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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태(성주·63) 절 수행 - 상 

기자명 법보

아내 권유로 시작한 108배
백련암서 삼천배 참여하고
횟수 늘려 매달 1만배 올려
불교로 이끈 불보살께 감사

8년 전, 아내가 느닷없이 “당신, 108배 해보지 않을래?”라고 물었다. 슬하에 아들을 둘 뒀는데, 큰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둘째 아들이 입대를 했다. 아들이 병장을 막 달았을 무렵, 군대 사정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휴전선 부근에서 목함 지뢰가 터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전방부대에 있던 아들이 군대 내부에선 전쟁 발발 징후가 감돌고 있다고 알려 왔다. 

이미 큰 아들을 잃었는데 작은 아들마저 잃는 게 아닌지 걱정돼 초긴장상태로 며칠을 보냈고, 아내가 이를 눈치 채고 절 수행을 권한 것이다. 그럼에도 내게 절 수행을 권유한 건 의외였다. 나는 교회를 꾸준히 가진 않았지만 명색이 기독교인이었다.

당시 나는 종교를 떠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특별한 저항이나 반감 없이 아내의 권유를 따라 절 수행을 시작했다. 성격상 결심하면 좌고우면 하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그날 저녁부터 방에서 이불을 몇 겹 포갠 뒤 아내의 108염주를 돌려가며 절 수행을 시작했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속도로 108번. 서서히 불제자로서 거듭나는 시간이었다. 20일 정도 했을 때, 절 횟수를 늘리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다. 절 수행이 마치 맞춤 양복처럼 잘 맞았다. 216배로, 며칠 지나지 않아서 324배로 늘렸는데 이때까지는 신체에 별 부담이 없었다. 내친김에 두달 만에 600배로 늘렸는데, 갑자기 다리 관절이 덜거덕거려 겁을 먹고 다시 300배로 낮췄다. 이후 300~600배를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절 수행 자체를 쉰 날은 8년 간 하루도 없었다. 

절 수행의 목표는 나의 업장 소멸과 아들의 안전을 빌고 또 비는 것이었다. 수행을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을 무렵, 삼천배를 해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느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부산에서 해인사 백련암으로 가는 버스가 있음을 알게 됐다. 부산에 갈 기회를 엿보던 어느날, 총무과에서 연락이 왔다. 갑자기 본부에서 최소 규모로 급한 인사이동을 단행했는데, 내가 부산교도소 직훈 과장으로 발령 났다는 내용이었다. 담당자는 ‘사전에 본부랑 조율이 있었냐’고 물었고, 나는 순간 발끈했다.

“이런 황당한 인사발령이 다 있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사전 조율도 없이 발령을 내면 나는 어쩌란 말이냐”라고 본부에 항의하려다 문득 “아! 이건 인력의 작용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도와주시는구나!”

절 수행을 시작한지 9개월 만이었다. 첫 삼천배를 마쳤을 때는 이튿날  한번 더했으면 좋겠다고 여겼을 정도로 몸 상태가 멀쩡했다. 그 뒤로 부산 장금선원에서 삼천배 기도에 참여하는 등 삼천배에 서서히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매일 일과는 일천배로 상향 조정했고, 가능한 매주 한 번씩 삼천배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관사, 사찰에서 삼천배 정진을 이어갔다.

2018년, 불필 스님을 친견할 기회가 찾아왔다. 스님은 “매일 삼천배를 70세까지 하라”고 당부했다. 당시 58세이던 내게 “1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삼천배를 수행하면 거사의 운명이 바뀔 것이고, 원하는 바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그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 지긋지긋한 운명의 색깔이 바뀔 것이라 믿고 스님께 정진을 약속했다. 스님과 약속한 지 5년이 넘은 지금은 매일 5100배를 올린다. 

처음 삼천배를 며칠간 연속했을 때는 체력 및 심적 부담감이 컸다. 그러나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다 보니 익숙해졌는지 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과 약속하고 한달에 몇 번씩 임의로 시작한 일만배는 지난해 100회를 넘겼다. 백련암에서 매월 한 차례씩 공개적으로 삼천배를 하는 날 나는 만배를 한다. 성철 대종사는 생전 만배는 같은 자리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셨지만, 부득이하게 입재는 집에서 하여 오천배를 하고 백련암으로 이동해 삼천배, 대중과 함께 마지막 삼천배를 함으로써 나만의 만 배, 즉 일만 일천배를 한다. 지금까지 만배는를 112회 했다.

매일 0시에 알람이 울리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절이 완전한 습관이 됐다. 지금까지 이끌어준 불보살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해 올린다.

[1702호 / 2023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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