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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적폐청산 외치던 신학림의 ‘새옹지마’

  • 기자칼럼
  • 입력 2023.09.15 21:27
  • 수정 2023.09.18 20:05
  • 호수 1697
  • 댓글 0
검찰에 출석한 신학림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TV조선 유튜브 캡쳐]
검찰에 출석한 신학림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TV조선 유튜브 캡쳐]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근래 적폐의 대명사처럼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불교계로선 복잡한 심정이다. 불교계가 마치 적폐집단이라도 되는 듯이 수년간 온갖 비난을 높이더니 정작 본인이 적폐로 몰리는 상황이 ‘새옹지마’나 ‘적반하장’이라는 옛말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신씨는 미디어오늘 대표이사, 인터넷 탐사언론 뉴스타파 전문위원, 코리아타임즈 편집국장, 한국일보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런 그가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전 머니투데이 법조기자)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에 있을 당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통해 조우형 사건을 덮어줬다’는 취지의 내용을 공개해 대선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2021년 9월 진행했다는 이 인터뷰를 지난해 3월 대선을 앞두고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게다가 인터뷰를 한 날로부터 닷새 뒤 김만배로부터 1억6500만원을 받은 것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사실을 조작한 인터뷰를 의도적으로 공개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런데 신씨는 “당시는 김만배의 말이 거짓인지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며 “그저 전문위원으로서 뉴스타파가 요구하는 자료와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김만배로부터 받은 1억6500만원은 “본인의 ‘대한민국 혼맥지도’ 책 3권에 대한 대가”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의 말에 많은 사람이 혀를 찬다. “취재원이 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는 말이 언론사 대표이자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을 지낸 그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문 지식을 갖고 언론사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밝히는 ‘전문위원’이라는 이가 “언론사가 요구한 자료를 제공했을 뿐”이라니. 초등학생이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책 3권 값으로 1억6500만원을 받았다”는 해명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만해 스님의 첫 시집 ‘님의 침묵’, 김소월 작가의 ‘진달래꽃’ 초판본 가격을 무색하게 한다.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인에게는 투철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그중에서도 공정성, 정당성, 진실성을 갖춰야 하며 부당이익, 사생활침해, 갈등·차별을 조장해선 안 된다. 그러나 지금 신씨에게서 이러한 직업윤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조계종적폐청산연대 공동대표로도 2017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신씨가 적폐청산연대의 공동대표를 맡게 된 것은 ‘이 시대를 관철하는 공정한 언론인’이라는 이미지 덕분일 것이다.

과연 신씨에게 조계종을 적폐라고 규정하고 비난할 자격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계종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신씨가 적폐라고 부르짖고도 남을 일임은 분명하다.

적폐청산의 시작은 내면의 성찰에서 비롯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엔 상대는 물론 자신을 해치는 결과로 되돌아올 뿐이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97호 / 2023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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