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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조사선의 특질 및 전개(중) 선기(禪機)의 시대

기자명 정운 스님

상대방 근기 따라 방편 활용

조사선 시대, 많은 선기 등장
잘못된 견해·집착 깨는 방편
마조·백장 선문답서 ‘할’ 기원
다양한 방편, ‘공안’으로 형성

조사선 시대는 선기(禪機)의 시대였다. 스승들이 제자를 지도하기 위해 여러 방편을 시도하였다. 특수한 문답이나 할·방 등을 사용함으로 그때그때마다 스승이 상대방의 근기에 따라 대기대용(大機大用)의 방편이 활용된 것이다. 마조의 어떤 설법이나 행동은 제자들의 도를 깨우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런 방편의 활용을 앙산(807∼883)은 잡화포(雜貨鋪)라고 하였다. 어떤 물건이든 다 파는 잡화포라는 말은 제자들 근기에 맞춰 제자를 지도한다는 뜻이다. 마조의 다양한 접화방법이 후대에 공안으로 형성되는 기원이 되었다. 

조사선 시대에 스승이 제자를 제접하는 선기의 활용에 대해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1)언어적인 측면 (2)몸의 행위나 동작 (3) 주변에 있는 어떤 집기나 사물을 사용하는 것 등이다. 

우선 언어적 표현이다. ①스승과 제자와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스승이 제자를 깨우치게 하고자 말했던 어구로, 후대에 이를 선문답(禪問答)이라고 함. ②오도송·열반송 등을 시적(詩的)으로 표현한 것. ③방장이나 사찰의 주지가 법상에 올라가 대중들에게 설한 상당설법이나 시중법문한 강의식 표현 ④양구[良久, 아무 말도 하지 않음], ⑤할[喝, 법문 도중이나 법문을 마친 뒤에 소리를 지르는 것] 등이다. 다섯 번째 ⑤할을 처음으로 사용한 선사는 바로 마조이다. 백장이 마조와 선문답을 하는 와중에 스승 마조가 백장에게 고함을 쳐서 백장이 3일 동안이나 귀가 먹었다는 삼일이롱(三日耳聾)의 공안을 ⑤할의 연원으로 본다.

두 번째 몸의 동작이나 행위에 의한 것이다. ①권[拳, 주먹을 쥐는 것] ②타착[打着, 몸을 손으로 치는 것] ③타국[打摑, 후려갈기는 것] ④파비[把鼻, 코를 잡는 것] ⑤취이[吹耳, 귀에 대고 소근 대는 것] ⑥전수[展手, 손바닥을 펴는 것] ⑦박수[拍手, 손뼉 치는 것] ⑧토설[吐舌, 혀를 내미는 것] ⑨작무[作舞, 춤을 추는 것] ⑩의세[擬勢, 어떤 형태를 취하는 것] ⑪탄지[彈指, 손가락을 튕기는 것] ⑫단지[斷指, 손가락을 자르는 것] ⑬수지[竪指, 손가락을 세우는 것] 등이다. ⑬손가락을 세우는 행위를 했던 선사는 천용(天龍)과 구지[俱胝, 마조계 제자]이다. 

이 내용만 보기로 하자. 누군가 법을 물으면, 천용·구지 선사는 손가락을 하나 세워 보였다. 구지 선사가 젊은 시절, 어느 암자에 홀로 머무를 때이다. 이 무렵, 실제(實際) 비구니가 찾아왔다. 그녀는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들고 구지 선사의 선상을 세 바퀴 돌고는 주장자를 선사 앞에 우뚝 세우며 말했다. ‘한 마디 일러보십시오. 그러면 삿갓을 벗겠습니다.’ 이 말에 구지는 한마디도 못 했고, 실제 비구니는 홀연히 떠났다.  구지는 탄식을 하다가 열흘쯤 지나 천룡화상이 찾아왔다. 구지가 천룡에게 자신의 근황을 말하자, 천룡이 구지에게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이니, 구지가 깨닫게 되었다. 

세 번째 주변에 있는 사물·불상·경전·동물·주장자 등을 사용하거나 그 외 집기를 사용하는 일이다. ①방[棒, 몽둥이로 때리는 것] ②참묘[斬猫, 고양이 목을 베는 것] ③흔상[掀狀, 평상을 뒤집어엎음] ④고주[敲柱, 기둥을 두드리는 것] ⑤참사[斬蛇, 뱀을 베는 것] ⑥ 분경[焚經, 경전을 불사르는 것] ⑦분불[焚佛, 불상을 태우는 것] ⑧불자(拂子) 활용 등이다. 

⑧불자를 처음으로 활용한 선사는 마조이다. 앞의 삼일이롱 공안[마조와 백장의 선문답]에서 불자를 사용하고 있다. ⑧불자는 원래 먼지를 털거나 모기·파리를 잡는 일상적 도구(털이개)인 생활용품이었다. 이런 생활도구가 제자들 교화를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면서 오늘날 선종에서는 번뇌를 털어 내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한 마디로 종승(宗乘)이나 언어로 나타낼 수 없는 선사상을 단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①방망이를 최초로 활용한 선사가 마조이다. 마조와 석구화상이 선문답을 하면서 마조가 석구에게 ‘방망이로 두들겨 패겠다’는 말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석구는 마조의 법을 받은 제자이다. ①방망이 사용은 선사가 제자의 그릇된 견해와 집착을 깨우쳐 주기 위해 고성으로 질타하고 언어와 사려가 미치지 못하는 경지를 보이는 접화 수단이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703호 / 2023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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