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 아함경에 대한 관심 

‘금강경'으로 시작된 불서 집필 

‘금강경’ 해설서 집필하며 
초기불교 이해 필요성 절감
동국대 도서관서 도움 받아
‘한역 아함경’ 전권 사본 입수

캐나디안 록키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 나는 곧 비행기 속에서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저녁에는 ‘금강경’에 대한 복습을, 아침에는 80년대 초에 익혔던 중국 사천식 기공(氣功)을 다시 실행에 옮겼다. 아침 4시에 일어나면 거실의 창문을 모두 열어 제친 채 맨손체조를 한 다음 기공을 하고, 예불과 독경으로 아침 행사를 마치는 것이다. 낮에는 사무실에서 틈나는 대로 ‘금강경’을 복습하되 주로 저녁 시간에 집중했다. 그리고 ‘금강경의 세상'이라는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불서(佛書)로는 처음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의문이 나기 시작했다. 뿌리가 튼튼하고 땅에 깊숙이 내려야 그 나무가 탐스럽게 잘 자라고 좋은 꽃을 피워 열매도 충실한 것처럼, 종교도 그 종교의 발상을 포함한 초기단계에 대한 충실한 연구와 이해 없이 후기단계에 대한 학습과 수행에만 치중(置重)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불교의 경우, 석가모니부처님을 빼고는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비바시불(毘婆尸佛) 등 과거 칠불(七佛)을 언급하셨지만, 인간이 현실적으로 알고 뵙고 배운 부처님은 석가모니부처님 한 분임은 물론, 불교에서 ‘법'이라고 할 때의 가르침은 바로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중생제도를 위하여 설하신 가르침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니, 부처님 재세당시의 불교, 곧 초기불교에 대한 분명한 이해없이, 후기불교나 부처님의 반열반 후에 찬술된 경에만 치중하는 것은 옳은 방편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다행히 현재 우리에게는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재세당시에 펴신 가르침을 성문화한 두 가지, 곧 북방으로 전래한 싼스크리트본(梵本)을 한역한 ‘아함경(阿含經)’과 남방의 니까야본이 있으니, 마음을 내어 공부만 하면 된다. 나는 ‘금강경의 세상'을 집필하는 한편, ‘한역 아함경’ 전질을 구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기 저기 책을 구하기 위해 수소문했다. ‘한역 아함경’이 동국대 중앙도서관에는 있으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동국대학 출신의 친지에게 부탁을 했다. 

그는 “잘 아는 사람이 현재 동국대 중앙도서관장으로 있으니 그를 통해 바로 알아보겠다”고 하여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 친구로부터 그날 오후에 바로 연락이 왔는데, “중앙도서관에 있는 ‘아함경’ 전권을 사본으로 만들어 주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그때의 나의 기분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함경’이 어렵다고 말을 하는 사람이 많으나, 그것은 ‘아함경’을 잘 알지못하는 사람의 푸념으로 생각된다. ‘아함경’처럼 짧으면서도 진솔한 경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처님의 설법은 상대방의 근기와 여러 처지 등을 고려하여 가장 이해하기 쉽도록 하시는 대기설법(對機說法)이자 비유설법(譬喩說法)이어서 후기경에 비하여 훨씬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구태여 말한다면, 부처님께서 반열반하신 후 이루어진 성문화과정 이른바, 칠엽굴 결집에서 내용보다는 주로 설법순과 설법의 길이를 참고하여 잡아함, 중아함, 장아함 및 증일아함으로 구분한 탓에 주제별로 찾아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로서는 ‘아함경’을 국역하고 해설하되 주제별로 분류하여 평집하고 끝에 ‘찾아보기’(index)를 붙이기로 하였다. 아무튼, 2000년에 ‘금강경의 세상’을 출판했고 바로 ‘아함경’의 집필에 착수했다.
‘부처의 가르침'이라는 이름으로 1권을 2003년에 발행한 후, 전 7권을 2004년까지에 완간하였다. 나 자신으로서도 여간 대견한 일이 아니었다.

이상규 변호사, 전 고려대 교수
 

[1698호 / 2023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