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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느낌을 관찰하는 위빠사나명상-3

기자명 일중 스님

무상 지혜 얻고 열반으로 가는 출구

몸 느낌, 구체적 대상이기에
위빠사나 지혜 토대 되기도
매 찰라 생멸변화 관찰하며
마음챙김 확립 및 정진해야

‘나(I)’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무더기들을 우리는 오온(五蘊)이라고 한다. 오온은 색수상행식이다. 색(色)은 몸을 이루는 물질이고, 수상행식(受想行識)은 마음을 구성하는 정신의 네 가지 측면이다. 수상행식에서 첫 번째인 수(受), 느낌은 정신적인 현상으로 분류하지만, 신체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밤송이가 가을바람에 날려 나의 맨살에 떨어졌다고 해보자. 순간적으로 그것을 아는 몸의 의식(身識)이 일어나고 곧바로 몸에서 통증과 함께하는 불쾌한 느낌이 일어날 것이다. 이처럼 느낌에는 정신적인 느낌도 있지만, 신체적인 느낌도 분명하게 있다. 

현재 남방불교의 몇몇 수행 전통은 정신적인 느낌보다도 몸의 느낌 감각을 관찰하라고 강조하며 중요시한다. 왜냐하면 몸의 느낌 감각은 정신적인 느낌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대상이다. 그래서 수행자가 마음챙김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기가 쉬운 경향이 있다. 또한 몸에서 생생하게 작용하고 있는 실재의 법이기 때문에, 위빠사나 지혜를 얻는데 중요한 토대가 되어준다. 그래서 이번에는 몸의 느낌(감각)을 관찰하라는 초기경전을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느낌 상윳따’의 ‘허공경(S36:12)’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 위의 허공에는 온갖 바람들이 불고 있어, 동에서 오는가 하면 서에서도 오고, 북에서 오는가 하면 또 남에서도 불어닥치도다. 먼지 섞인 바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찬 바람인가 하면 더운 것도 있으며, 거센 바람인가 하면 부드러운 바람도 불고, 가지가지로 바람이 불고 있도다. 그와 같이 여기 이 몸속에서도 가지가지로 느낌이 일어나나니, 즐거운 느낌들, 괴로운 느낌들,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들이라. 그러나 비구가 열심이어서 분명히 살피어 다시 태어남의 기반을 허물기에 열심이라면, 마침내 모든 느낌을 철저하게 아는 현자(賢者)가 되리니.” 

그렇다. 바람에도 종류가 많다. 태풍급의 거센 비바람이 있는가 하면, 봄날의 보드랍고 따스한 바람, 겨울의 매서운 눈보라 바람, 가을의 상쾌한 바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도 많은 종류의 느낌들이 계속 일어나고 사라진다. 즐겁고 유쾌한 느낌, 괴롭고 불편한 느낌,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이 몸에서 작용하고 있다. 수행자에게 느낌이란 좋은 느낌이든 싫은 느낌이든 그저 있는 그대로 관찰할 대상일 뿐이다. 지금 일어나는 느낌의 당처에서 순간순간 찰라찰라 마음챙기고 알아차릴 뿐이다. ‘객사경(S36:14)’에도 비슷한 내용이 제시된다. 

“비구들이여, 객사에는 동(東)에서 온 사람들이 묵기도 하고, 서(西)에서, 북(北)에서, 남(南)에서 온 사람들이 묵기도 한다. 끄샤뜨리야 사람들이 와서 묵기도 하고, 바라문들이, 와이샤(평민)들이, 수드라(천민)들이 와서 묵기도 한다. 비구들이여, 그와 같이 이 몸에도 여러 종류의 느낌이 일어난다. 즐거운 느낌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괴로운 느낌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객사나 여관은 누구나 묵을 수 있는 곳이며, 필요에 따라 잠시 묵고 떠나는 곳이다. 주인은 그저 오는 사람을 온 줄 알고 가는 사람은 간다고 분명하게 안다. 그런 것처럼 몸에도 많은 느낌 감각들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위빠사나 수행자의 일은 간단하다. 현재 이 순간 몸에서 일어나는 느낌, 사라지는 느낌, 매 찰라마다 미세한 차원에서 끝없이 생멸 변화하는 느낌들을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으로 예리하게 관찰하고 통찰하면 된다. 그렇게 마음챙김이 확립되어 수행해 나갈 때, 수행자는 완전한 평화 최상의 행복인 열반에 도달한다고 ‘삼매경(S36:1)’은 말한다. 

“수행자는 느낌을 알고, 느낌의 일어남과 소멸, 느낌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안다. 느낌의 멸진에 도달했을 때, 그 수행자는 완전한 평화를 증득한다.” 

그렇다. 몸의 느낌이든 정신적인 느낌이든 느낌을 관찰하는 수념처 위빠사나명상법은 무상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법의 길이자 열반으로 가는 출구가 된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99호 / 2023년 10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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