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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국사 진전사, 위상 재정립 필요하다

  • 법보시론
  • 입력 2023.09.18 13:13
  • 수정 2023.09.20 20:07
  • 호수 1697
  • 댓글 0

조계종 종헌 전문에 조계종 뿌리와 역사를 언급한 내용이 있다. 종헌에 따르면 “종조 도의국사께서 조계의 정통법인(正統法印)을 사승(嗣承)하사 가지영역(迦智靈域)에서 종당(宗幢)을 게양(揭楊)하심으로부터 구산문(九山門)이 열개(列開)하고 오교파가 병립하여 선풍교학이 근역(槿域)에 미만(彌漫)하였더니 여조(麗朝)의 쇠미(衰微)와 함께 교세가 부진할 새 태고국사께서 제종을 포할(包轄)하사 조계의 단일 종을 공칭하시니 이는 아국 불교의 특색인지라 세계만방에 자랑할만한 사실이어니와…(후략)”라고 종통을 밝히고 있다.

본문에서는 ‘본종은 신라 도의국사가 창수한 가지산문에서 기원하여 고려 보조국사의 중천(重闡)을 거쳐 태고보우국사의 제종포섭으로서 조계종이라 공칭하여 이후 그 종맥이 면면부절한 것이다’(제1조) ‘본종은 석가세손의 자각각타 각행원만(自覺覺他 覺行圓滿)한 근본교리를 봉례하며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旨人心 見性成佛) 전법도생함을 종지로 한다’고 전한다. 조계종이 당나라의 선종에 그 뿌리가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 후 28대 종손 달마조사가 중국에 건너와서 소림사 달마굴에서 9년간 면벽 수행을 시작한 이래 2조 혜가, 3조 승찬, 4조 도신, 5조 홍인 대사를 거쳐 6조 혜능조사가 남종선을 크게 일으켰고, 그 남종선이 통일신라 말기에 도의 선사 등에 의해 한반도에 건너와 9산 선문을 이루어 한국 선종이 정착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4조 도신 스님의 진신불이 모셔진 ‘비로탑’에는 5조 홍인 대사 외에도 신라 법랑 선사의 입상도 세워져 있고, 그 법랑 선사가 신라에 돌아와 단속사에서 도신 대사의 법을 전하니 한반도 최초의 선종이다. 후에 신행 스님이 중국에 건너가 북종선 신수대사의 제자인 지공 선사로부터 북종선을 전수받고 돌아와 제자 도현 스님과 함께 문경 봉암사에서 회양산문을 개창하였으나 후에 남종선이 대대적으로 전해지면서 북종선은 빛을 보지 못하고 쇠미해져갔다.

홍인 대사의 법이 혜능에게 전해진 후(황매산 5조사에는 홍인대사가 혜능조사를 배에 태워 보내는 ‘夜渡’라는 벽화가 걸려 있다) 그 제자 청원행사, 남악회양, 백장회해 스님에게 전해지고, 청원행사 스님의 법은 석두희천, 운거도옹 스님을 거쳐 신라 이엄 스님에게 전해져 해주 수미사에서 수미산문이 개창되고, 남악회양 대사의 가르침은 마조도일 대사를 거쳐 그의 제자인 남전보은, 염관제안, 서당지장, 장경회휘, 마곡보철 스님으로 크게 퍼졌는 바, 남전보은 대사의 제자 조주대사가 조동종을 일으켜 한국 수미산문을 거쳐 일본으로 전해지고, 신라 도윤스님이 법흥사에서 사자산문을 일으켰으며, 염관제안선사의 제자 범일대사가 신라에 귀국하여 강릉 굴산사에서 사굴산문을 개창하였고, 도의국사가 서당지장대사의 가르침을 받아 강원도 양양 진전사에 주석하시는 동안 상좌 염거 화상이 화성 근처에 갈량사(조선조 정조대왕이 용주사로 중창함)를 창건하고, 그 제자 체징 스님이 장흥 보림사에서 가지산문을 개창하였으며, 홍척 대사는 서당지장대사의 법을 배워 남원 실상사에서 실상산문을 개창하고, 혜철 대사는 서당지장 대사의 법을 배워 와서 곡성 태안사에서 동리산문을 개창하고, 장경회휘 대사의 법을 전수받은 현욱대사는 그 제자 심희 스님(여주 고달사지에 있는 국보 4호 승탑이 심희 스님의 사리를 봉안한 것으로 추정됨) 및 손상좌 혜적 스님과 함께 창원 봉림사에서 봉림산문을 개창하고, 마곡보철 대사의 제자 무염 선사는 보령 성주사에서 성주산문을 개창하여 9산 선문이 완성되었고, 이 9산 선문이 고려시대 5교 9산과 조선시대 선교양종의 근간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위와 같은 선종의 전법경로 및 선사들의 뜻을 새겨보면, 오늘날 한국불교가 6조 혜능조사의 진정한 가르침을 새기면서 제대로 수행을 실천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첫째, 조계종의 종조로 모시는 도의국사가 주석했던 진전사를 언제까지 저렇게 외롭게 방치할 것인가. 적어도 도의국사로부터 비롯된 법이 오늘날 조계종의 종지가 되려면 조계종 종정스님께서 임기동안에라도 진전사에 주석하시면서 조계종 종도들에게 선종의 정통법을 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둘째, 선종이 우리나라에 자리잡을 때까지 선사들의 땀이 서린 9산선문은 물론 갈양사(현재의 용주사), 사굴산문 강릉 굴산사지, 성주산문 보령 성주사지, 여주 고달사지 등을 언제까지 텅 빈 사지로 쓸쓸하게 방치할 것인가.

셋째, 조계종이 혜능조사의 남종선을 전수받았다고 표명하면서도 북종선의 가르침으로 개창된 희양산문 문경 봉암사를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참선의 중심사찰로 자리잡는 것이 남종선의 입장에서 온당한가.

넷째, 조계종 스님들이 사찰에서 신도들과 함께 사찰순례, 성지순례, 방생법회를 하면서 삼국시대 이래 유명한 대찰 외에 선종사찰로 창건된 사찰 순례를 통하여 우리나라 불교가 선종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는 데에 얼마나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는가.

정체성과 정통성을 가진 선종사찰을 중심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이 재편되기를 기대해 본다.

민학기 변호사 hackymin@naver.com

[1697호 / 2023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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