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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느낌을 관찰하는 위빠사나명상-2 

기자명 일중 스님

느낌 표출 않고 관찰하는 수행

세속적이든 비세속적 느낌이든
수행자, 현재 느낌 온전히 관찰
느낌과 거리 확보 객관적 관찰
능력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해

신수심법 4념처에서 두 번째는 느낌을 관찰하는 수념처(受念處) 위빠사나명상이다. 느낌(vedanā, 受, feeling)이 주 관찰 대상인데, 어떤 느낌을 느끼든지 마음챙기고 알아차려야 한다.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느낌의 생멸 변화를 통찰하여 무상·고·무아의 지혜가 일어나야 한다.

‘대념처경(D22)’은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을 언급한다. 이 세 가지 느낌을 다시 ‘세속적인(sāmisam) 느낌, 비세속적인(nirāmisam) 느낌으로 분류하여 설명한다. 그래서 경전은 총 아홉 가지의 느낌을 언급했는데,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느낌 모두가 다 관찰 대상이다.

그럼 경전에서 말하는 ‘세속적인(세간적인) 느낌’은 무엇이고, ‘비세속적인(비세간적인) 느낌’은 무엇인가? 시각 대상이나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대상들을 통해서 일어난 느낌, 남편이나 아내, 아이들 등 가정생활을 기반으로 일어난 느낌을 세속적인 느낌이라고 한다. 비세속적인 느낌이란 출가생활이나 수행을 통해서 느껴진 느낌이다.

예를 들어보자. 생일날 지인으로부터 빨간색 장미꽃을 한 아름 선물 받았다. ‘와~’ 하면서 일어나는 기쁜 느낌, 나를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입가에 번지는 미소, 경치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먹었을 때 느껴지는 기분 좋음, 남편이나 아내, 혹은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 생겨서 느껴지는 기쁨 등이 세속적인 즐거운 느낌이다. 그러나 불쾌하고 혐오스러운 감각 대상들을 만났을 때 불편함과 짜증이 올라온다. 답답하고 괴롭다. 또는 가족이나 친척, 재산과 관련하여 다툼이나 분쟁이 있을 때, 파산이나 상실을 경험할 때 슬픔과 괴로움이 일어난다. 이런 느낌들이 세속적인 괴로운 느낌이다. 세속적인 중립의 느낌은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감각 대상을 통해서 일어난다. 

그럼 비세속적인 즐거운 느낌과 괴로운 느낌은 무엇인가? 출가자나 수행자가 수행 과정을 통해서 느끼는 느낌이 비세속적인 느낌이다. 예를 들면 호흡에 집중하는 사마타 수행을 통해 삼매를 성취하면 희열과 기쁨, 행복감이 일어난다. 위빠사나수행을 통해 마음챙김이 확립되면, 대상을 성성적적하게 관찰하고 통찰하게 된다. 그때 몸과 마음에는 희열과 환희, 기쁨과 충만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사마타수행이나 위빠사나수행을 통해서 느끼는 느낌들이 비세속적인 즐거운 느낌이다. 

그럼 비세속적인 괴로운 느낌은 무엇인가? 수행자가 수행에 매진하고 싶은데 일과 장애가 많아서 수행을 마음껏 하지 못할 때, 몇 년간 수행을 계속 해왔는데도 뚜렷한 변화나 수행결실이 없이 지지부진할 때, 마음이 산란하고 두려움이나 공포가 일어나 대상을 관찰하지 못하고 방황할 때, 이럴 때 수행자는 맥이 빠지고 낙담하고 괴로워한다. 이런 느낌들이 비세속적인 괴로운 느낌이다. 비세속적인 중립의 느낌은 분명하게 즐겁거나 괴로움이 없는 평온한 느낌이다. 큰 장애 없이 수행이 순일하게 이어질 때, 큰 욕망이나 집착도 없고, 분노나 화가 없이 잔잔한 호수처럼 마음이 그저 담담하고 평온하다. 이런 느낌이 비세속적인 중립의 느낌이다. 

세속적인 느낌을 느끼든 비세속적인 느낌을 느끼든 수행자는 현재 이 순간의 느낌을 온전하게 관찰한다. 좋은 느낌은 충분히 느끼되 집착하지 않고, 싫은 느낌일지라도 혐오하거나 저항하지 않으면서 느낌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명료하게 관찰한다. 느낌은 영원한가?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가? 느낌 감각을 ‘나(I)’라고 할 수 있는가? 분명하게 조사하고 관찰한다. 느낌을 자신과 동일시하면 탐진치로 반응하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기 쉽다. 그러므로 느낌과의 거리를 확보해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느낌은 조건 발생이다. 무지나 갈망 혹은 업(業)이나 접촉 때문에 일어나고 사라진다. 이러한 느낌들을 거칠게 표출하지도 않고 억압하지도 않으면서, 인내심과 평정심으로 꾸준하게 관찰하는 수행, 이것이 바로 느낌관찰 수념처 위빠사나명상법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98호 / 2023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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