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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수행이론의 총망라(68)-깨친 이의 능력; 각론 ③

번뇌의 가장 으뜸은 성내는 마음

화엄경을 분석적으로 읽으면
머리에 쏙 들어오는 경우 많아
그러나 경 본문 근거 점검하고
끝내는 꼭 실천하는 것이 중요

지난주까지는 ‘여래십신상해품 제34’와 ‘여래수호광명공덕품 제35’를 통해 깨친 이가 수행의 결과로 이룩한 외모[修生]를 기준 잡아 설명해 마쳤다. 이제부터는 수행하여 번뇌를 제거하여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 드러냄[修顯]을 기준 잡아 소개할 차례이다. 앞질러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을 말해보면, ‘보살행’과 ‘불성’이다. 번뇌 때문에 ‘요 모양 요 꼴’로 살지만, 나는 본래 보살처럼 행동하고 성품은 부처이다. 문제는 번뇌이다.

번뇌가 하고 많지만, ‘화엄경’ 구성작가는 ‘성내는 마음[瞋]’을 으뜸으로 뽑고 있다. 경전 본문을 보자.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면 백만의 장애 되는 문을 이루게 되는 연고니라. 무엇을 백만의 장애라 하는가? 이른바 보리를 보지 못하는 장애, 바른 법을 보지 못하는 장애, 부정한 세계에 나는 장애, …… ” 

이렇게 시작하여 100가지[門] 장애를 열거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보현행품 제36’에 소개된다. 

한편, 위에서 ‘본래 갖추어진 불성’이 드러난다고 필자가 말했는데, 대체 무슨 능력이 드러난다는 것인가? 그 대답을 저 유명한 ‘여래출현품 제37’의 다음의 말씀으로 대신한다. 역시 운허 스님의 ‘한글대장경’에서 인용한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중생들이 여래의 지혜를 구족하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어리석고 미혹하여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가. 내가 마땅히 성인의 도로 가르쳐서 허망한 생각과 집착을 영원히 여의고 자기의 몸속에서 여래의 광대한 지혜가 부처와 같아서 다름이 없음을 보게 하리라.”

자, 이제는 경학 연구방법으로 과목을 추스른다. 이상의 두 품 즉 ‘보현행품 제36’과 ‘여래출현품 제37’은 ‘후약수현[後約修顯]’이 되고, 그 이전의 ‘여래십신상해품 제34’와 ‘여래수호광명공덕품 제35’는 ‘초약수생(初約修生)’이 된다. 이 과목 명칭에서 ‘약(約)’은 ‘~의 측면을 기준으로 잡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화엄의 경학자인 청량징관 법사가 보기에, ‘화엄경 구성작가는 제34품과 제35품에서는 수생(修生)의 측면을 잡아서 이야기를 엮었고, 한편 제36품과 제37품에서는 수현(修顯)의 측면을 잡아서 엮었다’라고 해석했다. 위의 문장에서 ‘따옴표’ 속의 내용은 청량(징관)의 해석을 탈공(신규탁)이 미루어 해석한 것이다. 핵석이 중층(重層)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게 경학(經學)의 한 가지 사례이다.

경학(經學)은 분석하여 해석하며 평가하여 주장하는 ‘철학하는 사람’의 몫이고, 중요한 건 경(經) 자체에서 전하려는 본문의 요점이다. 그 요점을 한마디로 말하면, 성내는 마음은 온갖 좋은 걸 가로막는다는 말이다. 경학자들은 소위 ‘썰’을 세운다. 좋지 못한 측면을 필자 스스로 반성하려고 ‘썰’이라고 폄하의 표현을 사용했지만, 좋은 측면도 없지 않다. 

예를 들면, 독자 여러분께서 직접 ‘화엄경’ 본문에 열거한 ‘100가지[門] 장애’를 읽으려면, 매우 지루할 것이다. 그런데 경학의 ‘썰’을 활용하면 읽기가 좀 수월할 것이다.

어떻게? 100가지를 다섯 범주로 쪼개서 10신(信), 10주(十住), 10행(十行), 10회향(十廻向), 10지(十地)에 짝 지운다. 이렇게 분석적으로 읽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내용이 더 머리에 쏙 들어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런 ‘썰’에 묶이면, 경 본문의 본래 맛을 간과하기 쉽다.

아무튼 성내는 마음은 참 안 좋다고 한다. 한번 성내는 마음이 생기면 일체를 장애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경학의 ‘썰’ 푸는 이들은 ‘일(一)’과 ‘다(多)’의 관계로 현란한 소리를 한다. 다 좋다. 경학적 방법을 활용하여 경의 본문을 읽고, 경의 본문에 근거하여 경학을 점검해야 한다. 그리하여 끝내는 실천해야 한다. 

화내지 말자. 화내지 말자. 화내지 말자. 그러자니 방법이 필요하다. ⑴열 가지 법을 부지런 닦고, ⑵열 가지 청청함을 구족하고, ⑶열 가지 광대한 지혜를 구족하고, ⑷열 가지로 중생 속으로 두루 들어가고, ⑸열 가지 묘한 마음먹기를 하고, ⑹열 가지 교묘한 지혜를 내야 한다. 

‘보현행품 제36’의 이런 자세한 내용은 다음 주에 더 소개하기로 한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96호 / 2023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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