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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당대 선사들의 제자 교육관-상 석두·마조 사이를 왕래한 제자들  

기자명 정운 스님

제자 깨달음 위해선 도반에 의탁

석두·마조 사이를 오가며
깨달음 얻은 제자들 다수
석두 문하서 깨달음 얻은
천연도 원래는 마조 제자

강호를 배경으로 새로운 선풍을 펼쳤던 당대의 대표적인 선승은 석두와 마조이다. 

석두와 마조 문하를 왕래한 오설영묵(747∼818)·등은봉·약산유엄(745~828)·단하천연(739~824) 등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마조와 석두를 오가며 깨달음을 얻은 오설영묵을 보자. 영묵은 과거시험 보러 가는 도중에 시험을 포기하고, 마조에게 출가하였다. 마조 문하에 출가는 하였지만 여러 날이 흘러도 수행에 진전이 없었다.

‘조당집’에 의하면, 정상좌와 마조가 문답하는 와중에 정상좌가 문득 깨달음을 이루자, 오설은 마조에게 ‘과거시험을 포기하고 출가했는데, 여전히 깨닫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마조가 오설에게 말했다. 

“네가 출가하는 것은 내가 허락했지만, 깨달음이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럴만한 스승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곳에서 700리 떨어진 남악산에 석두 선사가 있는데, 한번 가보아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설은 지체하지 않고 떠나 석두 문하에 머물러 깨달음을 얻었고, 수년간 석두를 시봉하였다.

또 마조와 석두를 왕래하며 깨달음을 얻은 승려가 있는데, 바로 등은봉이다. 

등은봉은 거꾸로 입적한 선사로 괴짜배기에 속하는 인물이다. 등은봉은 석두와 마조 사이를 수차례 오고 간 뒤에 깨달음을 얻었다. 

다음 석두와 마조 문하를 오가며 깨달음을 이룬 대표적인 선사가 있는데, 바로 단하천연과 약산유엄이다. 먼저 약산에 대해 살펴보자. 

약산은 석두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물었다. 

“삼승십이분교[敎]는 대강 알고 있는데, 근래에 남방에서 말하는 직지인심과 견성성불[禪]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자비를 베푸시어 알려주십시오.”

석두가 말했다. “이래도 소용없고, 이러지 않아도 소용없으며, 이러거나 이러지 않아도 모두 소용없다. 자네라면 어찌하겠는가?”

약산유엄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해 당황하였다. 

“나와는 인연이 없는 것 같은데, 마조에게 한번 가 봐라.”

이런 인연으로 약산은 마조를 찾아왔다. 약산이 마조의 가르침에 깨닫고, 마조 문하에서 3년을 머물렀다. 

‘마조어록’에 약산이 마조에게서 깨달음을 얻은 문답이 등장하지만, 선종사적으로 유엄은 석두의 법맥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단하천연은 어려서 유학을 공부하고, 방거사와 함께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장안을 향해 가는 길녘, 한 선사에게서 “세속에서 명예를 추구하는 관리로 선택되는 것보다 수행해서 부처에게 선택되는 것[選佛場]이 어떻겠냐?”는 말을 듣고 방거사와 함께 발길을 돌려 마조를 찾아갔다. 

마조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는가?” 

천연은 쓰고 있던 복두를 쳐올렸다. 이를 본 마조는 그의 근기를 간파하고 웃으며 말했다. 

“자네의 스승은 석두로군.”/ “석두라니요?”/ “여기에서 남악산을 향해 700리 가면, 석두라고 하는 곳에 희천장로가 살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서 출가하게.”

단하천연은 석두 문하로 들어가서 3년여간 부엌일을 하였다. 하루는 석두희천이 천연을 삭발시키고자 행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내일 아침 공양을 마친 뒤, 법당 앞에 풀이 무성하니 풀을 깎아야겠다.”

이튿날 다른 제자들은 제각기 낫과 괭이를 들고 나왔으나, 천연만 삭발할 칼과 대야에 물을 떠가지고 석두 앞에 꿇어앉았다. 선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그의 머리를 깎아 주었다. 머리를 깎아준 뒤, 정수리가 봉우리처럼 볼록 솟아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천연(天然)스럽구나.”

단하천연은 깨달음을 얻은 뒤 무애자재한 행을 보이며, 여러 곳을 행각하였다. 이 천연이 목불을 태워 방을 따뜻하게 하였다는 ‘단하소불(丹霞燒佛)’의 주인공이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698호 / 2023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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