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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마조의 언어에 의한 선기 방편 (하)

기자명 정운 스님

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체험

선, 체험 통한 불성의 현현
직접 몸으로 연마할 때 가능
제자에게 던지는 즉흥 답변
번뇌 타파하라는 간접 표현

지난주에 이어 언어에 의한 제접 방법을 더 살펴보자. 

Ⓒ 방거사가 마조에게 물었다. “만법(萬法)과 더불어 짝하지 않는 자가 어떤 사람입니까? 마조가 말했다. “그대가 서강(西江)의 물을 한 입에 다 마실 때를 기다려 말해 주리라.”

방거사가 질문한 ‘만법과 더불어 짝하지 않는 것’이란 일체 차별을 떠난 절대자이자 초월자이다. 외부 경계에 얽매이지 않는 저간의 소식을 물은 것이다. ‘서강’은 마조가 머물렀던 개원사(현 佑民寺)가 위치하는 강서성 남창(南昌)을 가로지르는 강 이름이다. 마조가 서강의 물을 한 입에 다 마실 때를 기다려 말해준다는 것은 언어도단이요, 격외적인 답이다. 

그러나 선 수행은 체험을 통한 불성의 현현이다. 그러므로 마조는 방거사에게 이분법적인 사고를 깨뜨리고, 깨달음은 자신의 몫이니 직접 체득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서강의 물을 한 입에 마시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선의 체험은 말로써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몸으로 직접 부딪혀 연마하는 체구연마(體究鍊磨)인 것이다.

이 마조서강의 선문답은 송나라 대혜종고(1089∼1163)의 ‘대혜어록’에서 제시하는 대표적인 공안 6가지 하나이다. 또한 ‘서강의 물을 한입에 다 마실 때를 기다려 말해 주리라[待汝一口吸盡西江水卽向汝道]’는 후세의 선가에서 각양각색의 수시(垂示)·착어(著語)·평창(評唱) 등이 있었으며, 마조의 이 말을 모방한 선사가 많았다. 

다음으로,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설법으로 제자의 근기에 맞추어 지도하는 몇 가지 일화를 살펴보자. 

관리 안찰사(按察使)가 ‘술과 고기를 먹어도 옳은지 그른지?’를 물었다. 마조는 “먹고 마시는 것은 당신이 응당 받아야 할 과보지만 먹고 마시는 것을 절제하면, 당신은 복을 쌓는다”고 답했다. 즉흥적인 답변으로, 수행이 아닌 일상 사람으로서 바른 삶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 공안 가운데 일전일군(一箭一群)이라는 공안이 있는데, 마조와 석공 혜장과의 법거량이다. 석공 혜장은 출가하기 이전에 사냥꾼이었다. 석공이 사슴 떼를 쫓고 있는 중에 마침 마조가 암자 앞을 지나게 되었다.

Ⓔ 석공이 물었다. “혹시 사슴이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그대는 어떤 사람입니까?”/ “사냥꾼입니다.”/ “그대가 사냥꾼이라면 활을 잘 쏘겠군.”/ “쏠 줄 압니다.”/ “그렇다면 화살 한 대로 몇 마리나 잡는가?”/ “화살 하나로 한 마리를 잡습니다.”/ “그대는 화살을 쏠 줄 모르는군.”/ “스님께서 화살을 쏠 줄 아십니까?”/ “쏠 줄 알지.”/ “그러면 화상께서는 몇 마리나 잡으십니까?”/ “화살 하나로 떼거리를 잡는다.”/ “저들도 생명이 있는데, 화상께서는 어찌하여 떼거리로 잡으십니까?”/ “그대가 그런 것은 알면서 왜 자신은 잡지 못하는가?”

이렇게 마조는 순간순간의 즉흥성과 직관력으로 제자를 지도하고, 인도했다. 위의 내용에서 마조는 석공에게 자신의 무명번뇌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석공 혜장은 바로 화살을 꺾어버리고, 마조 문하에 출가했다.  

마조는 진실한 도를 얻기 위해서는 가장 소중한 생명만큼이나 심인을 얻는 것도 소중하고 절박한 것이라고 하였다. 백장이 마조에게 ‘부처의 본뜻은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마조는 “바로 자네가 목숨을 내던진 곳이다[放身命處]”라고 대답했다. 목숨을 버릴 만큼의 각오가 되어 있다면 비로소 부처의 뜻을 겨우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마곡보철(?∼?)이 마조에게 ‘대열반이 무엇이냐?’고 묻자, 마조는 “빠르다 빨라. 저 물을 보아라.”라고 답하였다. 그만큼 한정된 생명 안에서 수행의 절박함이 깃든 마조의 간절함을 엿볼 수 있다. 마곡보철은 신라 9산선문 가운데 성주산문을 개산한 무염 국사의 스승이기도 하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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