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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대로 보이는 세상

기자명 한산 스님

부정적인 면에 초점 맞춘 불평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하게 돼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서
감사·다정히 대하는 연습 필요

살다 보면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날, 이 글을 쓰는 지금이다. 일주일 후로 알았던 원고 마감 날이 갑작스레 오늘로 변경되었다. 긴급한 순간을 맞이하면 멈칫하게 되지만 이럴 때는 스피드가 중요하다. 할 건지 말 건지. 이것저것 재면서 할까, 말까를 고민하다 보면 선택은 더뎌지고, 불안과 고통은 늘어난다. 얼마 전 서울대 최종훈 교수의 ‘인생 교훈’이라는 글을 우연히 보고 오늘부터 이렇게 살 거라 다짐했던 것도 선택에 큰 도움이 되었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마라. 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생각만 하거나 아이디어만 쌓아 두고 미루다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일들이 참 많다. 안 하기로 선택하고 깔끔하게 포기하면 생각이라도 안 날 텐데 그러질 않으니 문득문득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후회나 죄책감이 한 꺼풀씩 덧씌워진다. 그래서 오늘은 원고를 쓸까, 말까 선택지가 놓였을 때 쓴다고 쉽고 간단하게 결정했다.

보통 원고를 써야지 하고 마음먹기는 마감 한 달 전부터 시작된다. 시험공부를 미리 하겠다는 학생처럼 이번 달에는 미리 원고를 써야지 하고 마음먹지만, 매번 미루다가 마감 기한이 임박해 글쓰기를 시작한다. 마감이 일주일 후라고 생각했기에 이번 달 원고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24시간이 모자란다고 누군가는 노래하지만 나에게 원고 쓸 시간이 24시간이나 남았다는 것은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하루가 오롯이 남았는데 하면 되지. 불편하거나 욱하는 마음 없이 깔끔하게 ‘Just do it’의 정신이 발동하다니, 그동안 감사 일기를 쓰고 부정적인 마음을 소화했던 과거의 나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보낸다.

일주일 전 70대이신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른쪽 눈꺼풀이 갑자기 내려와서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중이라 하셨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며칠을 기다렸는데 눈뜨기가 힘들어서 병원에 가셨고, 원인을 모르겠다는 동네 병원 의사 말에 큰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되니 덜컥 겁이 나셨던 거다.

나이가 드니 하나둘씩 고장이 난다며 태연하게 말씀하시지만 얼마나 놀라고 걱정되셨을까. 먼저 삶을 지나가는 선배 덕분에 저절로 알고 배우게 되는 것이 많다. 눈꺼풀이 내려오는 경우는 3번 뇌신경 마비일 때의 증상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뇌신경에 번호도 있다니, 낯선 단어들을 만나며 몰랐고, 관심 없던 정보를 쌓을 수 있으니 한편으로 고맙다. 내 눈꺼풀이 힘없이 떨어지는 날을 만날 때 간접 경험으로 이미 정보를 축적했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을 장착한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병명도 없고 수술도 안 되고 약도 없지만 일 년 안에는 돌아올 거라는 미덥지 못한 결과를 안고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셨다. 감사 일기를 1년 동안 써서 그런지 뇌에 이상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편안해하셨다.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화내고 불평하는 건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자동으로 할 수 있다. 날 때부터 감사와 사랑으로 충만한 자가 아니라면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연습, 감사하는 연습, 다정하게 바라보는 연습, 너그럽게 대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연습을 하려면 이러한 태도로 살겠다는 결심과 선택이 앞서야 한다.
 

지금 해가 뜨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일출을 깨어 있는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원고를 쓴 덕분이다. 마감 효과 덕분에 이렇게 빨리 초고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집중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또 위기가 기회라는 경험을 하게 되어 감사하다. 

믿는 대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장점을, 긍정적인 면을, 감사함을 보기로 믿고, 마음을 훈련하면 정말 세상이 그렇게 보인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내니깐.

한산 스님 일상다감사 지도법사 happyhansan@naver.com

[1703호 / 2023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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