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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넘나든 수만 겁 이야기 응축 ‘난행의 능행’

  • 출판
  • 입력 2023.11.04 23:33
  • 수정 2023.11.05 08:45
  • 호수 1703
  • 댓글 1

각전 스님, 법보신문 연재한 24편 ‘본생담’ 한 권으로 엮어
“심성 변화시킨 본생담의 힘” 함께 느끼고자 댓글까지 수록

자타카로 읽는 불교1-산치 대탑·아잔타 석굴의 본생담
각전 스님 글·사진 / 민족사 / 352쪽/2만3000원

자타카로 읽는 불교1-산치 대탑·아잔타 석굴의 본생담각전 스님 글·사진 / 민족사 / 352쪽/2만3000원
자타카로 읽는 불교1-산치 대탑·아잔타 석굴의 본생담각전 스님 글·사진 / 민족사 / 352쪽/2만3000원

이 책은 법보신문에 ‘본생담으로 읽는 불교’라는 타이틀로 2022년 연재한 총 24편의 글을 엮은 것이다. 지면과 함께 인터넷 법보신문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서비스됐다. 각각의 글에는 독자들의 댓글이 달렸고, 저자 각전 스님은 단행본을 엮으며 이 댓글들도 함께 수록했다. 중학생부터 80대 중반 거사님에 이르기까지 댓글을 단 이들에게 게재를 허락받는 수고로운 과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실린 댓글은 이 책을 보는 독자들에게 다른 이들이 느꼈을 생각과 느낌까지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글을 읽는 즐거움 못지않게 다양한 이들이 전해주는 소감과 해설, 의미 등이 흥미롭다. 하지만 단순히 읽는 즐거움을 더하기 위함은 아니다. 저자 각전 스님의 서문에 그 이유가 엿보인다.

‘어떤 위대한 가르침의 말을 들었을 때 그것을 기억하는 것은 총명한 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자신의 마음 내지 심성이 변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본생담을 순수한 마음으로 여과 없이 읽는다면 누구나 크든 작든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러한 기대와 바람을 꾹꾹 담아, 스님은 본생담이 담고 있는 그 내면의 이야기, 사람의 심성을 드러내고 변화시키는 힘을 선택과 집중, 감동과 유머, 고증과 재해석으로 압축해 냈다. 그 결과물은 마치 한 조각의 바삭한 쿠키처럼 입안에 쏙 들어온다. 본생담의 정수가 ‘난행을 능행하는 보살의 행동’이라면, 방대한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기 쉬운 본생담의 이야기들을 매회 2400자(200자 원고지 12매) 이내의 한 편에 담아내는 스님의 필력 또한 난행의 능행이다. 

'본생담을 순수한 마음으로 여과없이 읽는다면 누구나 크든 작든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각전 스님.
'본생담을 순수한 마음으로 여과없이 읽는다면 누구나 크든 작든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각전 스님.

덕분에 독자는 쿠키상자를 열어 하나를 고르듯 그 맛깔스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골라 집어 들면 된다. 어느 장을 펼치듯 ‘절절한 긴장과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지는 문체의 줄기와 가지를 정리해서 수천백 년의 시간을 잘라 버리고 바로 우리 앞에 사진 찍어 보이니(덕민 스님의 추천사 가운데)’ 독자는 그저 즐거울 뿐이다. 

‘어떻게 주위를 돌아보면서 살아야 되는지, 인간이란 테두리에 말로만 하면서 실천은 안 하고, 많은 반성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본생담의 연재가 내 마음 밑바닥을 다 보게 하네요. 처음 우연찮게 절에 가니 스님들께서 보시도 많이 하고 공덕도 많이 지으라고 법문하시길래, 보시하면서 복 많이 달라고 계속 빌었고, 빌면 다 주는 줄 알았습니다.’

‘좋은 친구와 사귀는 것, 좋은 동료와 사귀는 것, 좋은 도반과 사귀는 것이야말로 청정한 삶의 전부에 해당한다는 말은 꼭 기억하고 있어야겠네요. 덕분에 오늘도 잘 지냈습니다. 스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고1)’

본생담을 통해 사고와 정서의 변화를 직접 느꼈던 각전 스님은 이러한 변화를 더 많은 이들이 함께 경험하길 바란다. “마음의 변화는 스스로 찾을 일이고 예기치 않게 올 것이지만, 이 조그마한 본생담의 이야기들이 마음에 변화를 가져 오리라 기대한다”고 밝힌 스님 또한 예기치 않은 변화의 주인공이다. 서울대 정치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한 스님은 39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해양수산부에서 근무하다 궁극적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출가를 단행했다. 직지사 선원 등에서 정진했고 미얀마의 쉐우민 국제명상센터에도 다녀왔다. 이후 동화사, 통도사, 범어사, 쌍계사, 법주사 등 제방 선원에서 정진하고 있다. 

동시에 틈틈이 법보신문과 월간 불교문화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스님의 저서 ‘인도 네팔 순례기’는 2021년 불교출판문화상 대상을 수상했다. 안거 때가 되면 선방 찾아 방부들이고 산철에는 손수 농사지으며 소박하고 단순한 일상을 수행으로 채우는 스님이 일과처럼 글을 쓴다.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탈락되고 희미해져 가는 인도 아잔타 석굴의 본생담 벽화를 카메라 에 담고 산치 대탑의 부조를 한 편이라도 더 선명히 기록하기 위해 산철마다 구법행에 나서듯 인도로 걸음한다.

“산치 대탑과 아잔타 석굴이 마멸되어가는데 부처님의 본생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객관적으로 미학적인 언어 문자로만 접근하면 부처님과 우리의 고하에 거리만 생긴다. 어렵지만 선리의 직관으로 산치 대탑에 들어가서 산치 대탑이 내가 되고 내가 산치 대탑이 되어라.…그렇다면 부처님의 본생담이 나의 본생담이요, 나의 본생이 부처님의 본생과 청정한 원융을 이뤄 법희선열의 법락이 그 앉은 당처에서 이루어진다.”

각전 스님의 그 마음을 헤아리고 노고를 치하하며 책의 일독을 권한 일해덕민 스님의 추천사가 스님의 구법행 이유와 함께 이 책은 참된 가치를 말해 준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03호 / 2023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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