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00년 이어져 내려온 사찰음식 맛·지혜 배움터

  • 집중취재
  • 입력 2023.10.24 14:34
  • 수정 2023.10.25 10:29
  • 호수 1701
  • 댓글 0

사찰음식 테마 복합문화공간…월별·일일·특별강좌 등 운영
매주 토요일 외국인 대상 ‘K-Temple Food’ 프로그램도
“조리법뿐 아니라 불교문화까지 전해주는 곳…적극 추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은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사찰음식의 맛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강좌를 진행한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은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사찰음식의 맛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강좌를 진행한다.

4세기 고구려, 백제, 신라 세 나라는 불교를 수용해 국가이념으로 삼았다. 이후 불교는 사회통합의 중심이 됐고, 생활문화 전반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불교의 정신과 가치는 식생활에도 반영돼 독특한 음식문화가 생겨났다. 자비사상에 입각해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순수 채식, 수행에 방해가 되는 오신채를 배제한 음식이 사찰을 중심으로 1700여년간 발전해 왔다. 긴 세월 사찰음식은 식물성 식품의 다양한 배합과 조리, 가공 방법을 개발해 신비한 맛을 창조했고, 영양면에도 부족함이 없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로 거듭났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은 산사의 공양간에서 17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사찰음식의 맛과 지혜를 도심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 종로 안국빌딩 신관 2층에 위치한 이곳은 문화·체험·전시·휴식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건강을 위한 채식, 채소를 활용한 영양식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육식을 지양하는 비건인뿐 아니라 일반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로 늘 북적인다. 

이 가운데 130m²(40평) 규모의 체험공간은 사찰음식 관련 교육과 실습을 위한 장소로 실습 테이블마다 개수대와 가스레인지 등 조리시설을 비롯해 칼, 도마, 식기 등 조리도구를 갖추고 있다. 교육은 매주 화·수요일 제철 한상차림 및 스님들의 손맛 비법을 배울 수 있는 4주 과정의 ‘월별강좌’, 매주 금·토요일 전통 사찰음식과 다식, 이를 응용한 현대적 퓨전 사찰음식을 체험하고 맛보는 ‘일일강좌’, 1700년 산사의 맛을 품은 장과 김치 등의 특별한 비법을 전하는 ‘특별강좌’, 향기 가득한 차와 함께 스님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상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10명 이상이 신청할 경우 메뉴와 일정 등을 협의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단체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특히 토요일 오전 10시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일강좌 ‘K-Temple Food’가 진행된다. 강좌는 사찰음식문화체험관 홈페이지를 통해 월 단위로 신청자를 모집한다.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예약메뉴’가 오픈되면 모든 강좌가 수 시간 내 마감된다.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상황은 다르지 않다.
 

10월14일 진행된 외국인 대상 일일강좌의 메뉴는 ‘청국장 덮밥’과 ‘찹쌀마떡’이었다. 이날 강좌 역시 외국인들과 동행한 한국인들로 정원 24명을 가득 채웠다. 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모든 강의는 예의 없이 ‘오관게(五觀偈)’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이 다른 강좌와 차별되는 점은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강의는 사찰음식문화체험관 부관장 성화 스님이 직접 진행한다. 

“재료를 직접 재배하고 다듬어 음식을 만드는 과정 모두가 수행의 핵심 요소입니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맛과 영양을 만족시킴으로써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진리를 담는 그릇이 됩니다. 서로 다른 재료가 제 역할을 다해 조화로운 음식이 됨을 관찰함으로써 모든 존재의 소중함과 인연을 깨닫게 합니다. 정성껏 차린 음식을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대중과 나누면서 수고한 많은 이의 정성에 감사합니다. 이러한 사찰음식 문화의 정신을 함축한 것이 ‘오관게’이고, 감사와 정진의 의미를 담아 남기지 않고 먹는 게 수행자의 식사법인 ‘발우공양’입니다.”

교육은 성화 스님의 강의 및 시연, 참가자들의 실습, 그리고 시식의 순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스님의 설명에 따라 들기름으로 볶은 표고버섯·감자·고추를 청국장·으깬 두부와 채수에 함께 넣어 끓인 후 밥 위에 얹은 ‘청국장 덥밥’, 어슷 썬 마에 찹쌀가루를 묻혀 팬에 구운 ‘찹쌀마떡’을 뚝딱 완성해 냈다. 

섬유박람회 참관을 위해 방한한 미국인 셀리, 마르타, 케서린씨는 며칠 전 인사동을 구경하던 중 사찰음식을 체험할 수 있다는 안내 현수막을 보고 함께 이날 강좌를 신청했다. 캐서린씨는 “비건인 셀리가 채식인 사찰음식을 배우고 맛볼 수 있다는 데 흥미를 느껴 함께했다”며 “곧 10명의 동료가 한국을 찾는데 그들에게 한국에서 꼭 체험해야 할 프로그램으로 사찰음식을 적극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여행과 한식을 배우기 위해 4개월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캐나다 교포 박진희씨는 “인터넷에 소개된 사찰음식문화체험관을 우연히 발견하고 흥미를 느껴 곧장 문의했다”며 “다른 곳은 조리법이 중심인 데 반해, 이곳에서는 음식에 담긴 의미까지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새로웠다. 캐나다로 돌아가기 전 다시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생활 중인 리투아니아 출신 베르다데타, 말레이시아 출신 진구르양은 버디인 이서희 학생의 추천으로 일일강좌에 참여했다. 베르다데타양은 “음식을 만드는 게 서툴러 우왕좌왕했지만 한국의 전통음식 특히, 불교문화를 접한 뜻깊은 자리였다”며 “무엇보다 채소만으로 이런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웃음을 보였다.

사찰음식문화체험관은 10월31일부터 12월 강좌 참가자를 모집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701호 / 2023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