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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채식과 지구법, 연기법과 맞닿아 있다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3.10.13 17:41
  • 수정 2023.10.16 09:53
  • 호수 1700
  • 댓글 0

기고-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

부산서 열린 유엔의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회의(IPBES)’에서 유엔과 환경부의 협조로 각국 대표들이 비건 리플렛과 함께 제공된 비건 햄버거로 식사하고 있다. 한국 채식문화원 제공
부산서 열린 유엔의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회의(IPBES)’에서 유엔과 환경부의 협조로 각국 대표들이 비건 리플렛과 함께 제공된 비건 햄버거로 식사하고 있다. 한국 채식문화원 제공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가 10월13일 기고를 보내와 이를 전문 게재한다. 고 대표는 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와 식생활교육 부산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국제 채식연합회(IVU)를 대표해 세계 NGO대회와 유엔회의 활동에도 참여했다. 편집자.

프랑스 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용어 중 하나는 ‘일반의지’다. 개인들이 사회계약을 통해 사회공동체를 구성한 다음에는 개인 의지의 집합체인 공동체 전체의 의지, 즉 일반의지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반의지는 흔히 `주권`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정부는 일반의지를 수행하는 대리인에 불과하다. 문제는 서로 서로에게서 일반의지를 어떻게 발견하고 알 수 있는가이다, 이는 민주주의와 인간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첫째, 루소의 일반의지는 공동선이자 동시에 우리가 공유하는 내면의 양심이다. 정부는 양심을 대변해야 하고 이 양심은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 때론 저항권의 근원이 된다. ‘시민 불복종’과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것은 다수가 아니라 양심인 정부를 노래한다. 정부는 국민이 자신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방식에 지나지 않지만, 국민이 그것을 통해 행동하기 전에 정부 자체가 남용되거나 악용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먼저 양심적인 인간이어야 하고 그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양심에 따른 행동과 책임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는 흑인 노예를 계속 용납하는 데다 영토 확장을 위해 멕시코 전쟁까지 일으키는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고 그것으로 인해 수감된다.

둘째, 기후와 생물 다양성 등 지구시스템의 안정은 지구상 다양한 생명체를 포함한 지구공동체에 공동선이다. 그런데 이 공동선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문명 전체에 대해 전 지구적 질문을 던지고 공동선을 되살리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은 기후위기를 통해 존재의 모든 순간과 일상에서 매일하는 모든 일들이 타인의 삶과 다른 생명체, 생태계와 지구의 영역에 극적인 영향을 미침을 배우고 있다. 깨어난 아이들의 양심은 자신들이 멸종될지 모르는 지구공동체의 일원이지 원인 제공자임을 인식하고 있다. 공동선은 법이 정당화되는 근거다. 만약 현대의 법체계가 이러한 지구공동체의 공동선이란 목적을 간과한다면 그것은 법의 부패이고 주권 국가로서의 정부가 남용되고 악용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양심이 살아있는 인간과 지구 생명체들의 멸종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인류 사회와 각 나라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늦지 않게 인간 법체계를 ‘지구 중심적’으로 전환하고 ‘지구 공동체의 한 구성 종으로서의 인류’의 존속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글로벌 가버넌스 즉 지구관리 체제와 소위 ‘지구법’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도 공동선에 근거해 동물권에서 나아가 지구공동체도 인간의 법률에 통합되어야 하는 근본적 권리가 있다는 개념이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다. 2008년 지구 생명권을 새로운 헌법에 통합시킨 에콰도르를 비롯해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한 독일 등 많은 나라들이 그 예다. 유엔 하모니 위드 네이처(Harmony with Nature)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34개 이상의 국가에서 자연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2019년 3월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아마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앵무새의 권리를 인정했다. 같은 해 멕시코 대법원은 닭싸움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며 ‘동물학대와 불필요한 고통을 수반하는 어떤 관행도 헌법이 보호하는 문화적 관행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기업에 법인격을 주었듯 ‘생태법인(Eco Legal Person)’ 제도를 도입해 멸종위기종인 제주 남방큰돌고래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조례 제정도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부처님의 연기법에 따르면 인간을 비롯한 만물은 모두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함께 연기하고 있는 한 몸이다. 연기법의 눈으로 보면 살생은 스스로를 죽이는 것이 되고 거짓말은 자신를 속이는 것이 된다. 계율은 이렇듯 한 생명 한 존재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며 모든 생명이 화합하여 공존하는 원리에 다름이 없다. 만약 연기법을 몰라 나와 남을 분별하여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계율도 지킬 수 없다. 반면 나와 남을 분별하지 않고 한 몸, 한 생명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모든 삶이 곧 지계의 삶이 된다. 지계의 바라밀은 자타를 분별하지 않는 무아의 삶을 의미하며 이는 나머지 다섯 가지 바라밀과 상호연결되어 있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후대에 마틴 루터킹, 톨스토이, 간디, 헨리 솔트 등 수많은 이에게 영감을 준 ‘시민 불복종’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 자신이 채식하는 이유로 그것이야말로 ‘더 높은 법칙’에 따라 사는 삶임을 강조한다. 인류가 점점 발전함에 따라 육식의 습관을 결국엔 버리게 될 것이, 인류의 운명이며 그것은 야만족들이 비교적 개화된 민족들과 접촉하게 되면서 서로를 잡아먹는 식인 습관을 버린 것만큼이나 확실하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과 가뭄, 태풍 등으로 지구 환경이 위기에 직면한 현재, 지구적 식습관 전환을 대표하는 비거니즘과 인간만을 법적 주체로 규정한 현재의 체계를 넘어 동식물의 권리를 규정한 ‘지구법’을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부처님의 연기법은 오롯이 맞닿아 있다.

[1700호 / 2023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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