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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마음을 관찰하는 위빠사나명상-2

기자명 일중 스님

‘찰라생멸 마음’ 본성 지혜로 통찰

죽을 때까지 사용하는 마음
관찰 않으면 무기상태 빠져
마음챙김 확립·지혜 계발시
마음 속성 수행지로써 알아

“현재 여러분의 마음상태는 어떠한가요? 탐진치가 있는 마음인가요? 아니면 편안하게 이완되어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인가요? 혹시 두려움이나 초조, 불안한 마음상태인가요? 아니면 자애와 연민이 가득한 마음일까요? 바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 여러분의 마음을 한번 점검해봅시다. 그저 있는 그대로 마음, 현재의 마음상태를 가만히 관찰해보세요.” 

일주일에 다섯 번씩 명상 수업을 하면서 필자는 위와 같은 명상 멘트(안내)를 수시로 하곤 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기 직전까지 마음을 쓰며 살아간다. 한평생 쓰고 있는 마음, 명상으로 명료하게 알아차리고 관찰하지 않으면, 무명과 무기상태에 빠진다. 자기 자신의 마음도 잘 모르는 채, 습관적이고 본능적인 무의식적 자동반응 패턴으로 살아간다. 이런 마음은 부정적인 업을 만들기 십상이다. 그에 비해 어떤 마음이든지, 혹은 어떤 마음이 일어나더라도 마음챙기면서 깨어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음관찰명상, 위빠사나명상법이다.  

이번에는 ‘대념처경’에서 제시한 후반부 ‘네 쌍 여덟 가지의 마음’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고귀한 마음을 고귀한 마음이라 꿰뚫어 안다. 고귀하지 않은 마음을 고귀하지 않은 마음이라 꿰뚫어 안다. (아직도) 위가 남아 있는 마음을 (아직도) 위가 남아 있는 마음이라 꿰뚫어 안다. (더 이상) 위가 없는(無上心) 마음을 (더 이상) 위가 없는 마음이라 꿰뚫어 안다. 삼매에 든 마음을 삼매에 든 마음이라 꿰뚫어 안다. 삼매에 들지 않은 마음을 삼매에 들지 않은 마음이라 꿰뚫어 안다. 해탈한 마음을 해탈한 마음이라 꿰뚫어 안다. 해탈하지 않은 마음을 해탈하지 않은 마음이라 꿰뚫어 안다.”

여기 여덟 가지의 마음 중에서 ‘고귀한 마음, 위가 없는 마음, 삼매에 든 마음, 해탈한 마음은 사마타 수행을 통해서 향상되고 계발된 마음, 본 삼매 선정에 든 마음을 의미한다. 즉 욕계의 일상적인 마음이 아니라 색계나 무색계의 마음으로 상대적으로 차원이 높은 마음이다. 그에 비해서 ‘고귀하지 않은 마음, 위가 남아 있는 마음, 삼매에 들지 않은 마음, 해탈하지 않은 마음’은 욕계의 일상적인 마음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점은 ’심념처가 위빠사나명상인데, 왜 사마타명상과 삼매 선정의 마음이 언급되는 걸까?’라고 누군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부처님 당시에 대부분 수행자는 사마타 수행을 먼저 하고 위빠사나 수행을 했다. 어떤 수행자가 사마타 수행을 통해서 초선이나 2선을 얻은 후에 위빠사나를 수행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때 그 수행자는 얼마 전까지는 선정에 든 마음이었지만, 현재는 선정에 들지 않은 마음이라고 관찰할 수 있다. 

사실 초기불교나 남방불교 수행전통에서는 선정의 마음으로는 위빠사나 수행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반드시 본 삼매 선정에서 나온 후에야 찰라생 찰라멸하는 심신의 현상들을 온전하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러니까 위빠사나 수행이 가능한 것은 색계 선정의 상태가 아니고 보통의 의식상태나 근접삼매의 상태라는 것이다.  

마음관찰명상에서 우리가 염두에 둘 관찰대상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현재 이 순간의 마음이 어떠한지 분명하게 알아차린다. 둘째, 일어나는 마음과 사라지는 마음을 명료하게 관찰한다. 셋째, 어떤 생각이나 감정, 외부 대상에 반응하는 마음도 분명히 알아차려야 한다. 넷째, 마음의 작용인 생각이나 감정은 변화 생멸한다는 것을 관찰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경험으로 볼 때,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몇십 년 계속되는 것을 보았는가? 짧은 시간 혹은 일정 기간 머물다가 다 사라져버린다. 물질도 그러하지만, 마음 또한 영원하거나 고정되어 있지 않다. 마음챙김이 잘 확립되고 지혜가 성성하게 계발되면, 마음의 본성과 속성을 머리로 알거나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수행의 지혜로써 알 수 있다. 찰라생 찰라멸하는 마음의 본성과 속성을 지혜로써 통찰하는 것, 이것이 마음관찰명상이 도달해야 하는 첫 번째 지점이자 목표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703호 / 2023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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