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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거울을 보듯 새로운 나를 발견하세요”

  • 출판
  • 입력 2023.10.16 18:12
  • 호수 1701
  • 댓글 0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
주경 스님 지음 / 마음의숲 / 308쪽 / 마음의숲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주경 스님 지음 / 마음의숲 / 308쪽 / 마음의숲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주경 스님 지음 / 마음의숲 / 308쪽 / 마음의숲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은 본래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고, 오래도록 지켜보고, 보이는 상대의 입장에서 보는 것입니다.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보는 것입니다. 존재 그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 맑음과 다정함과 꿈, 풍경만이 아닌 그 이면의 시간, 고난, 아픔도 보는 것입니다.’

보는 것만이 아니다.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도 결국은 무의미했던 것들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 삶의 모든 장면들은 소중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오감으로 접하는 모든 대상들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삶, 그런 삶이 어떻게 지루할 수 있을까? 그런 삶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장인 주경 스님이 최근 펴낸 에세이집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에 ‘주경 스님의 사랑의 아포리즘(금언) 108’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장면, 소리,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아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불성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렇게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과의 대립과 갈등도 줄어듭니다.”

거창한 단어나 복잡한 철학적 사유가 아닌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도록 이끄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갈등과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을 향해 위로를 전하는 동시에 궁극에는 욕망을 내려놓고 감정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수행자 길을 보여주고 있다.

‘잠시 참으면 지나가는 감정일 것입니다. 감정을 놓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분노나 억울함 등이 그러하지요. 내 감정을 놓치고 다음 감정을 기다려 보세요. 거기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불같이 타오르는 감정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그 감정이 지나가길 기다리기란 더욱 어렵다. 이에 대한 스님의 솔루션은 간단하다. “이불 뒤집어쓰고 한숨 자라”는 것이다. 좀처럼 잠이 안 오면 “108배를 해서 몸을 피곤하게 만들라”고 조언한다. 달리기도 좋고, 걷기도 좋다. 중요한 점은 일을 되새기고 구체화 시키며 대책을 세우는 등 감정에 휩싸여서 상황을 확장 시키는 생각에 매여있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어느 날 갑자기 시도해서 단번에 성공하기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스님은 이 책이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이기도 한 주경 스님은 30여년 째 글쓰기를 놓지 않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이기도 한 주경 스님은 30여년 째 글쓰기를 놓지 않고 있다. 

“세상은 보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거울을 한 번씩 보면 내가 좋아 보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거울에 비치는 나는 종종 많이 다르기도 합니다. 그런 자신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알아 나가는 것이 불교의 수행이고 자신을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자주 자신을 들여다보고 생각보다 좋은 자신을 발견하는 노력을 하듯이 이 책이 순간순간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주경 스님은 30여 년째 글쓰기를 놓지 않고 있다. 지난 1993년 ‘불광’지에 처음으로 실었던 글이 많은 스님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수년간 연재까지 하게 됐다. ‘글’의 힘이 ‘말’의 힘과는 또 다름을 느낀 시간이었다.

“출가자에게 전법은 밥값과도 같습니다. 누구든 법문을 요청했을 때 한 번도 거절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말은 듣고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만 전해지죠. 그에 비해 글은 지금 이곳에 없는 사람들, 멀리 있는 사람에게도 전해지고 나중에까지도 누군가에게 전해지죠. 그것이 글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법문을 하듯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종단 안팎에서 여러 소임을 맡으며 늘 바쁜 일상을 보내는 주경 스님은 새벽이나 저녁 공양 후의 시간을 집필에 할애한다. 조용히 쉴 수 있는, 오롯이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글쓰기에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글쓰기, 그 한 글자 한 글자에 담아내는 스님의 진심이 엿보인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01호 / 2023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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