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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수행이론의 총망라(73)- 깨친 이의 능력; 각론 ⑧

보현이 여래 출현 열가지 이유 설명

중생 거두어 보리심 이루고
도의 지혜 얻는 등 이유 설명
몸‧말‧마음의 업 차례로 설해
여래는 모든 곳서 중생 구호

‘화엄경’ 연출의 소위 ‘총감독’이자 ‘작가’이자 ‘연출가’인 ‘비로자나’ 부처님은 문수에게 질문하게 하고 보현에게 대답하게 하는 방식으로 중생들에게 설법을 연출하신다. 기본적인 구성은 이전의 ‘보현행품 제36’에서는 같은 ‘평등인과’를 설법하시면서도 ‘원인의 평등’을 설했고, 지금의 이곳의 ‘여래출현품 제37’에서는 ‘결과의 평등’을 대답하시는 설법이 펼쳐진다.

법문이 시작되기 전에 여래의 미간백호에서 ‘여래출현’이라는 이름의 광명이 솟아오른다. 여러 상서를 보이고는 다시 여래성기묘덕 보살의 정수리로 들어간다. 부처님께서 가지(加持)하시고 문수의 다른 이름인 여래성기묘덕 보살에게 질문하게 하고 보현은 대답하게 한다. 그리하여 보현은 여래 출현의 이유 열 가지를 설하신다. 운허의 스님의 ‘한글대장경’을 인용한다. 

“1. 과거에 한량없이 일체 중생을 거두어 주려는 보리심을 이루려는 연고며, 2. 과거의 한량없이 청정하고 뛰어난 뜻을 이루려는 연고이며, 3. 과거에 한량없이 일체 중생을 구호하는 대자대비를 이루려는 연고며, 4. 과거에 한량없이 계속하는 행과 원을 이루려는 연고며, 5. 과거에 한량없이 복덕을 닦으면서 만족한 줄 모르는 마음을 이루려는 연고며, 6. 과거에 한량없이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 교화를 이루려는 연고며, 7. 과거에 한량없는 지혜와 방편과 청정한 도로를 이루려는 연고며, 8. 과거에 한량없이 청정한 공덕장을 이루려는 연고며, 9. 과거에 한량없이 장엄한 도의 지혜를 이루려는 연고며, 10. 과거에 한량없이 통달한 법과 이치를 이루려는 연고입니다.” 

이렇게 여래 출현의 이유를 설명하고, 그 각각에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앞의 가지분(加持分)에 이른 과목으로 이를 설분(說分)이라 한다. 그중에서도 여래 ①출현의 법을 설한 것이다. 이제는 차례로 ②몸의 업과, ③말의 업과, ④마음의 업을 설을 차례이다. 누구나 수행을 하면 부처가 되는데, 그런 부처님은 과연 어떤 과보의 능력을 갖추는가에 대한 대답을 각각 열 가지 방면으로 풀어주신다. 돌이켜보면 ‘화엄경’ 구성작가는 ‘의지해야 할 부처님의 과보’에 대하여, ‘여래명호품 제7’에서는 몸에 대해, ‘사성제품 제8’에서는 말에 대해, ‘광명각품 제9’에서는 마음에 대해 각각 질문을 했다. 이제 이곳 ‘성취하게 되는 과보’를 대답하는 총 5개의 품 중에서 마지막 ‘여래출현품 제37’에서 이사의 질문을 모두 풀어주신다. 이렇게 ‘화엄경’의 이야기는 질문과 대답이 서로 이어져 가면 엮여있다.

먼저 ②몸의 업 열 가지 중에서 매 처음의 업을 역시 ‘한글대장경’에서 인용하기로 한다.

“불자들이여, 보살 마하살들이 마땅히 어떻게 여래, 응공, 정등각의 몸을 보아야 하는가. 불자들이여, 보살 마하살들은 마땅히 한량없는 곳에서 여래의 몸을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보살 마하살들은 한 가지 법이나 한 가지 일이나 한 몸이나 한 국토나 한 중생에서 여래를 볼 것이 아니고, 모든 곳에 두루하여 여래를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불자들이여, 마치 허공이 모든 물질과 물질 아닌 곳에 두루 이르지마는, 이르는 것도 아니고 이르지 않는 것도 아닌 것과 같나니, 왜냐하면 허공은 몸이 없는 연고입니다. 여래의 몸도 그와 같아서 모든 곳에 두루하고 모든 중생에 두루하고 모든 법에 두루하고 모든 국토에 두루하지마는, 이르는 것도 아니고 이르지 않는 것도 아니니, 왜냐하면 여래의 몸은 몸이 없는 연고입니다. 그러나 중생을 위하여서 그 몸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이것이 여래의 몸의 첫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보아야 합니다.”

모든 곳에 여래께서 상주하신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래는 중생을 위하여 모든 곳에 항상 계시면서 그들을 구호한다. 이것이 대승불교가 생각하는 부처님 모습이다. 대승 작가에게 있어 이제 여래는 석가모니 한 분만이 아니다. 여러분이다. 중생들이 수행한 과업에 따라 부처님을 만날 수 있으니 보신(報身)이시며, 또 우리들의 수행이 없이도 중생을 구호하려 출현하시니 화신(化身)이시다. 진리 그 자체이신 법신(法身)까지 합해, 삼불원융(三佛圓融)이시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701호 / 2023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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