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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스님이 생명 불살라 완성한 ‘수청주’

  • 불서
  • 입력 2023.11.13 17:43
  • 호수 1704
  • 댓글 0

만선동귀집강의 상·중·하 
연관 스님 역/사유수/각 2만5000원

전국 선원에서 40안거를 지낸 수행자이면서 교학에도 밝아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을 지낸 하청연관(河淸然觀) 스님. 지난해 4월 ‘만선동귀집강의’ 편집 교정을 마칠 때까지도 스님의 세연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누구도 몰랐다. 병원을 찾았을 때 암은 퍼질 대로 퍼져 말기로 치닫고 있었다. 황망한 소식에 지인들은 항암치료를 권했으나 스님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곡기를 끊고 물과 차만 마시다가 그해 6월15일 정토에 들었다.

이 책은 스님이 마지막 생명을 불살라가며 완성한 유작이다. 생전 스님은 미륵불의 화현이라 추앙받던 당나라 영명연수 스님(永明延壽, 904~975)을 지극히 존경했다. 연수 스님은 동아시아 불교사에서 가장 뛰어난 선지식의 한 분으로 많은 종파에서 수행자의 사표로 칭송된다. 인도와 중국 성현 200여명의 저술을 토대로 ‘종경록’ 100권을 집필해, 교학의 조화와 종파 간의 화합을 유도했다. 법계 중생을 대신해 법화참을 닦는 등 108가지 원을 세워 매일 실천하기도 했다.

책은 부산 관음사 지현 스님의 발의로 이뤄졌다. ‘만선동귀집’을 일생 수행의 지침으로 삼아 정진하던 지현 스님은 대만 순례 중 성범 스님(1920~1997)의 ‘만선동귀집강의’를 공양받은 뒤 보배를 얻은 듯 기뻐했다. 성범 스님은 중국 복건성 출신으로 훗날 대만으로 건너가 평생 경전 강의와 포교에 앞장서 온 고승이었다. 지현 스님은 신도들에게 읽혀야겠다는 생각에 평소 존경하던 연관 스님에게 번역을 요청하면서 출판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연수 스님은 ‘마음을 관하는 수행법이 모든 수행을 섭수한다’라는 이전의 수행관에서 벗어나 ‘세속적인 것이든 출세속적인 것이든 남을 위한 일이면 똑같이 궁극의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음’을 주창했다.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한 경론과 선어록을 인용해 이론적인 근거와 실천을 제시한 것이 ‘만선동귀집’이다.

먼저 상권에서는 이(理)와 사(事)가 서로 원융해 무애함과 모든 선행[萬善]이 마음으로 비롯된다는 뜻을 설한 뒤 33가지 문답으로 그 뜻을 해석했다. 이어 중권에선 바라밀 등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고 27가지 문답으로 이를 상세히 밝혔다. 하권에서는 묘행(妙行)의 원만한 뜻과 54가지 문답을 들어 일일이 논술했다. 이를 통해 선은 물론 화엄, 천태, 정토 등 여러 종파의 핵심을 드러내고 사상적 융합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목에서 시사하듯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올바른 실천이 무엇이고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연관 스님이 해제에서 “불법에 새삼스러운 눈을 떴다. 금덩이인 줄 알았더니 칠보를 얻었다”라고 고백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선동귀집강의를 번역한 연관 스님. 

연관 스님 입적 후 지현 스님은 여러 사람의 도움을 얻어 연관 스님의 마지막 번역인 ‘만선동귀집강의’ 번역본 출간을 마무리 지었다. 대승불교의 요체와 실천 체계가 연수 스님의 ‘만선동귀집’으로 엮어지고, ‘만선동귀집’은 성범 스님의 강의로 꽃이 피었으며, 연관 스님의 번역으로 쉽고 분명하게 이해되고, 지현 스님의 원력으로 마침내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연관 스님과 동갑이며 동향(同鄕)으로 오랜 세월 인연을 이어온 조계총림 방장 현봉 스님은 “(오래전) 관응 큰스님께서는 연관 스님의 자질을 알아보고 황하의 물도 능히 맑히어 세상에 널리 감화를 끼칠 수 있으리라 하여 하청(河淸)이란 호를 주셨다”라며 “연관 스님이 남긴 사리(舍利)인 이 책은 황하처럼 혼탁한 우리의 업을 맑히는 수청주(水淸珠)가 되리라”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재형 대표 mitra@beopbo.com

[1704호 / 2023년 1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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