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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있는 모든 이 부처님 가피 함께하길”

  • 수행
  • 입력 2023.10.16 17:39
  • 호수 1701
  • 댓글 0

석중 스님과 함께하는 33기도순례단, 10월14일 고운사서 6차 정진
“관음보살” 고성염불 메아리…등운 스님 “시방 모든 중생 행복 발원”

어슴푸레한 새벽, 차가운 빗방울이 옷깃을 적셨지만 불자들의 잔뜩 부푼 기대감은 숨길 수 없었다.

“평소 찾기 힘든 사찰을 가는데 얼마나 기뻐요. 좋은 자리 마련해준 스님께 감사할 따름이에요(이순희)” “매번 일정을 마치면 행복했어요. 이번에도 마음 가득 환희로울 것이라 기대해요(김은희)”

용인 보현정사 주지 석중 스님과 매달 전국 기도 성지를 순례하는 불자들이다. 해맑은 얼굴로 버스에 몸을 실은 불자들은 4시간을 꼬박 달려 경북 의성 등운산자락에 내려섰다. 솔 향 가득한 산문을 지나 대웅전에 다다르자 때마침 구름을 걷은 햇살이 일심으로 합장한 이들을 더욱 환희롭게 했다. 이윽고 석중 스님이 소리 높여 “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 정근하자 사찰은 이내 스님을 따라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불자들의 청량한 목소리로 메아리쳤다.

‘33기도순례단(지도법사 석중 스님)’의 6번째 정진이 10월14일 조계종 제16교구본사 천년고찰 고운사(주지 등운 스님)에서 펼쳐졌다. 올해 5월 문경 봉암사를 시작으로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봉화 청량사, 부여 무량사, 완주 송광사, 문경 대승사에서 염주알을 돌린 불자들은 ‘해동제일지장도량’ 고운사에서 생명평화를 향한 염불 삼매에 빠져들었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원년(681) 해동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해동제일지장도량’이라 불리는 지장보살 영험 성지이며, 옛부터 ‘죽어서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고운사에 다녀왔느냐고 묻는다’는 설이 내려져올 정도로 명부십대왕의 상호·복장이 다른 사찰에서는 보기 힘든 위엄과 정교함을 자랑한다. 연꽃이 반쯤 핀 모습의 천하명당에 위치한 이 사찰은 원래 높을 고자를 쓰는 고운사(高雲寺)였다. 신라말 불교와 유교, 도교에 모두 통달해 당대 최고의 학자로 평가받은 최치원이 여지·여사 양대사와 함께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축한 이후 그의 호인 고운(孤雲)을 빌어서 고운사(孤雲寺)가 됐다.

이날 “맑고 깨끗한 신심이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고운사 도량을 걸으며 사후 염라대왕에게 잘 다녀왔다고 말하라”고 운을 떼 불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석중 스님은 “한국에 수많은 고찰이 있지만 바쁜 일상과 불편한 교통으로 참배를 어려워하는 불자들이 이번 인연으로 큰 복덕을 지어가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건강을 잘 챙기며 조심조심 순례하시고, 부처님 가피가 함께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이 순례단의 정진 현장을 찾아 “무엇보다 순수한 의도로 기도에 임하라”고 격려했다.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이 순례단의 정진 현장을 찾아 “무엇보다 순수한 의도로 기도에 임하라”고 격려했다.

기도에 앞서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이 순례단의 정진 현장을 찾아 “무엇보다 순수한 의도로 기도에 임하라”고 격려했다. 스님은 “우리 마음은 비바람이 불면 부유물이 떠올라 혼탁해지고, 날이 맑으면 유리와 같이 깨끗한 호수와 같다”며 “욕망이라는 부유물이 늘 떠올라 내면 불성을 가리는 것처럼 기도 역시 입으로만 ‘관세음보살’을 염하고 머리로는 ‘남편이 밥은 먹었는지’ ‘자식이 집에 잘 있는지’ 걱정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귀로 ‘관세음보살’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밭을 갈고 씨앗을 심지 않으면 열매가 열리지 않듯이 선업을 짓지 않으면 복이 찾아오지 않는다”며 “기도는 지어온 선업에 물을 뿌리는 것과 같다. 관세음보살께 각자 서원하기에 앞서 알게 모르게 지어온 악업을 참회하고, 시방삼세 모든 중생이 복락을 얻길 발원하라”고 당부했다.

33기도순례단은 이날 잉꼬 방생법회를 함께 봉행했다. 등운 스님은 이와 관련 “나 자신의 행복만 발원하는 것은 한 컵의 물을 금세 증발돼 없어질 개울에 붓는 것과 같다”며 “그러나 나아가 악연을 비롯한 인연 맺은 모든 생명에게 부처님 가피가 함께하길 발원하는 것은 양동이의 물을 바다에 흘려보내는 것”이라고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스님의 법문은 순례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경희 불자는 “도반의 소개로 처음 참여했는데, 고즈넉한 산사에서 큰스님의 법문을 들으니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로워졌다”며 “가족의 행복과 더불어 오늘 인연 맺은 도반들의 앞날에 부처님 가피가 함께하길 발원하며, 다음 순례에도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김추연 불자도 “스스로의 행복만 바라는 것은 한 컵의 물을 개울물에 버리는 것과 같다는 스님의 법문에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며 “기도 공덕이 삼세 중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순희 불자는 “혼자 사찰을 찾으려면 최소 하룻밤을 보낼 계획을 세워야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은데, 석중 스님이 기회를 마련해준 덕분에 전국 성지를 당일에 체험할 수 있게 됐다”며 “순례의 기회뿐 아니라 염불의 자리를 마련해준 스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석중 스님과 함께하는 ‘33기도순례’는 11월11일 영주 부석사에서 7번째 정진을 이어간다.

석중 스님은 염주알을 단원들에게 나눠주며 고운사 순례를 마쳤다. 순례단의 33곳 기도성지 순례를 회향하면 108개 염주알이 다 채워진다.
석중 스님은 염주알을 단원들에게 나눠주며 고운사 순례를 마쳤다. 순례단의 33곳 기도성지 순례를 회향하면 108개 염주알이 다 채워진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701호 / 2023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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