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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시설 돌봄 활용’ 개정안 발의 “잠정 유보했다”

  • 교계
  • 입력 2023.11.02 13:40
  • 수정 2023.11.09 19:27
  • 호수 1703
  • 댓글 4

김회재 국회의원실 “진행된 것 없어…잠정적 유보 상태”
종교평화·보육현장·법률·사회복지 전문가 한목소리 지적
“일방적 출대본 청원에 졸속 입법 추진 종교갈등만 유발”

교회를 돌봄 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 추진이 잠정 유보될 전망이다. 

‘0~3세 돌봄 교회시설 활용’ 관련법 개정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회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측은 11월1일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토론회는 공동 주최했지만 이후 법안 발의와 관련해 진행된 것이 없다”며 “잠정적 유보 상태”라고 밝혔다. 김회재 의원실은 최근 언론을 통해 11월중 관련 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다고 밝혔으나 타종교계와의 협의 없이 진행된 것에 대한 문제지적이 이어지자 입법 추진을 유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철회나 폐기가 아닌만큼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앞서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감경철 본부장 겸 CTS회장, 이하 출대본)는 9월18일 이채익(국민의힘)·김회재 의원이 주최한 국회토론회를 통해 교회시설을 유아 돌봄에 활용하는 입법청원서를 전달한 바 있다.

출대본 관계자는 11월1일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0~3세 돌봄 교회시설 활용’ 입법청원 추진에 대한 타종교와 협의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협의가 진행된 사실은 없었다”며 “출대본 쪽에서 먼저 시작했기에 동의를 구하고 했다기보다 법안 개정 추진 속도를 내기 위해 (협의 없이) 그렇게 진행됐다”며 이웃종교와 협의없는 진행이었음을 인정했다.

출대본이 이웃종교와 협의 없이 입법 청원한 ‘교회시설 돌봄 활용’ 관련 법안 개정 추진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은 우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육 현장 전문가들은 영유아돌봄이 교회에서 진행될 경우 종교시설 범주에 모호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돌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소재 가족센터장은 “교회를 비롯한 여러 종교에서 검증되지 않은 종교단체도 돌봄에 개입할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일일이 규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종교간 협의가 선행된 후 법안 개정을 추진해야 하는데 순서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시설 운영에 있어 관리체계의 문제도 꼬집었다. 이 센터장은 “현재 사회복지재단이나 사단법인에서 위탁 받아 돌봄을 시행하고 있어 예산이나 고용 등의 운영이 재단 기준에 맞춰있다. 또한 재단에서 지도 점검하기 때문에 감시의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교회시설 내에서 바로 보육이 시행될 경우 제한하고 감시하는 장치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며 “이런 경우 정부에서 운영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육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점도 지적하며 “개신교 신도가 아닌 부모는 교회에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아도 돌봄시설이 교회 내에 설치된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 지역 어린이집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데 굳이 종교시설을 활용하겠다며 교회에서 돌봄을 운영하려고 하는 것은 교회 수익사업으로 활용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출대본이 ‘종교시설 돌봄 활용’을 표방했지만 사실상 ‘교회시설 돌봄’을 위한 법안 개정 추진이 개신교 의원들 주축으로 진행되는 것은 오히려 종교갈등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은 “출대본이 타종교와 협의없이 진행한 ‘종교시설 돌봄 활용’ 입법청원과 이에 앞장서 법안을 발의하고자 하는 개신교계 의원들의 모습은 종교평화간 화합을 등지고 있다”며 “종교계가 중심이 된 정책을 입안하도록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이 특정 종교계의 입장만을 대변한 법안을 졸속으로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종교갈등을 유발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출대본이 청원한 법안 개정은 정교분리원칙과 종교평등권을 위반한다는 지적도 주목된다. 홍선기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저출산으로 보육시설이 문을 닫는 상황에 교회시설에서 돌봄을 활용한다는 것은 법안 입법 목적과 취지에 설득력이 없다”며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고자 하는 의원들이 모두 개신교 신도들로 구성돼 진행되는 행태는 사실상 기독교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정교분리원칙뿐 아니라 종교평등권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가 종교에 개입해서도,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라든지 차별이 있어서도 안된다. 교회시설에 편중된 보육이 이뤄질 경우 법률 자체는 위헌 법률 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의해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되는 사항으로 판단될 수 있다. 특정 종교시설에만 편중된 돌봄시설 활용 또한 종교의 평등권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교회 내 돌봄시설 설치는 보편적 복지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 스님은 “현재 국가의 영유아보육 체계가 촘촘하게 구축돼 있고 지방은 저출생으로 보육시설이 폐소되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 폐소하는 시설을 활용해 정부차원의 공교육을 보완해야 하는데 대안으로 교회시설에서의 영유아 돌봄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복지모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교회시설을 활용한 방과후학교 운영에서도 교회가 방과후교실을 직접 운영해 국가 지원을 받고 목사 사모들이 교사로 일하는 등 일자리를 차지했다”며 “교회시설을 돌봄으로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지윤 기자 yur1@beopbo.com

[1703호 / 2023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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