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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마하움막가 자타카(‘본생경’ 546번) ⑥ 1차 전쟁 ‘첩보전’

기자명 각전 스님

마니주로 적군의 책사 무릎 꿇린 ‘신통한 전략’

101명 첩자 이웃 나라에 파견해 정세 살피고 전쟁 대비
정보·심리 교란하고 고육계 활용해 싸울 마음 포기시켜
보이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첩보전이 전쟁의 승패 좌우

고삐를 당기면 당길수록 더 빨리 달리는 말을 타고 도망치는 츄라니왕. 그림 왼쪽에 금색으로 표현돼 있다. 
고삐를 당기면 당길수록 더 빨리 달리는 말을 타고 도망치는 츄라니왕. 그림 왼쪽에 금색으로 표현돼 있다. 

네 현자의 비리가 폭로된 후 대약만이 왕에게 조언하며, 나라 정치를 도맡았다. 성벽을 쌓고, 문루와 해자를 건설하며, 헌 집을 수리하고, 연못을 파고, 곡물을 비축했다. 

101명을 101명의 왕에게 파견하여 선물하고 봉사하여 그 나라 궁정 사람이 되게 하였다. 그들은 그 왕들의 행동을 대약에게 보고하였다.

그때 일력왕국(一力王國)의 샨카파라왕이 군대를 모았다. 대약은 앵무새에게 샨카파라왕과 염부제의 상황을 알아 오게 하였다. 앵무새는 일력왕국 사건을 확인하고, 칸피초라왕국의 웃타라판챠라성에 도착했다. 그곳은 츄라니왕이 통치하였고, 케밧타 현자가 있었다.

케밧타는 츄라니왕을 염부제 제일의 왕으로 만들려고 왕에게 말했다. 

“작은 도성을 치되 항복하면 왕위를 보장하고, 거절하면 왕을 죽이고 두 나라 군대를 합하여 다음 도성을 예속시키는 방법으로 염부제를 통일한 뒤에, 101명의 왕을 불러 연회를 베풀고, 독주를 먹여 죽이면 모든 왕위를 우리 손아귀에 넣을 수 있습니다. 네 귀만이 듣고 있으므로 빨리 진행하시죠.”

앵무새는 케밧타의 머리 위에 똥을 싸고, 위를 올려다보는 그 입에도 한 덩이 떨어뜨렸다. “네 귀는 여섯이 되고, 여덟이 되고, 수백의 귀가 될 것”이라 하고, 대약에게 갔다. 대약은 보고를 받고 가난한 가족은 도성 밖으로, 부유하고 권세 있는 가족은 성내로 옮기고, 재산과 곡물을 축적했다. 대약은 첩자들의 보고를 계속 받았다.

츄라니왕은 7년 7월 7일 만에 온 염부제의 왕위를 한 손에 쥐고, 101명의 왕을 초대하여 연회를 열었다. 독이 든 술과 음식이 준비되었다. 대약은 병사 1000명을 급파하여 연회장에서 소란을 피우고 기물을 부수고 생선과 고기를 뒤 흩어 먹지 못하게 하였다. 

화가 난 츄라니왕은 101명의 왕과 함께 18악코히니의 군대를 끌고 출병하였다. 101명의 왕은 츄라니왕이 자신들을 죽이려 한 줄도 모르고 따라나섰다. 하룻밤 만에 미틸라에 도착하여 십만 개의 횃불을 들고 성을 포위했다. 

비제하왕은 군세를 보고 극도의 공포에 떨었다. 대약은 백성에게 7일간 축제놀이를 시켰다. 츄라니왕은 염부제 왕들에게 포위되었을 때 축제놀이를 하는 것이 비제하왕이 왕자 때 세운 서원이라는 보고를 들었다. 그는 화가 났고, 공격 명령을 내렸지만 4~5일 계속해도 뚫을 수 없었다.

이에 케밧타는 물길을 끊자고 했다. 첩보를 받은 대약은 설산의 흰 연꽃 씨를 60뼘 길이의 죽통에 넣어 하룻밤 만에 싹이 트고 꽃을 피게 하여 상대 진영에 던졌다. 미틸라의 첩자는 그 꽃 길이를 80뼘으로 재고, 미틸라성 안의 큰 연못 기슭에서 난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꽃을 꺾고 있으며, 깊은 곳의 것은 100뼘이나 된다고 츄라니왕에게 아뢰었다.

이번엔 양식 길을 끊었다. 대약은 성벽 위에 진흙을 채우고 볍씨를 뿌려 하룻밤에 싹을 틔웠다. 미틸라의 첩자는 창고에 들이고 남은 곡물을 성벽 곁에 쌓아 둔 것에서 비에 젖어 싹이 난 것이라 하였다. 

다시 땔나무 길을 끊었다. 대약은 성벽 위에 그 너머로 보일 만큼 섶을 재었다. 미틸라의 첩자는 대약이 재난에 대비해 땔나무를 집 뒤에 쌓고, 그 나머지는 성벽 곁에 두게 했다고 하였다. 

철군하려는 츄라니왕에게 케밧타는 법의 전쟁을 제안하였다. “법의 전쟁이란 두 왕의 현자가 한 장소에 모여, 그중에서 예배하는 사람이 지는 것입니다. 나는 노년이요 그는 소년입니다. 그는 나를 보면 예배하겠지요.”

대약은 서문에서 일전을 벌이기로 하였다. 먼저 나온 케밧타는 대약이 나오기를 너무 오래 쳐다보아서 목이 빠지고 더위에 땀을 흘렸다. 비제하왕에게서 8각 마니주를 받은 대약은 값비싼 카시옷을 입고, 훌륭한 신두말을 맨 멋진 수레를 타고, 1000명의 병사들에 둘러싸여 나갔다.

케밧타가 대약을 보고 말했다. “우리는 가까이 살고 있는데 그대는 선물도 보낸 일이 없다. 그대는 왜 그 모양인가?” 대약은 “오늘 이 마니주를 얻었다. 이것을 가져라.”

대약은 마니주를 케밧타의 내민 손에 던졌다. 마니주는 손으로 받기엔 무거웠다. 마니주는 미끄러져 대약의 발 앞에 떨어졌다. 케밧타는 그것을 집으려고 대약의 발 앞에 몸을 구부렸다. 대약은 그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한 손으로 어깨를, 다른 손으로 겨드랑이 밑을 누르면서, “일어나라, 아사리여! 나는 그대 손자뻘 밖에 안 된다. 내게 예배하지 말라” 외치며 그를 잡고 좌우로 돌리다가, 얼굴을 땅바닥에 처박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대약의 발이 케밧타에게 예배를 받았다”고 크게 외쳤다. 왕들도 “우리는 졌다”며 모두 달아났다. 

가까스로 진영을 정비한 츄라니왕은 다시 미틸라성을 완전히 포위하였다. 대약은 아누케밧타를 첩자로 파견하였다. 

아누케밧타는 츄라니왕의 부하들에게 음식을 준 뒤, 그들 앞에서 미틸라 군사들이 자신을 두들겨 패게 하였다. 츄라니왕의 부하들은 그를 츄라니왕에게 데리고 갔다. 아누케밧타는 미틸라성의 튼튼하고 약한 곳, 악어가 있는 곳 등 다 알고 있으므로 곧 성을 빼앗아 주겠다 하였다. 츄라니왕은 믿었다.

그는 츄라니왕의 군대를 얻어 뱀과 악어가 있는 곳에 내려놓아 악어에게 잡아먹히게 하고, 화살, 창, 칼 등에 찔려죽게 하였다. 

그리곤 왕에게 “당신을 위해 전쟁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 뇌물을 받고 있습니다. 101명의 왕이 입고 있는 옷 등에 있는 문자를 보십시오.” 거기에 대약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왕은 아누케밧타에게 어쩌면 좋을지 물었다. 아누케밧타는 “케밧타마저 마니주를 받고 당신을 3유순이나 달아나게 했습니다. 그자도 이간질하는 자입니다. 오늘 밤이라도 달아나야 합니다.” 아누케밧타는 고삐를 당길수록 빨리 달리도록 말을 준비해 두었다. 왕은 그 말을 탔다. 고삐를 살짝만 당겨도 말은 질풍같이 달렸다. 

아누케밧타는 군대 속에 들어가 “츄라니왕이 달아났다”고 크게 외쳤다. 미틸라의 첩자들도 함께 외쳤다. 다른 왕들도 “우리는 다 죽었다”며 달아났다. 18악코히니의 군대도 모든 것을 버리고 달아났다. 대약은 왕들이 버린 소유품은 미틸라의 비제하왕에게, 장자들과 케밧타의 소유물은 자신이, 나머지는 백성들이 가져가게 하였다.

첩보전은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중요해졌다. 인터넷상에서는 매일매일 국가 및 기업체의 핵심 정보 탈취, 해킹과 협박을 통한 금전 요구, 댓글 조작과 심리전 등이 벌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 보이는 전쟁보다 무섭다. 첩보전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각전 스님 선객 agami0101@naver.com

각전 스님의 덧붙이는 글

대약은 지혜가 뛰어난 현자이다. 게다가 자비심으로 말미암아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첩보전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물리적 충돌을 지양한 이러한 지혜의 대결은 법의 전쟁에서 정점에 이른다.

[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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