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관장 함순섭)이 경주 남산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는 통일신라시대 조성 ‘수구다라니’를 처음 일반에 공개한다.
경주박물관은 10월24부터 내년 1월28일까지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경주 남산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금동제 경합(經盒)과 그 안에 들어있던 범자(梵字) 및 한자 ‘수구다라니’를 처음 공개하는 자리다. 새롭게 조성된 특별전시관에서 세 점의 전시품만 소개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집중 조명한다.
수구다라니는 ‘수구즉득다라니(隨求卽得陀羅尼)’라고도 하며, 다라니를 외우는 즉시 바라는 바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중국 당나라 때인 693년 보사유가 한역한 ‘불설수구즉득대자재다라니신주경(佛說隨求卽得大自在陁羅尼神呪經)’을 비롯해 여러 경전에는 다라니의 음을 써서 몸에 착용하고 다니면 그 영험이 전해져 효험을 볼 수 있다고 전한다. 후대에는 불상의 복장에 넣거나 탑에 봉안하는 등 점차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돼 유행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수구다라니는 1919년에 조선총독부 입수한 성보다. 당시 수구다라니는 범자 다라니와 한자 다라니 두 개가 하나의 종이에 같이 배접된 직사각 형태(32.9×46.8cm)였다. 조사 결과 각각 수구다라니임을 재확인하고, 보존처리를 거치면서 각각 분리·복원해 범자 수구다라니(29.7×30.3cm)와 한자 수구다라니(29.5×30.9cm) 형태인 정사각 모양을 찾았다.
그러나 범자 수구다라니는 16조각으로 분리된 것을 대략 배접한 상태로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고, 한자 수구다라니 역시 일부 조각이 잘못 배치되어 있었다. 두 다라니는 불교 고문헌 연구자의 번역 및 판독, 적외선 사진 촬영, 고화질 스캔 및 사진 촬영 등 수많은 조사 과정을 거쳐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또 지질 분석 결과 우리나라에서 만든 닥종이에 쓴 필사본 다라니로 확인됐다.
수구다라니가 들어있던 금동 경합은 구리에 금을 도금을 한 것으로 윗면에 보상화무늬, 옆면 사방에 신장상이 새겨져 있고 여백에 어자(魚子) 무늬가 있다. 경합은 통일신라 8~9세기에 제작된 다른 금동 합 및 사리기와 제작방식 및 기법 등이 유사해 통일신라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금동 경합 안에 봉안된 다라니도 같은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두 다라니는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가장 오래된 필사본 수구다라니임이 증명됐다.
경주박물관은 “수구다라니에 대한 조사 성과는 자료집에서 공개하고, 특별전을 통해 직접 통일신라 수구다라니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며 “이번 특별전이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다라니에 대한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과 연구가 이어져 고대 불교문화의 진면목을 좀 더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702호 / 2023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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