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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불자 생로병사 보듬어 주는 불교

  • 법보시론
  • 입력 2023.10.23 14:00
  • 수정 2023.10.24 08:59
  • 호수 1701
  • 댓글 0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대 고대사회에서부터 인간은 스스로 나약한 존재라고 생각하여 인간보다 더 위대한 존재에게 의지하여 천둥, 벼락, 홍수, 폭풍, 지진, 해일 등의 천재지변과 늙고 병들어 죽어서 내세에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생노병사의 윤회의 고통을 면해 보려는 본능에서 샤머니즘, 토테미즘, 애니미즘 등 신성한 존재에 대한 믿음이 생활 속에 깃들었고, 그러한 믿음들이 교리적으로 체계화되고,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화되어 오늘날 종교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출가하기 전에 사문유관을 통하여 사람이 늙어가는 모습, 병든 모습, 죽은 자의 무덤 등을 통하여 인간의 고통을 목격한 후 수행을 통하여 해탈하여야만 인간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에 왕궁을 벗어나 설산으로 들어가 고행을 시작한 데서 불교가 시작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늘날 한국불교에서는 재가불자들의 생노병사라는 윤회과정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불자의 가정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을 때 부처님의 자비로운 손길로 맞이하여 불가의 구성원으로 축복하는 의식도 없고, 불자가 늙고 병들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그 노인이나 병자를 위로하여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인도하는 의식도 없고, 특히 불자가 생을 마치고 저 세상으로 떠나갈 때 그 영가를 위한 장의절차를 맡아주는 매뉴얼도 갖추지 못하여 간혹 불자의 장례식장에서 다른 장의회사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어떤 불자는 장의절차를 도와주는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것을 목도할 때마다 재가불자에 대한 불교의 무관심이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적어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을 함께 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스님들이 재가불자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은 축하하고, 특히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을 때에는 부처님의 자비로운 손길로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여 불가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이 있었으면 좋겠고, 상례나 제례에도 스님이 가정을 방문하여 주관하면서 참석한 가족은 물론 영가에게도 법을 설하여 제불보살님의 자비로 가족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의식절차를 통하여 재가불자들이 부처님의 제자로서 마음의 안식을 찾게 하면 좋겠다. 또, 최소한 교구별로 독립적인 장의조직을 운영하여 재가불자의 상례 때 불심으로 영가가 극락왕생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영가와 이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서 장의절차가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일본 사찰에서는 가정별로 작성된 재가불자 명부에 생일, 결혼기념일, 조상의 기일을 기재하여 비치해 두고, 해당 기념일이 되면 스님이 재가불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온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생일, 결혼기념일 및 제사를 주관하는 가족법회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하고, 가족의 안녕과 가정의 행복을 축원한다고 하니. 축원카드 1장으로 신도명부를 대신하는 우리나라 사찰과는 많이 다르다.

상좌부불교에서 재가불자들은 출가수행자들에게 보시하는 공덕 중심의 불교라면, 한국불교는 대승불교 또는 통불교를 표방하면서도 재가불자들의 수행이나 기도를 강조할 뿐 사찰이나 스님들이 재가불자들의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에는 별다른 매뉴얼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같아 가슴 한켠이 허전하다.

출가수행자도 줄어들고, 재가불자들도 줄어드는 종교적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라도 미래에는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사부대중 공동체로 단단해진 새로운 한국불교로 자리잡을 날을 기대해 본다.

민학기 변호사 hackymin@hanmail.net

[1701호 / 2023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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