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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명상수행과 선병(禪病) - 상

명상 열풍 속에 부정적인 후유증도 증가

명상 유행하며 불안‧정신이상‧환각 등 부작용 심심찮게 보고
명상이나 수행 부작용은 이미 중세 중국서 폭 넓게 연구 정리
규율 받지 않은 수행으로 인한 선병 크게 6가지로 분류 가능

명상 부작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불교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이미 잘 정리하고 있다. 
명상 부작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불교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이미 잘 정리하고 있다. 

사방에서 명상(선)수행이란 말이 들린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불멍, 물멍, 잠멍의 유사 명상이 유행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전국 규모의 멍 때리기 대회까지 열린다. 실로 온갖 형태의 마음 수행 열풍이 불고 있는 듯하다. 어떤 사람은 불교의 명상이 너무 진지해서 부담스럽고, 다른 어떤 사람은 각종 멍 놀이가 너무 장난 같아서 가볍다고 고개를 돌린다. 어디에나 그렇듯이 명상의 유행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선불교에서 말하는 ‘선병(禪病)’의 역사적 맥락과 지식을 통해 지금 서구에서 불고 있는 명상 붐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탕이 된 논문은 C. 피에르체 살구에로(C. Pierce Salguero)가 쓴 ‘중세 중국 불교의 선병(禪病)과 현대 서구의 명상수행(“Meditation Sickness” in Medieval Chinese Buddhism and the Contemporary West, Journal of Buddhist Ethics, vol.30, 2023)’이다.

2021년 여름에 한 유저(user)가 ‘다르마 오버그라운드 웹사이트’인 www.dharmaoverground.org에 도움과 조언을 요청하는 포스트를 올렸다. 이 유저는 12일 동안 나 홀로 은둔 명상(solo meditation retreat)에 참가한 후 자신의 심장 차크라(heart chakra)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런 유저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집중 명상을 수행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에너지 과잉 증후군’ ‘불안’ ‘우울감’ ‘정신이상’ ‘환각’ 및 그 외의 다른 부작용들에 관한 보고들은 이 사이트가 만들어진 2008년 이후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명상 부작용의 상당수는 자격을 갖춘 스승의 지도 없이 혼자 수행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지만, 이런 증상들은 공식적인 은둔 수행 프로그램 안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이 포럼에서 오랫동안 명상을 수행해온 또 다른 회원은 자신이 10일간 위빠사나 명상 코스 동안 생긴 증상으로 인해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불면증 증세와 에너지 과잉은 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더욱 강력해졌는데, 급기야 사람들의 눈에 확 띄는 성적 이상행동과 함께 기괴한 몸짓을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명상이나 수행과 관련된 도전들이 과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등장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이 새로운 연구 아젠다의 중심은 윌러비 브리톤(Willoughby Britton)과 재러드 린달(Jared Lindahl)이 이끈 ‘관조 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Contemplative Experience)’이란 프로젝트였다. 브리톤과 린달은 잠재적이지만 부정적인 명상 후유증의 스펙트럼을 규명한 다수의 질적 및 임상 연구 성과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들의 연구주제는 위장장애로부터 불안, 우울감, 정신이상, 환상, 공포, 정신분열, 자아 상실, 심지어 자살 충동에 이르는 광범위한 범위를 총망라하고 있다. 논문의 저자는 이른바 선병(禪病)이 한문 경전 안에서도 당대의 불교학자들에 의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자로 영적이거나 에너지 과잉행동을 가리키는 개념인 ‘주화입마(走火入魔)’는 광기나 망상을 의미하는 관용어로 불교사전에도 수록되었는데, 이는 집중적인 마음수행의 위험성에 대한 승가 공동체의 인식이 폭넓게 존재했다는 증거이다. 

이런 문헌들을 조사하다 보면 몇 가지 공통적인 쟁점이 도출된다. 낯선 감각, 설명되지 않는 고통, 심리적 불안정, 원하지 않았던 환각, 성적 이상행동, 통제할 수 없는 몸동작, 악령에 씜, 자살 충동 등과 같은 비일상적인 경험들은 불교 전통들에서 이미 문서로도 잘 정리되어 있다. 이런 증상들은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완전히 놀랍지도 않은 집중 수행의 역효과 내지는 부작용으로 이해되고 있었던 셈이다. 중국의 불교 전통들은 선병을 방지하거나 치유하는 수행법들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중세 중국 불교 텍스트들은 바람직하지 않은 명상 증후군의 진단과 치유 및 방지에 관한 많은 양의 정보를 자랑한다. 현대의 임상 연구자와 명상 수행자들의 1차 보고서와 함께 불교의 역사적 배경들을 살피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중세 중국의 경전적 원천들이 현대인의 관심사들에 대해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을지를 알게 될 것이다.

논문에서 저자는 하나의 공통된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네 가지 텍스트를 간략하게 요약해서 보여준다. 이 텍스트들은 모두 당대에 큰 영향력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원천들에서도 폭넓게 인용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첫째, 부정관(不淨觀)과 호흡을 통한 마음집중을 제시하는 ‘쌍윳따 아가마(Saṃyukta-āgama)의 797번째 대화(T 99)’ 둘째, 명상수행에 참여하는 올바른 두 가지 방법, 즉 사마타(止)와 위빠사나(觀)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슈람가마 수트라(Śūraṃgama-sūtra)’와 ‘능엄경(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T 945)’ 셋째, 명상수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질병을 열거하고 탄트라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치선병비요법(治禪病秘要法, T 620)’ 넷째, 명상수행이 줄지도 모를 갖가지 우환을 다루고 있는 지의(智顗) 대사의 긴 명상 매뉴얼 가운데 한 절인 ‘마하지관(摩訶止觀)’ 등이 곧 그것이다. 이 텍스트는 질병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나서 규율 받지 않은 명상이 초래한 후유증들을 언급한다. 그가 파악한 선병의 여섯 가지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1.일어나고 있는 감각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호흡하는 것. 2.오로지 ‘사마타(止)’에 집중하고 다른 형식의 명상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 3.‘위빠사나(觀)’를 수행할 때 규율 받지 않거나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것. 4.신체적 증상들을 가져오는 악귀의 공격.  5.정신적 증상들을 초래하는 마라(māra)의 유혹.  6.어떤 사람이 지은 행위의 업보. 

저자 C. 피에르체 살구에로는 계속하여 ‘선병’의 치유방법을 다룬 중세 중국 불교의 관점들을 검토하고 있다.

허남결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hnk@dongguk.edu  

[1699호 / 2023년 10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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