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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약탈된 부석사 불상 취득시효 인정은 반역사적 판결”

  • 교계
  • 입력 2023.10.26 15:25
  • 수정 2023.10.27 19:01
  • 호수 1702
  • 댓글 4

10월26일, 대법원 판결 관련 대변인 입장문
“약탈문화재 문제 해결 가로막는 최악의 판결”
“대법원이 불법점유 조장…국제법규에도 반해”

대법원이 “서산 부석사 불상의 환지본처를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불교계의 강한 촉구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이 일본 관음사에 있다”고 판결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대법원이 일본 민법을 적용, “일본 관음사의 점유취득”을 인정하면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판결을 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조계종도 대법원 판결 즉시 입장문을 발표하고 “약탈돼 국외로 반출된 도난문화재에 대해 취득시효를 인정하는 것은 반역사적 판결이자 약탈문화재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최악의 판례”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서산 부석사 측이 대전고법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유체동산인도 청구’ 상고심에서 “기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상의 소유권은 이번 소송의 보조참가자로 참여한 일본 관음사 측에 넘어가게 됐다.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1330년경(고려 충숙왕17년) 조성된 것으로 왜구에 의해 약탈돼 1526년경부터 일본 대마도에 있는 관음사에 봉안돼 왔다. 1951년 이 불상의 복장물에서 불상 조성 배경을 알 수 있는 ‘남섬부주고려국서주부석사당주관음주성결연문’이 발견돼 이 불상이 ‘고려국 서주 부석사 불상’임이 드러났다. ‘서주’는 고려시대 서산지역의 명칭이라는 점에서 이 불상이 서산 부석사의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2012년 10월 국내 절도범들이 이를 훔쳐 우리나라로 밀반입했다가 발각됐고, 검찰에 의해 몰수돼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이런 가운데 서산 부석사는 “불상의 원소유자는 부석사”라며 정부를 상대로 ‘유체동산인도’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대전고법은 “부석사에서 불상 제작 사실관계와 왜구에 의해 약탈 반출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서산 부석사가 과거 사찰과 동일하다고 입증할 수 없고, 일본 관음사의 점유취득 시효가 완성돼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판결했다. 서산 부석사 측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이 ‘서주 부석사와 현재의 부석사를 동일한 권리주체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은 사찰의 실체와 동일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면서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 결론은 정당하다”고 기각을 결정했다.

우선 대법원은 서주 부석사와 현 부석사의 동일성과 관련해 “△1330년경 독립한 사찰로서 실체를 가지고 있던 서주 부석사가 중창, 중수 등으로 사찰재산 등이 일부 변경된 사정만이 인정될 뿐 도중에 사찰의 인적요소인 승려 등의 계속성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물적 요소인 종교시설 등이 완전히 소실된 것으로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원고(서산 부석사)가 서주 부석사와 같은 지역에서 독립한 권리주체성을 가진 전통사찰로서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같은 지역에 ‘부석사’라는 명칭을 가진 다른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서주 부석사가 독립한 사찰로서의 실체를 유지한 채 존속해 원고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본 관음사의) 취득시효 완성여부’와 관련해 “동산의 점유자가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에 따라 그 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를 판단하는 준거법(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법)은 그 취득시효 기간이 만료하는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이 되어야 한다”며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일본국의 민법에 따라 일본 관음사가 종교법인을 취득한 1953년 1월26일부터 절도범에 의해 이 사건 불상이 절취당하기 전인 2012년 10월6일까지 계속해서 불상을 점유해 왔다는 점에서 점유취득이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일본 관음사가 일본국 민법에 따라 이 사건 불상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원고가 불상의 원시 취득자로 인정되더라도 소유권을 상실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에 대해 불교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계종은 10월26일 대변인 기획실장 우봉 스님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은) 약탈문화재의 은닉과 불법점유를 조장할 뿐 아니라 강제로 빼앗긴 약탈문화재에 대한 소유자의 정당한 권리를 가로막는 반역사적 판결이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약탈문화재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최악의 판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계종은 또 “이번 판결은 국제법적 이념과 국제규약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계종에 따르면 1995년 채택된 ‘도난 또는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에 관한 사법통일국제연구소(UNDROIT)협약’ 5조에는 협약 국가 간에 취득시효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 반출 문화재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또 유네스코에서 1970년 채택한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 7조 등에는 불법반출입 문화재의 회수 및 적절한 반환 조치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일본 측에 점유취득을 인정한 것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조계종의 입장이다.

조계종은 이어 “서산 부석사 불상은 불자들의 신앙 대상이며 동시에 자랑스러운 민족의 문화유산”이라며 “이런 소중한 문화유산이 원래의 자리를 떠나 약탈국으로 다시 유출되는 것은 국민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이다. 이번 판결이 약탈문화재 문제에 있어 가장 비상식적인 선례가 됐다는 점을 대한민국 정부와 사법부는 명확하게 인식하길 바란다”고 꾸짖었다.

조계종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서산 부석사 불상의 환지본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또한 아직도 되찾지 못한 문화유산의 환지본처를 위해 국민과 함께 노력할 것”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702호 / 2023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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