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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우강남(追友江南), 친구 따라 강남 간다

기자명 성진 스님

부처님은 현세 사는 우리에게
좋은 친구 사귀는 우정을 설해
선하지만 경책도 마다 않아야
사귀어야 할 4가지 유형 친구 

‘추우강남(追友江南)’은 중국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자신의 뚜렷한 주관 없이 남에게 끌려서 덩달아 하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의 핵심은 자신의 주관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지 나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주변 친구에게 돌아갈 수는 없다. 

어릴 적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좋은 친구를 사귀라는 것이다. 나쁜 친구와 어울리면 자신도 나쁜 사람이 될 거니 좋은 친구를 만나라는 말이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가 나쁜 행동으로 학교에 왔을 때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는 착한데 나쁜 친구들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의 됨됨이를 알고 싶으면 주변 사람을 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좋은 친구와 좋은 주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을 만나야 원래 착한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부처님께서도 항상 친구들을 잘 선택하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현세에 살고 있는 재가신도에게 이로운 네 가지 원천을 말씀하셨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좋은 우정’을 말씀하신 것을 보면 친구와 인연은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팔리어로 ‘망갈라 숫따’라는 경전에 “어리석은 사람을 사귀지 말고, 현명한 사람을 가까이하라”로 시작하며 재가에게도 해당이 되는 좋은 친구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중에서도 시갈라까라는 청년에게 네 가지 부류의 마음씨 고운 친구에 대해 말씀하셨다.

첫 번째, 이러한 친구는 우리가 조심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할 때 우리를 보호해 준다. 우리가 재산에 대해 조심하지 않을 때 우리 재산을 돌봐준다. 두려움에 떨 때 피난처를 제공해주며, 어떤 일이 생기면 재화를 제공해주는 친구를 마음씨 고운 친구라고 말씀하셨다. 친구와 동업이나 투자를 통해 영원히 멀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과 금전거래 하지 말고 사업하지 말라고 많이들 말하지만 결국 그것은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마음 됨됨이의 사람인지가 핵심이다. 

두 번째, 행복과 괴로움을 공유하는 친구라고 말씀하셨다. 요즘 세상은 기쁜 것은 함께하고 슬픈 것은 혼자 감내해야 친구가 떠나지 않는다고 하신 어떤 신도분이 생각이 난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는 좋은 것과 슬픈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친구를 어떻게 말씀하셨을 까? 이러한 친구는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숨기고 싶은 우리의 비밀을 지켜준다. 어려움에 처할 때도 우리를 외면하지 않고, 심지어 우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친구라고 말씀하셨다. 행복이나 괴로움을 선택적으로 친구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마음씨 고운 친구를 두지 못할 것이다. 

세 번째, 무엇이 선한 것인지를 지적하는 친구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위로나 공감보다 나의 잘잘못을 말해주는 친구를 가까이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는 자신에게 절대적 공감만을 주는 내 편을 원하지 남의 편이나 옳고 그름을 판결하는 판사형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러한 유형의 친구를 가까이하라는 뜻은 무엇일까? 이러한 친구는 우리를 악에서부터 구원한다. 선한 일에 동참하자고 할 것이며,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천상으로 인도해 준다. 

네 번째. 동정하는 마음을 가진 친구라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친구는 우리의 불행을 기뻐하지 않고 행운을 기뻐한다. 우리에게 경멸의 말을 하는 자를 제지하며, 우리를 칭찬하는 자를 칭찬한다. 마음의 동정은 단순한 위로와 공감을 넘어 자신의 친구를 비방하고 함부로 하는 사람을 멀리하게 하며, 선한 영향력을 주는 친구를 많이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가만히 생각해보자. 나는 과연 위의 네 가지 분류의 친구인가? 그리고 내 주변에는 이러한 친구가 얼마나 있는지. 어느 유명인이 후배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하면 없고,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니 좋은 사람이 오더라”는 말이다. 결국 우리가 누군가에게 부처님의 네 가지 분류의 친구가 될 때 그런 사람이 친구, 주변인이 될 것이다.

성진 스님 남양주 성관사 주지 sjkr07@gmail.com

[1705호 / 2023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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