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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국문학자가 조망한 불교문학의 전체상

  • 불서
  • 입력 2023.11.07 12:18
  • 호수 1703
  • 댓글 0

한국 불교서사의 세계
김승호 지음 / 소명출판 / 840쪽 / 7만원

불교는 1700여년간 이 땅의 사람들과 함께 해오며 수많은 얘기를 만들어 냈다. 그 얘기들이 설화가 되고 문학이 되고 우리의 정서가 됐다. 불교문학으로 인해 우리 문학사는 한결 풍성해지고 다채로운 색채를 지닐 수 있었다. 그런데 불교문학에 대한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불교문학이란 교리 해설이나 포교를 위한 기능적 담론에 불과하다는 편견 때문이다.

이때 불교문학에 뛰어든 이가 김승호 동국대 명예교수다. 저자는 우연히 접한 승전(僧傳) 연구를 계기로 불교문학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30여년간 연구를 이어오며 숱한 논문과 저술을 통해 불교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작가를 찾아냈다. 멸실 위기에 놓여있던 많은 승전 문학과 불교 설화들이 저자로 인해 생명을 얻었다. 그의 연구들은 자연스레 한국 불교문학의 독자성, 미학의 발견으로도 이어졌다.

‘한국 불교서사의 세계’는 그동안 저자가 써온 불교문학 관련 글 가운데 불교전기, 불교설화, 불교소설에 관한 논의를 엮은 책이다. 사실상 불교문학 전반을 깊고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설서인 셈이다.
 

제1부 ‘한국 불교문학의 흐름과 갈래’에서는 문학사적 시각에서 불교문학의 한국적 전개 양상과 장르적 갈래 및 특성을 고찰했다. 불교문학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장황한 설명보다는 불교문학의 사적 흐름, 갈래, 작가, 작품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한국 불교문학에 대한 전체상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제2부 ‘불교전기’에선 스님들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대상은 삼국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출현한 승전(僧傳), 불가의 자전(自傳)들이다. 저자는 이들 승전과 자전이 서사성과 미학을 갖춘 서사체임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기존 연구 성과를 통해 고려시대 승전의 서사적 성격을 밝혔던 저자는 범위를 넓혀 승전의 개념, 장르적 성격, 조선시대의 승전, 자전의 특성과 함께 시대를 관통하는 불가 전기의 서사 문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했다.

제3부 ‘불교설화’에선 유학승 전설, 사찰연기, 고승 전설 등 불가의 구전이나 문헌설화들을 다뤘다. 유학승 전설과 관련해 중국과 일본 문헌에 오른 사례들을 발굴하고 전승담의 전파경로, 모티브, 주제의식 등을 면밀하게 살폈다. 사찰연기 논의도 ‘삼국유사’ 중심에서 벗어나 구비, 문헌자료는 물론 금석문 소재 사찰연기까지 포괄함으로써 기존연구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제4부 ‘불교소설’에서는 소설사에서 불교소설이 차지하는 위상과 미학적 특성을 밝혔다. 전기소설에서 불교전기소설을 하위 갈래로 설정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했다. 이어 불교소설을 에워싸고 있는 형성과 기원, 캐릭터, 사상, 시대사적 의의에 대해 밝혔다. 특히 조선시대 불교소설이 어떻게 독자성을 확보하고 양식적 명맥을 이어갔는지 새롭게 조명했다.

이재형 대표 mitra@beopbo.com

[1703호 / 2023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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