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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새로워지려면 새 언론 절실” 외압 막고 편집권 독립 지킨 방패

‘법보신문’ 창간 주역들 초대 발행인 월산 스님(상)


비판과 범불교 언론 요구에
직접 총괄해 법보신문 창간
제호·사훈 통해 방향성 제시
부처님 법을 늘 기준 삼아야

법보신문 초대발행인 성림당 월산대종사.
법보신문 초대발행인 성림당 월산대종사.

성림당 월산 스님(聖林月山, 1913~1997)은 한국불교의 중흥을 이끈 고승이다. 금오태전 선사(金烏太田, 1896~1968)의 법을 이어 간화선을 진작시키고 선원과 강원을 개원해 많은 제자를 양성했다. 법주사, 신흥사, 동화사, 불국사 등 교구본사 주지를 맡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혼탁해진 사찰을 일신해나갔다. 총무원장·종회의장·원로회의 의장 등 조계종 주요 직책을 역임하며 종단의 기틀을 세웠고 한국불교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이와 함께 스님의 뚜렷한 업적의 하나가 법보신문 창간이다.

스님은 화두를 깨친 선의 종장이었음에도 교학은 물론 종단 안팎의 상황에 대해서도 밝았다. 선의 틀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으며, 비불교적인 모습과 폐단에 대해서는 직설적인 비판을 마다하지 않았다. 종단 내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삿됨을 깨뜨리고 옳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파사현정의 목소리가 절실하다고 보았다. 또 특정한 종단을 넘어 한국불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범불교계 신문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월산 스님의 총괄 아래 실무는 정휴 스님이, 재정 지원은 종상 스님이 맡았다. 때로는 월산 스님이 직접 정부 관계자를 만나 “불교가 새로워지려면 새로운 신문이 절실하다”고 설득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1988년 3월26일 문화공보부 등록을 마칠 수 있었고, 5월16일 마침내 창간호가 나왔다.

월산 스님은 새로운 신문이 불교개혁, 불교민주화, 불교사회화, 불교대중화라는 열망을 담아내길 발원하며 제호를 ‘법보신문(法寶新聞)’이라 지었다. 사사로운 이익이나 인정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다르마(法)를 기준으로 삼아 바른 가르침을 널리 펴고 이 땅에 불국토를 구현해나가라는 의미였다. 

법보신문의 방향과 역할은 스님이 손수 정한 ‘존경진리(尊敬眞理) 굴복아만(屈伏我慢) 공명정대(公明正大)’라는 사훈에서도 잘 나타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선양하고, 불교계 안팎으로 팽배해있는 아집과 교만을 항복 받으며, 옳고 밝은 것을 드러내고 널리 펴라는 의미였다.

이는 곧 불교언론이 현대불교사를 기록하는 사관의 역할,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바람직한 수행·신행문화를 견인하는 전법사 역할, 불교계 안팎에서 벌어지는 비불교적 행위와 훼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호법신장 역할, 비판을 넘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책임자 역할까지 다하라는 준엄한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스님은 1988년 5월16일부터 1991년 6월24일까지 약 3년간 법보신문 발행인을 맡았다. 그동안 법보신문은 창간 이념에 걸맞게 교계 상황을 냉철히 파악하고 비불교적, 비승가적 요소에 대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외압에 꺾이지 않으려 했으며, 그릇된 관행의 고리를 끊고자 했다. 불교계 내부에서 자정의 목소리와 새로운 불교 흐름을 만들어갈 비판그룹이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고, 정부, 공공기관, 타종교계의 종교편향에 대해 과감한 비판과 시정을 요구했다.

월산 스님은 늘 법보신문 구성원들의 든든한 지지자였다. 가차 없는 비판으로 이런저런 얘기가 스님에게 들어가고 하소연이나 청탁이 있었을 게 분명한데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철저히 독립권을 지켜주었다. 법보신문의 정신은 월산 스님에게서 비롯됐으며 그 정신은 3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98호 / 2023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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