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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조사선의 특질 및 전개(하) – 어록 발생과 ‘보림전’ 성립

기자명 정운 스님

어록 발생, 간화선 형성의 근원

어록, 제자 깨우치는 이야기
어록 발달로 ‘위경’ 사라져
선종계보 등 정리한 ‘보림전’
선종 교단을 재정립한 계기

지난주에 이어 조사선의 특질 넷째와 다섯 번째를 보기로 한다. 

넷째, 어록(語錄)의 발생이다. 어록이 만들어지면서 선사상은 인간 중심으로 발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이 조사선의 특질 가운데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선사가 법상에 올라 제자들에게 법을 설하는데, 이를 상당설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승려들의 조참[朝參, 아침에 간단하게 법을 설하는 것]이나 만참[晩參, 저녁 시간에 간단히 법을 설함]에 제자들에게 시중(示衆)을 하거나, 문답을 통해 상대의 견지를 탐사하는 감변(勘辨) 등을 한다. 이런 상당설법·시중·감변 등이 어록으로 엮어졌고, 어록의 내용이 공안으로 변형되어 간화선이 형성되는 근원이 된 셈이다. 

어록이란 상당설법뿐 아니라 스승과 제자간의 일상적인 대화와 행동도 포함되는데, 스승이 제자를 깨우치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어록은 본인이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기록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어록은 인간과 인간의 대화이며, 이 인간과의 대화는 선을 일상생활의 종교화로 만든 중요요인이 되었다. 이 어록의 발생으로 인도적인 색채를 벗어나 중국 특유의 선종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어록은 마조가 활동하던 시기 이후 그 문하에서 크게 발전했다. 이전에도 달마의 ‘이입사행론’이나 홍인의 ‘수심요론’ 등이 있었는데, 이들은 경전의 훈고주석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조사선 시대는 완전히 다르다. 직접적으로 인간의 말이 존중되고, 경전의 인용까지도 또한 인간의 말이었다. 경전의 권위보다는 그것을 쓰는 사람의 생활을 문제 삼았다.

한편 당나라 때까지만 해도 선사들이 경전 인용을 많이 했으나 후대로 가면서 경전 인용이 점차 줄어들었다. 또 어록이 등장하면서부터 중국에서는 위경(僞經)이 사라지는 현상이 있었다. 이렇게 발달한 어록이 점차 후대로 가면서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어쨌든 송나라 시대로 접어들어 어록의 내용이 공안으로 변형되어 간화선이 형성되는 근원이 된 셈이다. 

다섯째, ‘보림전(寶林傳)’의 성립이다. ‘보림전’ 10권은 801년 지거(智炬)에 의해 찬술되었으며 당시 세상에 유행했던 전설도 모았다. 따라서 적어도 그 시대 선사상이나 선종의 이상을 ‘보림전’에 표현한 것으로 귀중한 자료인 셈이다. 청규와 ‘보림전’의 성립은 서로 잘 어울려서 선종이 한 종파로서 거의 완전하게 독립하고 또 대성했음을 보여준다.

‘보림전’에는 서천(西天) 28조[달마], 동토(東土) 6조[달마]를 거쳐 달마에서부터 혜능에게 전해진 전등설을 세웠다. 선종사에서 28조설이 최초로 주장된 책이다.

이후 선종 계열의 책에서 그대로 답습되어 졌다. 이 혜능 문하의 남악-마조에게 28조의 법이 바르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또한 달마의 스승 27조 반야다라가 중국 선종에 대해 예언한 참게[讖偈, 혜능이 회양에게 말하기를 “인도 반야다라존자가 예언하기를 ‘그대의 발밑에서 말 한 마리가 나와 천하 사람들을 발길질로 차 죽이리라’라고 하셨느니라.” 여기서 말 한 마리란 마조를 가리킴]가 있는데, 이 가운데 남악과 마조의 활약을 노래하고 있다.

이 ‘보림전’의 성립은 마조선의 선종 교단을 재정립·발전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는 이심전심·교외별전이라고 하는 ‘보림전’은 종전의 책에서 정법안장(正法眼藏)이 전수되는 계보와 전법게를 첨가하였다. 

이와 같이 살펴본 대로 조사선이 전개된 특질에 대해서 선의 사법자가 많아졌다는 점, 할·방 등 선기의 활발한 시대가 열렸다는 점, 어록이 만들어진 점, 청규 확립으로 인해 선종이 율원으로부터 독립하고 노동을 통해 선이 일상성의 종교화된 점, 선종의 계보 및 역사를 확실히 한 ‘보림전’의 성립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조사선의 특질은 선종의 내적인 발전이기도 하지만, 외적으로는 당시 문인들의 시와 문학 속에 자유를 테제로 하는 선이 대중화되었고, 조사선의 심성은 유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송대에 성리학과 명대에 명리학이 태동하는데 연원이 되었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704호 / 2023년 1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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