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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인도여행과 성지순례

업무차 떠난 인도에서 겪은 가피

부처님 성지순례 목전 두고 
갑작스런 감기로 중단 위기 
법당 찾아 부처님 참배하자
다음날 회복…성지순례 진행

내가 인도 땅에 발을 처음 디딘 것은 1990년대 말엽으로 생각된다. 그해 가을, 뉴델리에서 개최되는 환태평양변호사회 이사회(Council Meeting)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여행 일정이 촉박하게 짜여진 탓으로 회의참석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인도까지 가서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아그라(Agra)의 타지마할(Taji Mahal)을 찾아가 둘러보는 것 외에는 다른 여정(旅程)을 잡을 수 없었다. 

내가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인도를 방문하여 성지순례를 한 것은 2003년 2월의 일로써, 그때 뉴델리에서 환태평양변호사회의 연차총회에 참석하는 것이 계기가 되었다. 관례대로 회의 주최국은 자국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에서 3~4곳을 골라 총회가 끝난 후 투어(tour)계획을 짜서 회원들의 신청을 받았다. 여행일정 가운데 다행히 불교성지순례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다른 것은 보지도 않고 투어 참가를 신청하였다.

투어신청이 끝난 뒤 알게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알아보니 그 투어참가자는 우리 내외를 합쳐서 모두 4명이었다. 그리고 관광청에서 차출된 안내자 1인이 포함된 단출한 팀이었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적은 인원이 신청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겼다. 여러 사람이 몰려다니는 것보다는 소수의 사람으로 팀이 짜인 것이 성지순례의 의미를 돋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나는 인도여행에 나서기 2~3일 전에 심한 독감에 걸렸다.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였다. 주변에서는 모두 여행계획을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부처님의 나라 인도까지 왔기에 나는 일단 뉴델리까지 가보고, 몸의 상태가 계속 좋지 않으면 성지순례를 뒤로 미룰 생각이었다. 

괜찮아지리라 생각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안타깝게 인도에 도착해서도 몸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개회식과 총회에만 겨우 얼굴을 낼 정도였다. 내일이면 그토록 바라던 성지순례에 나서는 날인데도 몸이 쉽게 낫지 않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와 친한 사이이며, 총회에서 IPBA의 회장이 된, 뉴델리에서 대형법무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변호사 라비(Ravy)가 호텔로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일 아침에 일행과 함께 순례길에 오르되, 첫 숙박지인 호텔을 수배해 놓을 터이니, 상태가 아주 좋지 않으면 그 호텔에 남아 있어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첫 투숙지에서 1박을 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조금 나은 것 같아 그날 일정인 옛 마가다(Magadha)국의 수도였던 라지기르(Rajigir)까지 가기로 마음먹고 일행과 함께 움직였다. 도중에 4~5세기에 불교대학으로 번창하였다는 나란다대학(Nalanda U.)과 그곳에 있는 사리불의 탑을 참배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날 해가 다 넘어가고 어둑어둑한 때에야 라지기르의 닛고(日光)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배정받은 방을 찾아 가는데 불상까지 모셔진 큰 법당이 눈에 들어왔다. 호텔 중심부에 법당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지정된 방에 짐을 들여놓자마자  바쁘게 법당을 찾아갔다. 곧이어 삼배를 올리고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독송한 다음,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기적은 일어나는 것인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기분이 상쾌해졌다. 몸도 점점 가벼워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행한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는 “숙소에 짐을 내리기가 무섭게 법당을 찾아간 당신의 정성 때문에 부처님께서 가피를 내리신 것 같다”고 했다. 그럴수록 조심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날의 일정은 오전에는 가섭존자의 염화미소로 유명한 영취산에 올라보고, 점심 뒤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보드가야(Bodh Gaya)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이상규 변호사, 전 고려대 교수

[1704호 / 2023년 1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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