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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에 비친 100년전 은둔의 땅

기자명 남수연
  • 불서
  • 입력 2004.05.17 14:00
  • 댓글 0

『티베트 마법의 서』 다비드 넬 지음 / 르네상스

서양여성 최초로 티베트 탐사

밀교원형 수행담 생생히 기록



“그들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그 장엄한 황야에서 북과 피리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그들의 얼굴에서 기대와 공포, 끝없는 욕망, 환상을 좇는 괴로움뿐인 인생을 쳐부수었다는 승리의 환희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등줄기를 쭉 펴고 돌부처처럼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동이 트고도 계속되는 긴 명상에 들어갔다. 결코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불교의 나라’이자 환생과 은둔의 땅. 온갖 신비로만 뒤덮여 있던 이 금단의 땅에 최초로 발을 디딘 서양인 여성 알렉산드라 다비드 넬은 1927년 『영혼의 도시 라싸로 가는 길』을 출간해 유럽인들에게 최초로 티베트를 알렸다. 그리고 2년 후 라싸에서의 수행과 티베트 밀교에 대한 관찰 기록인 『티베트 마법의 서』를 출간함으로써 이 비밀스런 땅의 위대한 종교를 유럽인들의 뇌리 속에 강하게 각인시켰다. 이후 지금까지도 이 책은 티베트의 문화와 풍속 및 티베트 밀교의 원형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는 책으로 스테디 셀러의 반열에 올라있다.

1868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다비드 넬은 1890년 인도 여행을 시작으로 10여 년에 걸친 다섯 번의 시도 끝에 금단의 땅이었던 라싸에 도달하게 된다. 문화인류 학자이자 언어학자인 동시에 불교학자였던 다비드 넬은 티베트 라마의 제자가 되고 그들로부터 ‘완전한 동양인’으로 인정받으며 수행의 깊이를 더해 가지만 합리적인 관찰자로서의 모습도 잃지 않았다.

다비드 넬은 티베트에 머무는 동안 직접 체험하거나 전해들은 티베트 밀교의 다양한 수행법을 매우 꼼꼼하게 기록해나갔다. 특히 룽곰으로 불리는 공중 보행술이나 투모라는 발열술, 의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텔레파시 등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티베트 라마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들이 단순한 신비담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기록의 상당부분이 그녀 스스로의 체험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설명>라싸에 입성한 최초의 서양 여성인 다비드넬 여사.


불모의 황야에서 움막을 짓고 수년째 수행하는 은둔자들의 모습이나 일처다부제의 결혼풍습, 그리고 조장과 같은 독특한 장례 풍습 등 그녀의 기록은 청바지와 콜라에 밀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게된 티베트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소중한 역사가 되고 있다.

제14대 달라이 라마였던 텐진 칸초는 “알렉산드라 다비드 넬은 매우 독보적인 존재이다. 그녀처럼 독립심이 뛰어나고, 유럽인임에도 불구하고 산스크리트와 불교 철학에 정통하며, 티베트인들과 아무 불편 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로 능숙하게 티베트어를 구사한 여행자는 드물 것이다.”고 평가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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