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오타니(大谷)대학의 향류관(響流館) 4층이었던가
아라마키(荒牧) 교수의 유식(唯識) 수업,
청강 허락을 얻고
빼곰, 조신하게
문을 여는데
“아, 김호성 선생님〜”
누가 알았겠는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 이국(異國) 땅에서 내 이름
불러줄 이
있을 줄
그 10여 년 전, 우리 대학원생들은 청계천 어디에서
범어 스터디를 하고
동대문운동장 건너편 길가 포장마차에서
오뎅, 떡볶이, 순대 등으로
가난한 배를 위로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했지
불안을 이야기했지
아라마키 선생이 저녁을 초대해 준
어느 날
어느 식당에서
뜻밖에 한, 미, 일
삼국지가 열렸지,
종목은 도서관 대출제도,
월계관은 당연지사(?), 미국대표 버클리,
“권수 무한, 기한 무한”
그때 종원이도 있었는데, 우린
아라마키 선생까지 다
그야말로,
문화충격(cultural shock)!
어느 날 헤아려보니 400권도 더 넘게
빌려놓고 있었다, 말하면서
웃었지
신라의 잣나무보다 더 높이 보였던 버클리여,
버클리의 대학원생이여,
아라마키 선생은 아직도 노노익장(老老益壯)인데
5년 전
우연히 류고쿠(龍谷)대학 휴게실에서
뵈었을 때,
스터디 있어서 왔다면서
빈말이라도, “이제 불교학은 한국이 중심이야”
하시던데
3년 전에는 대승장엄경론에 대한 책도 펴냈는데
언젠가 나도 극락의 문
빼곰, 조신히
밀고 들어갈 때,
“아, 김호성 선생님〜”
버얼떡,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 번
반겨주시려나
사라진 중심이여!
중심의 중심이여!
[1698호 / 2023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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