허광무 지사장

[1696호 / 2023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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