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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고 굽힘 없는 목탁 만들었다”

‘법보신문’ 창간 주역들 초대 발행인 월산 스님 (하)

창간사에 법보신문 역할 담겨
청정·사회참여·통합·자비 강조
35년간 월산 스님 유지 계승
“정토세상”이 궁극적인 목표

‘…법보신문은 부처님의 깨달음으로 삼천대천세계의 눈이 되고 귀가 되고 입이 되고자 태어났다. 저 해와 같은 광명을 빌어 무량의 소리를 담은 목탁을 깎았다. 잠들지 않고 쉬지 않고 게으르지 않으며 굽힘이 없고 쓰러짐이 없고 부서짐이 없는 목탁을 만들었다. 둥그나 모나지 않고 곧으나 삐뚤어짐이 없으며 아무리 써도 닳지 않는 샘물처럼 넘치는 목탁을 빚었다.…’(월산 스님 창간사 일부)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불국사 조실 월산 스님은 법보신문 초대 발행인으로 명확한 불교언론의 방향을 제시했다. 스님이 직접 쓴 창간사는 원고지 7매 분량으로 짧지만 스님의 언론관과 법보신문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스님은 법보신문을 ‘목탁’이라고 명명한 뒤 법보신문의 역할에 대해 ‘나를 청정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가 바로 서야 한다.’ ‘통합을 이뤄야 한다.’ ‘대자대비의 불을 밝혀야 한다.’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월산 스님의 언론관인 동시에 지금까지 법보신문의 지향점이 됐다.

첫째, ‘나를 청정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누군가에 대한 비판에 앞서 스스로를 성찰하라는 의미로 불교정화운동의 이념과 상통한다. 여기서 ‘나’는 청정해야 할 주체로 신문사 구성원은 물론 불교계 전체를 일컫는다. ‘썩은 치아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는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는 이들로부터 잘못된 일을 바로 잡아 나가는 일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구절에서도 그러한 의미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잘못된 일에 대해선 서슴없이 비판하고 동시에 비판을 수용하는 데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스님의 지론이었다.

둘째, ‘나라가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은 불교 언론이 종교의 틀을 넘어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에도 기여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자유, 평등, 민주주의라는 현대사회의 이념을 충분히 아우르고도 남는다’는 월산 스님의 무한한 자긍심이 잘 드러난다. 불교계가 정치·사회적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가져 국민을 행복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역설하고 있다. 불교계가 국가와 사회 속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독려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을 불교언론의 중요한 역할로 보았던 것이다.

셋째,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언론이 단절과 배타성에 매몰되지 않아야 하며 포용성을 적극 지향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월산 스님은 서로 다른 그대로를 인정한 채로 중생의 이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이 진정한 통합이라고 보았다. 그럴 때 화합할 수 있으며 불교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5년 법보신문이 독립언론으로 거듭나며 “범불교지를 지향하겠다”는 선언은 시대상황에 따른 즉흥적 방편이 아니라 월산 스님의 일관된 생각에서 비롯됐다.

넷째, ‘대자대비의 불을 밝혀야 한다’는 것은 언론이 중생구제에 앞장서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서 중생은 짓눌린, 억울한, 가난한, 병든 사람들을 지칭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국민과 인류 전체까지 포괄하고 있다.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이것이 곧 부처님이 깨닫고 실천한 진리라는 것이다.

월산 스님이 창간사에서 제시하고 있는 청정, 사회참여, 통합, 대자대비는 곧 수행, 포교, 화합, 보살행의 다른 이름이다. 이는 출·재가를 막론하고 모든 불교인들이 지향해야할 실천 강령인 동시에 불교언론이 존재해야 할 당위성이기도 하다. 올해 35주년을 맞은 법보신문은 신문과 기사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불자들이 행복하고 불교계가 건강하며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는 언론이 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초대 발행인 월산 스님과 그동안 법보신문을 이끌고 유지해왔던 이들의 뜻과 기대에 부응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99호 / 2023년 10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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