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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원력, 필사본으로 탄생

  • 불서
  • 입력 2023.11.20 13:42
  • 호수 1705
  • 댓글 1

상월결사 108원력문
(사)상월결사 엮음/132쪽/조계종출판사 1만원

(사)상월결사 “‘한국불교중흥 원력’ 일상서 실천” 취지로 발간
‘신해행증’ 형식으로 8회 필사 가능…“원력 씨 뿌려 포교 나서야”

 

2023년 2~3월, 43일간 진행된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1700년 한국불교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한국불교 중흥’이라는 원력으로 100여명의 사부대중이 함께 부처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인도와 네팔 불교성지 1167km를 오직 도보로 순례한 것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그렇기에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침체된 한국불교의 변화와 도약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되고 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2019년 수행가풍 진작과 한국불교 중흥을 발원하며 동안거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를 진행한 자승 스님이 부처님이 태어나고 전법하며 열반에 들었던 그 길을 걸으며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으로 점철된 사바세계에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겠다는 원력에서 비롯됐다. 그 원력에 공감한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동참을 선언하고 3년여의 준비 끝에 2023년 2월9일 서울 조계사에서의 고불법회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그러나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결코 순탄한 과정이 아니었다. 9시간이 넘는 긴 비행을 거쳐 2월11일 부처님 초전법륜지 사르나트에서 입재식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린 순례단은 매일 새벽 2시 도량석과 예불로 하루를 열었다. 이어 하루평균 25km에 이르는 험난한 길을 걷고 또 걸었다. 길은 곳곳이 파여 있었고, 걷는 내내 대형트럭이 내뿜는 검은 매연과 먼지, 굉음과 마주해야 했다. 더운 날씨로 땀띠와 습진이 피부 곳곳에 상처를 냈고, 배앓이까지 엄습하며 순례단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순례단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서릿발 같은 청규를 버팀목으로 삼고, 내딛는 걸음걸음을 보현행원의 복덕으로 삼아 부처님이 무엇을 위해 걸었고, 누구를 위해 걸었는지를 자문하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고단한 일과 속에서도 순례단은 108배 참회와 ‘금강경’ 독송을 잊지 않았다. 그것은 불제자로서의 소홀함은 없었는지에 대한 성찰이자 반조였다. 
 

한국불교 중흥을 발원하며 부처님 성지 1167km를 43일간 도보순례한 상월결사의 인도순례는  한국불교사의 기념비적인 일로 꼽힌다.

참회는 원력으로 승화됐다. 3월10일 순례 30일차를 맞아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이 뜻밖의 제안을 내놨다. “부처님 초전법륜지 사르나트와 성도지 보드가야, ‘법화경’ 설법지 라즈기르 영축산, 열반지 쿠시나가르를 거치는 동안 참회를 이어왔다. 참회는 씨를 뿌리기 위해 밭을 가는 것인데, 참회만 하다 보니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제 참회의 밭갈이는 멈추고, 그동안 갈아놓은 밭 위에 신심과 원력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108참회 대신 108원력문으로 바꾸자”고 했다.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원력과 신심을 실천으로 옮기자는 취지였다. 이에 윤재웅 동국대 총장을 비롯한 불교학자, 기자, 출판 관계자 등이 참여해 삼귀의, 사무량심, 삼법인, 사섭법, 사성제를 뼈대로 삼고 팔정도, 육바라밀, 십선업으로 살을 붙였다. 여기에 상월결사가 지향하는 실천불교, 사부대중과 함께하는 불교, 사회와 세상에 기여하는 불교, 21세기 전도선언 등을 토대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상월결사 108원력문’은 그렇게 탄생했다. 

‘상대를 가리지 않으며 조건 없이 베풀고 돕겠습니다.’ ‘교만과 분노가 아닌 존중과 용서를 실천하겠습니다.’ ‘다툼이 있었다면 먼저 다가가 화해를 청하겠습니다.’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절대로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동물과 미물이라고 해서 하찮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등 ‘상월결사 108원력문’에는 한국불교의 묵묵한 정서였던 ‘선하지만 소극적인 불교’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열정적인 불교’로 나아가자는 힘찬 함성이 담겨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상월결사 108원력문’은 조계종 전 기초선원장 영진 스님의 목소리로 녹음돼 3월23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식에서 완성된 형태로 공개됐다. 

책은 사부대중이 상월결사 인도순례의 감동을 되새기고,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각자의 원력을 일상에서 실천하자는 의미가 담긴 ‘108원력문’의 필사본이다. 필사는 좋은 문장이나 책을 직접 베껴 쓰는 것으로, 불교에서는 경전을 필사하는 것을 수행의 과정으로 여겼다. 진실한 마음,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집중, 꾸준히 이어가는 정진의 공덕이 사경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은 불교 신행과정인 ‘신해행증’에 따라 연하게 인쇄된 글씨 위에 각각 네 번, 다시 빈 공간에 각각 네 번으로 총 8회에 걸쳐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108개의 원력문을 눈으로 읽고, 소리 내어 독송하며, 마음속으로 음미하면서 손으로 써내려 가다보면 한국불교 중흥의 대원력으로 43일간 1167km를 걸었던 상월결사 인도순례 대중들의 벅찬 숨결이 와닿는 듯하다. 

추천사를 쓴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상월결사 108원력문’에는 한국불교가 능동적이고 열정적인 불교로 나아가고자 하는 힘찬 함성이 담겨 있다”며 “원력문을 매일매일 한 자 한 자 필사하는 불자들의 정성이 하나로 결집된다면 한국불교 중흥은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108원력문을 통해 맛본 깨달음과 불법 만난 기쁨을 이웃에게도 전하자”며 “아울러 ‘상월결사 108원력문’ 필사를 생활화하자”고 당부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705호 / 2023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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