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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인 200명 시대 회복 가능한가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9.18 13:11
  • 수정 2023.09.18 15:13
  • 호수 1697
  • 댓글 0

‘출가’는 ‘단절’, 교육과정은 ‘시련’
고착된 인식이 ‘출가의 벽’으로 서
출가학교‧행자교육원 운영이 효율적
“출가인 한 분이 모든 이에 희망”

조계종이 출가인 확대를 위한 ‘출가장려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장은 교육원장 재임 초기부터 ‘출가인 확대’를 종단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피력해 왔던 혜일 스님이 맡았다. 첫 회의에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갈수록 출가자 감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종도가 공감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하며 “혜일 스님을 중심으로 한 위원들이 좋은 대안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혜일 스님은 “5년 안에 매년 출가자가 200명이 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 불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성공한다면 13년 전인 ‘2010년대 200명 출가자’ 시대를 회복하는 것이다.

1990년대 한 해 평균 500여명에 달하던 출가인은 2020년대를 넘어서며 60‧80명대 등 두 자릿수로 줄고 있다. 교계에 회자 되는 말 그대로 ‘출가절벽’의 시대다. 출가인이 줄어든 주된 이유가 저출산‧경제성장에 따른 인구급감‧탈종교화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조계종도 이러한 사회변화를 감지해 나름의 고민을 거듭한 결과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해 왔다. 출가인 현황 그래프가 뚜렷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던 2005년 40세(최고)로 낮췄던 출가인 나이 기준을 50세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그 후 10여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그래프는 다시 올라서지 않았다. 하향선 만을 보여주는 그래프에서 읽을 수 있는 건 ‘급감‧절벽’이었다

2017년에는 ‘내 생에 가장 빛나는 선택, 출가’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공개하며 종단사상 처음으로 ‘2018년 상반기 출가자 모집 광고’를 냈다. 출가자에게 생활에 필요한 주거, 교육, 의료 제공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특히 국민건강 보험료, 국민연금 보험료, 입원진료비·요양비 지원은 물론 중앙승가대‧동국대 불교대학 입학 시 등록금 및 수업료 전액 지원, 군승 지원 시 특별 선발 등의 각종 혜택에 초점을 맞췄다. 

출가인 확대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였던 조계종은 올해 100명대를 내심 기대했지만 84명에 그쳤다. 지난해 61명에 비해 늘어 다행스럽지만 반등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조계종이 운영하는 출가 상담 전화도 2020년에는 월평균 40건이 넘었으나 올해는 절반 수준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출가인 확대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님을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존의 출가장려 정책들을 좀 더 세밀하게 살피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원이 최근 출가장려위에 제시한 정책도 여기서 출발했을 것이다. 

교육원은 ‘초·중·고·대학생들을 위한 단기출가학교 운영’ ‘직장인들을 위한 주말 단기 출가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교계의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출가’는 ‘단절’로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스님이 되기까지의 교육과정 자체를 혹독한 ‘시련’으로만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인식의 벽을 허무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단기 출가학교라고 본다. 

‘행자교육 내실화를 위한 상설행자교육원 운영’도 시의적절한 제안이다. 교육원이 2016년 행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도 포기를 고민한 주된 이유로 남행자는 ‘교육시스템 부재’와 ‘강압적 명령’을 꼽았다. 사찰 내의 권위주의적 문화는 출가의 길을 학대하는 데 걸림돌일 뿐이다. 행자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면 행자들은 승가의 지성을 의심할 수 있다. 자현 스님이 짚었듯 “독립 행자원 설립이 단일계단의 취지에 맞고 종단에 대한 공동체 의식도 고취”시킬 수 있다.

‘종단 내 출가전담팀 구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구체적인 업무와 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그 역할을 예단할 수는 없으나 작금의 현실에서 필요한 조직인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대외적 홍보 확대는 물론 전화 상담이 대면 상담으로 이어지는 방안도 강구 해야 할 것이다.

9월12일 교육원장에 선출된 범해 스님은 첫 공식 일정으로 14일 열린 ‘65기 수계교육 회향식’에 참석해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존재는 모든 이에게 희망”이라며 “수행자의 위의를 늘 살피며 인천의 사표로서 최선의 삶을 지향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육원과 출가장려위의 합심으로 ‘출가인 200명 시대’를 다시 열어주기를 희망한다.

[1697호 / 2023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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