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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선화사 도솔선원장 함현 스님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 안락을 위하여 전법의 길로 들어섭시다

2002년 초기불전연구원 설립은 한국불교 새 역사 쓴 것
마음 한번 뒤집는다는 각오로 부처님 초기 가르침 공부
수행과 전법 함께 했기에 수행공동체 일구는 성과 얻어

함현 스님은 “초기불전연구원의 4부 니까야 완역 출간 등 지속적인 번역 작업은 놀라운 정진의 여정”이라고 찬탄하고, 불자들도 전법의 길에 함께 나설 것을 당부했다.
함현 스님은 “초기불전연구원의 4부 니까야 완역 출간 등 지속적인 번역 작업은 놀라운 정진의 여정”이라고 찬탄하고, 불자들도 전법의 길에 함께 나설 것을 당부했다.

반갑습니다. 오늘 초기불전연구원의 가치를 알려야 할 법석에 결례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으나, 이 자리에 온 이유가 있습니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과 원장 대림 스님과는 인연이 깊습니다. 저는 각묵 스님이 인도로 유학 가는데 일조를 한 장본인입니다. 각묵 스님은 이런 저에게 늘 고생하는 자리를 만들어 준 원흉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한국사람 중에서 한글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사부대중이 스스로 우리의 글을 통해 부처님의 원음을 몸소 듣고 체험해 깨달음의 길로 가는 것은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시고 신미 스님께서 한글을 펼치신 공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글날을 맞아 초기불전연구원 보리원의 낙성식을 봉행하게 되어 이 자리가 더욱 뜻깊게 다가옵니다.

부처님 말씀에 ‘선래(善來)’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오늘 참으로 잘 오셨습니다.’ 이런 의미입니다. 이곳은 여러분들에게 부처님의 새로운 말씀이 아니라 부처님의 원음에 가까운 말씀을 통해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는 장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참 잘 오셨습니다. 부처님 깨달음의 복력을 담아 가시기를 바라고 늘 가정이 안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오늘 간단히 정리한 글을 읽어드리면서 법문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간단히 정리해서 읽어드리는 것이 더 전달이 잘 될 때가 많습니다.

옴 라타나 트라야야
옴 라타나 트라야야
옴 나타나 트라여야
삼보께 귀의합니다.
축하 축하합니다. 보리원 신축불사
경사났네 경사났네 이 땅 김해에 붓다가 나투셨네.

김해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한국의 초전법륜지입니다. 서기 48년은 김수로왕과 허황옥께서 결혼한 때입니다. 저는 그 시기를 한국의 초전법륜 시기라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곳 김해 땅에 자리 잡은 초기불전연구원 보리원을 통해 21세기인 지금도 김해가 초전법륜지로 다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벼 이삭 쪼는 온갖 새 들녘마다 농부들의 환희/ 세상의 눈물과 웃음 함께 나눌 수 있는 보금자리/ 국화 향기 가득한 동산에 오늘 님 나투시니 경사났네.

경사났네 경사났네 이 땅 이곳에 보리원 전법의 성지/ 들녘에 웃음꽃 활짝 피니 늙은 학 내려와 앉아 졸고/ 법륜의 등불 긴 밤을 밝히니 새 아침 향연에 옷 젖네/ 떨어지는 달 다시 돋고 울던 바다 울음 그치며/ 이곳 저산 만리에 한 가지 웃음꽃 활짝 피어/ 경사났네 경사났네 이 땅 보리원에 붓다 오셨네./ 경사났네 모두 함께 환희의 춤을 춥시다.

여러분 모두 기쁜 마음이실 겁니다. 빨리어에 즐거움, 기쁨을 뜻하는 ‘무디따’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얼마나 기쁩니까. 저는 본래 참선을 했습니다. 그런데 초기불교에도 관심이 많아 각묵 스님께 인도 유학을 제안하게 된 것입니다. 정작 저는 초기불교 수행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초기불교와 관련된 책을 봅니다. 그런 점에서 초기불전연구원은 정말 제게 큰 도움이 되어 주었습니다.

제가 출가한 지도 50여 년이 되어갑니다. 젊어서는 참선만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 고민했던 많은 것들이 최근 10년 동안 비로소 조금씩 맑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초기불전연구원을 통해 부처님의 원음인 초기말씀을 만나 해소된 부분이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제가 너무 늦게 불교의 핵심 지향점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소중한 선배이신 연관 스님을 적멸의 세계로 보내드렸습니다. 10년 전 연관 스님과 수경 스님 이렇게 셋이 앉아서 나눈 대화가 떠오릅니다. 연관 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참선도 해봤고 남방에 가서 수행도 해봤으니, 이제 노년에는 셋이 모여서 북을 치고 꽹과리를 두들기며 염불이나 합시다.” 그때는 제가 한창 공부할 때였습니다. “이 노장들이 미쳤나.” 저의 반응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최근 10년 동안 고민, 고민이 이어지다가 몇 년 전 일본 시코쿠 순례길을 60일 동안 걸으면서 비로소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염불 행자가 되겠다고 말입니다.

물론 제가 이 자리에서 저의 염불 수행 이야기를 한다는 건 욕 먹을 일입니다. 대림 스님께서 초기불교 하는 곳에 염불승이 와서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고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이제 염불로 돌아간 염불승이기 때문입니다. 법문을 시작할 때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른 건 아닙니다.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마음을 한 번 뒤집는다는 각오로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마음을 한번 뒤집는다는 각오로, 부처님의 초기 가르침 원음에 의해서 제대로 공부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방법의 차이일 뿐입니다. 향하는 곳은 같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먹기까지 초기불전연구원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음은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기불전연구원의 설립과정을 찬찬히 함께 짚어봅시다. 초기불전연구원은 빠알리 삼장의 한글 완역을 목표로 지난 2002년 10월9일에 각묵 스님이 지도법사, 대림 스님이 원장 소임을 맡아서 설립되었습니다. 초기불전연구원의 출발은 한국불교의 새 역사를 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림 스님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에서는 인도에서 태동한 인도 언어였던 부처님 말씀을 600여 년간 자기 나라 언어로 끊임없이 번역했고, 그 찬란한 중국불교의 역경 사업은 두고두고 인류 문화사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업적이라고 많은 학자가 얘기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그리고 티베트에서도 많은 산스크리트 불전들을 비롯한 부처님 말씀을 티베트 언어로 옮기는 대역사를 시작하여, 중국 문화에 휩쓸려 들지 않을 튼튼한 토대를 마련한 티베트불교의 역사도 보아왔습니다. 이렇듯 불교 전파의 역사는 경전 번역의 역사라는 데 깊은 신념을 가지고 세세생생 번창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언어로 지속적인 경전 번역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의식, 발원으로 초기불전연구원을 개원한 지 오늘로 21년이 되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처럼 초기불전연구원은 그동안 많은 분의 성원과 외호로 ‘아비담맛타 상가하’ 두 권과 ‘청정도론’ 세 권을 번역해내는 것을 필두로 해서 2012년에는 4부 니까야를 완역 출간해 내었습니다. 그 뒤 쿳타까 니까야의 ‘우다나’와 ‘이띠웃따까’, 논장의 ‘담마상가니’ 두 권과 ‘위방가’ 두 권을 번역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기본 교육기관 교재로 채택된 ‘니까야 강독’1, 2, ‘초기불교 이해’를 출간하였고, 지금은 ‘테라가타’ 전 3권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실로 놀라운 정진의 여정이고 그 공덕은 어떤 표현으로도 찬탄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언컨대 역경에만 그쳤다면 초기불전연구원의 활약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초기불전연구원에는 늘 수행과 전법이 함께했습니다. 보리원 수행공동체를 일구셨고 오늘 이렇게 환희로운 낙성의 법회도 펼치셨습니다.

보리원 식구들은
진리의 수레가 멈출 수 없이 구를 수 있도록
아무도 당신을 모르더라도
이름 없는 꽃씨 바람에 실려서
세상 어느 곳을 가든
붓다의 진리의 당간을 높이 들고
모진 고통으로부터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자비와 지혜로 증명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초기불전연구원과 보리원을 통해서 부처님 법을 만났습니다. 이제부터는 부처님 진리의 당간을 들고 선언할 때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법의 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많은 스님들이 전법에 대해 여러 문제의식을 지녀 왔지만 아직 어떤 해답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가불자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전법을 향한 관심과 실천이 절실합니다. 저 역시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수행하면서도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며 지금까지 전법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부처님 제자로 전법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부처님의 당간을 높이 들고 오늘 이후부터 한 사람 한 사람 전법사가 되어 부처님 법을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선창하면 여러분들이 따라서 소리 높여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수행자들아,
자, 법을 전하러 떠나가라.
많은 사람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세상을 불쌍히 여기고 신들과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하여.”

오늘 이 시간 이후로부터 부처님의 말씀을 꼭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바와뚜 삽바 망갈람’
모두 행복하시길!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10월9일 김해 초기불전연구원 보리원(원장 대림 스님, 지도법사 각묵 스님)에서 봉행된 ‘신축불사 낙성식’에서 함현 스님이 설한 법문을 정리한 것입니다. 

[1700호 / 2023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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