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려도 편먹기” “실려도 편먹기”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손등과 바닥을 연신 교차해 가며 외쳤던 말이다. 필자의 고향인 부산에서는 이렇게 외치며 편을 갈라 놀았다. 어른이 되어서 언제 편을 나눠 뭔가를 한 적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매번 편을 나눴지만 어느 한 편이 고정되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어떤 형태이건 어느 편에 속해 있었기에 편을 나눌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편(偏)이라는 말이 놀이에서는 즐거움을 위한 선택이지만, 이념이나 전쟁의 상황에서는 생사의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는 편향이 진실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어 버리고 있다.
편향(偏向)이라는 말 자체에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편향은 어떠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경향성(傾向性)을 나타내는 중립적 의미로 평가될 수 있다. 예를 든다면 난 우울할 때 신나는 댄스음악을 듣는 ‘편향’이, ‘경향’이 있다. 이렇게 사용될 때는 진실의 오류나 왜곡이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확증편향’ ‘신념편향’ ‘사후 과잉 확신 편향’, 그리고 ‘우리편 편향’으로 현상을 파악하려고 할 때는 잘못된 추론과정으로 인한 사고의 오류를 진실로 판단하여 확증하게 된다.
‘확증편향’이라는 말을 언론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원래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설들을 긍정적이고 사실로 검증하려는 편향을 말한다.
‘사후 과잉 확신 편향’ 또한 “내가 그럴 줄 알았다”와 같은 말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나오는 편향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마치 내가 모두 원래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고 인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편향은 개인에게서도 사실 왜곡과 지식편향으로 새로운 정보의 부정과 수정된 사실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손해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지 행동 편향은 지식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편 편향’의 경우는 고도의 지식을 가진 부류에서 더욱 많이 관찰되어 진다고 한다.
세계적 심리학자이며 응용인지과학협회의 캐나다 연구위원장인 키스 E.스타노비치 교수는 우리 사회 고통의 원인 가운데 ‘우리편 편향’에 의한 문제를 지적한다. 자신의 기존 신념, 견해, 태도에 편향된 방식으로 증거를 평가, 생성, 검증을 하려는 인지편향인 ‘우리편 편향’은 우리 사회를 탈진실 사회가 아니라 우리편 편향 사회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몇 년 전에 뉴스에서 ‘팩트체크(Fact check)’라는 진실검증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 이상의 진실검증이 무의미해졌다. 각자 정치 진영의 말만이 진실로 선택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스타노비치 교수는 이 현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회가 사실과 진실을 소중하게 여기거나 존중하는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용인된 사실과 진실을 향해 수렴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편 편향은 수많은 종류의 정치적 판단에 관여하며, 협상이나 작업환경에서 이기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부추긴다고 한다.
그러면 이러한 편향된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인식론적 경계심(epistemic vigilance)’을 발휘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즉 논증을 할 때 우리가 특정 개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아니라 순전히 내용에만 기반한 의사소통의 진실성을 평가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론적 경계심’을 불교에서는 바른 견해에 기반을 둔 알아차림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정견과 정념이며 그것은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의 길이다. 성철 스님의 말씀으로 많이 회자 되었던 야부(冶父)선사의 가르침인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처럼 중도는 우리편 편향과 같은 인지의 치우침인 편향에서 벗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르게 인지할 수 있는 최고의 가르침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편향된 사회적 현상의 오류를 해결하는 길임을 학회나 연구 논문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성진 스님 남양주 성관사 주지 sjkr07@gmail.com
[1697호 / 2023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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